이 차가 나왔더라면? 서울모터쇼 브랜드별 ‘불참러’

47, 2019년 서울모터쇼가 열흘간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막을 내렸다. ‘지속가능하고 지능화된 이동혁명을 기치로 내건 서울모터쇼는 주최측 추산 628,000명이 입장해, 2017년 대비 소폭 증가했다. 세계적 모터쇼 퇴조론과 함께 흥행이 우려된 것에 비하면 성공적이었다. 여기에는 각 제조사들이 양산차뿐만 아니라 국내 출시 가능성이 있는 신차, 혹은 브랜드 가치를 대표하는 자동차를 선보인 덕분이 크다. 그러나 이 차만큼은 꼭 전시되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차종도 있다. 각 제조사의 기술력과 전략을 대표하는불참러들을 짧게 살펴본다.

메르세데스 벤츠,
AMG A35 4매틱

메르세데스 벤츠는 2017년에도 그러했고 자사 최신 기종을 투입하는 데 인색하지 않았다. 물론 한국 시장에서 기록 중인 엄청난 판매량을 생각하면 그 정도의 성의는 기본이겠으나, 비전 EQ 실버애로우 콘셉트카, 자연어 인식 등 첨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갖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MBUX를 적용한 GLE 등이 화제를 모았다. 이 외에 GT 4도어 모델 등 AMG 디비전의 주요 차종들도 두루 전시되어 눈길을 끌었다.

라인업은 이미 충분했으나 기왕 신형 A 클래스를 공개하는 마당에 AMG A35 4매틱의 부재가 약간 아쉬웠다. 2018년 파리 모터쇼에서 공개되었던 해당 기종은 AMG A45 AMG보다 조금 낮은 302hp의 최고 출력을 발휘하며 일상과 고성능의 완벽한 조화를 이룬 핫해치이다. 국내 고성능차 수요자들에게 입문용차량으로 관심이 높은 차종이기도 한 만큼 AMG A35 4매틱의 불참은 아쉬웠다. 2019년 하반기 글로벌 출시 예정으로, 국내 출시 일정은 미정이나 2020년경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르노삼성,
르노 카자르 or 메간

르노 삼성 역시 자사의 주요 신모빌리티를 아낌없이 공개했다. 특히 2018 파리모터쇼에서 눈길을 끌었던 자율주행 상용차 이지 프로를 비롯해 마스터 버스 등 르노 브랜드관의 자동차들이 인상적이었다. 여기에 2020년 양산 모델로 공개된 XM3 인스파이어드는 감각적인 쿠페형 디자인의 SUV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런 가운데 중소형 SUV인 카자르도 전시됐더라면 하는 약간의 아쉬움이 남았다. 브랜드관은 훌륭했지만 기존 양산차들이 다소 단물이 빠져 있는 상태인 까닭이다. 카자르는 4,489㎜의 전장과 2,646㎜의 휠베이스를 가진 콤팩트 SUVB 세그먼트 SUV에 속한다. 최고 출력 147hp(149ps, 4,00rpm)1.8리터 디젤 엔진 장착 기종에는 4륜 구동 모드도 적용된다.

르노의 소형 SUV 카자르(왼쪽)와 인기 해치백 메간(오른쪽)

해치백인 메간 역시 국내 자동차 마니아들이 궁금해하는 차 중의 하나다. 5세대 클리오의 경우야 현행 판매 중인 클리오의 끝물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 어려웠더라도, 메간 정도라면 좋은 카드가 아니었을까? 물론 카자르나 메간이 없었어도 2019 르노 삼성의 전시관은 훌륭했다.

푸조 시트로엥,
푸조의 하이브리드

푸조 시트로엥은 2019년 총 10대의 신차를 투입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리고 그 핵심 차종인 C3C5 에어크로스를 서울모터쇼에서 선보였으며, 그 중 C5 에어크로스는 4월 중 출시예정이다. 그런만큼 2019년 서울모터쇼에서 푸조 시트로엥의 중점 브랜드는 올해로 창립 100주년을 맞이한 시트로엥과, 시트로엥에서 독립한 고급 브랜드 DS에 집중됐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푸조가 다소 약해 보였다. 물론 1월에 출시된 푸조 대표 세단 508이 있었으나화제를 끌기에는 약간 부족했다. 따라서 지난 해 화제를 모았던 하이브리드 라인업 중 한 대라도 먼저 전시되었다면 어떠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푸조는 2018년 파리모터쇼를 통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라인업인 508, 508SW 4륜 구동 하이브리드 시스템 장착한 3008 하이브리드4를 선보인 바 있다. 특히 1.6리터의 퓨어텍 가솔린 엔진과 구동 모터를 결합한 4륜 구동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합산 출력 300hp를 발휘할 것으로 알려졌다. 푸조의 하이브리드 라인업은 유럽 현지에서 2019 2분기 출시 예정이다.

물론 푸조 시트로엥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크게 높지 않으므로 각 모터쇼마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다음 모터쇼가 열리는 2021년은 PSA 그룹의 전동화 및 신차종 개발 전략인 푸시 투 패스계획에서 매우 중요한 해이므로 기대해볼만 하다.

