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준중형 스포츠 세단 시장에 수입 ‘뉴페이스’가 등장했다. 바로 2.0리터 자연흡기 엔진대신 1.5리터 터보 엔진을 장착한 혼다 시빅 스포츠가 그 주인공이다. 경쟁 기종은 동일 체급에 스포츠라는 뱃지까지 붙은 아반떼 스포츠로 지목되고 있다. 과연 두 차종간 대결의 승자는 누구일까?
승자는 정해져 있나?
외관 1:1 비교
엔진만 교체된 것이 아니다. 시빅에 스포츠라는 이름이 더해지면서 외관에도 작은 변화가 있었다. 해당 차종은 미국에서 판매되는 투어링 트림에 스포츠 트림의 디자인을 가미한 한국 전용 사양이다. 우선 기존 시빅의 크롬 프론트 그릴은 블랙 컬러로 변경되었다. 휠 역시 블랙 톤의 알로이 휠이 새롭게 적용되어 보다 강인한 인상을 전한다. 물론 시빅 Si 혹은 시빅 타입 R처럼 과격한 프론트 범퍼는 아니지만, 스포티함을 강조하기에 충분하다.
후면부에는 스포츠라는 뱃지가 더해짐과 동시에 머플러가 싱글에서 듀얼로 변경되었다. 다만 기존과 동일하게 히든 타입이기 때문에 눈에 띄지 않는다는 아쉬움이 있다. 만약 머플러를 밖으로 끄집어내었거나, Si 버전처럼 센터 머플러를 적용했으면 스포티한 멋이 배가되었을 것이다.
이와 비교하면 아반떼 스포츠는 제법 다양한 부분에서 변화를 줬다. 캐스케이딩 그릴의 내부에는 블랙 컬러의 허니콤 패턴이 적용되었고, 그릴을 파고드는 날카로운 삼각자는 반광 크롬을 통해 좌우가 이어져있다. 히든타입이었던 싱글 머플러는 싱글 트윈 머플러 팁으로 변경되었다. 다만 일반적인 사각형 혹은 원형 머플러가 아닌, 자동차로 한차례 밟고 지나간듯한 일그러진 형태로 다소 기괴하다.
디자인에 대한 유저들의 불만이 상대적으로 적은 부분은 휠이다. 18인치 알로이 휠의 내부에는 블랙 톤의 별 모양이 자리하고, 외부에는 바람개비 모양의 유광 디자인이 더해졌다. 이외에도 사이드 실 몰딩과 메탈도어 스커프가 보다 강인한 측면 인상을 구현하는 데 일조한다.
효율과 성능의 1.5 터보 vs 