혼다, N박스 or 로보틱스 3E

혼다의 전시관 혼다 파빌리온 2017년 면적을 200㎡ 확장했다. 5종의 모터사이클 신차와 혼다 시빅 스포츠 등 국내 시판 신형 양산차를 중심으로 하고, 다양한 체험 공간을 두며 2017년 대비 새로운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NSX, 클래리티 등 국내 시판 차량이 아님에도 글로벌 전략 및 신기술을 대표하는 자동차를 선보였던 2017년 대비 미래지향성은 다소 아쉬웠다.

그런 가운데 박스형 경차인 N박스 혹은 CES 등에서 인기를 끌었던 혼다의 주요 로보틱스가 등장했더라면 혼다 파빌리온이 더 다채로워졌을 것으로 생각된다. 국내 시판 차량은 아니지만 N박스는 일본에서 2018년 회계연도(2018 4~2019 3) 23 9,706대를 판매해 1위를 기록했다. 이는 4년 연속 기록이다. 우수한 적재공간으로 장애인용 차량, 반려동물 차량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며 탄탄한 하체 세팅으로 주행, 조향 안정성까지 갖춘 N박스는, 한국에서도 직수입을 통해 구매하는 이들이 있을 정도다. 전장 3,396, 휠베이스 2,520㎜의 차체에 최고 출력 56hp 660cc 엔진이 장착된다. 그러나 4륜 구동까지 선택할 수 있으며 혼다 센싱도 추가된다. 그런 만큼 기본 가격이 싸진 않지만, 경차라도 기본기는 갖춰야 한다는 것이 혼다의 철학이다.


이 차가 나왔더라면? 서울모터쇼 브랜드별 ‘불참러’
혼다 N박스

혼다 파빌리온을 찾은 관람객들은 모터쇼 기간 내 벽면 스크린에서 혼다 로보틱스의 3E 모빌리티 4종의 영상을 보았을 것이다. 감정형 로보틱스와 자율주행형 험로 지향 차량 등으로 이루어진 3E(Empower, Experience, Empathy)의 주요 모빌리티들은 기발한 상상력과 귀여운 외모로, CES에서도 큰 인기를 얻은 바 있다. IT 기능의 경연장 성격이 더욱 짙어질 2021 서울모터쇼에서는 혼다 로보틱스 관련 제품들을 만나볼 수 있기를 바란다.


이 차가 나왔더라면? 서울모터쇼 브랜드별 ‘불참러’
혼다 로보틱스의 3E(Empower, Experience, Empathy) 모빌리티

BMW, 8시리즈

BMW는 이번 서울모터쇼에서 가장 인상깊은 제조사 중 하나였다. 프레스 컨퍼런스 시작에 앞서 전 임직원이 고개숙여 사과하는 모습으로 시작했다. EGR 부품 리콜은 94%, 근본적인 원인 해결이나 제작 결함 부분에 대한 의문은 남아 있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또한 초미의 관심사라 할 수 있는 X7 3시리즈를 비롯해 M8 그란쿠페와 i 비전 다이내믹스 콘셉트카, 그리고 거울처럼 반짝이며 주변 공간에 녹아드는 데이빗 보위 에디션의 미니까지 다채로운 전시차 구성이 돋보였다.


이 차가 나왔더라면? 서울모터쇼 브랜드별 ‘불참러’
미니 데이빗 보위 에디션

이처럼 전시 자동차는 차고도 넘치지만 그래도 꼭 모습을 드러냈었다면 하는 차종은 바로 8시리즈다. 20188, 콩쿠르 델리강스에서 콘셉트카의 모습과 거의 흡사하게 구현된 디자인으로 찬사를 받은 8시리즈는 미국 시판 중이며, M850i X 드라이브 컨버터블의 경우 구매가는 121,400 달러(한화 약 13,870만 원)부터다. 해당 차종은 4 16~17, 프레스데이를 시작으로 열리는 2019 상하이 모터쇼에 아시아 프리미어로 선보일 예정이다. 상대적으로 2017년 대비 월드 프리미어, 아시아 프리미어가 많았던 서울모터쇼지만 상하이 모터쇼의 영향은 피할 수 없었던 셈이다.

모터쇼는 자동차 제조사 입장에서 많은 예산의 지출이 필요한 행사다. 특히 해외에 있는 차량을 국내로 들여오는 데 필요한 업무량과 예산은 만만치 않다. 그러나 모터쇼는 오히려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줄어드는 세대에게 이동의 자유와 그로 인한 즐거움을 전하는 종합 전시의 성격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그러한 상황에서 브랜드가 자랑하는 기술력과 디자인, 향후 전략의 정점이 되는 자동차의 전시는 잠재적 수요자들을 깨울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번 서울모터쇼에서 15개 완성차 제조사들이 보여 준 노력이 결코 가볍지 않았다는 것은, 관람객의 수가 증명한다. 향후 서울모터쇼가 보다 가치 있는 자동차와 콘텐츠로 가득차기를 기원한다.


한명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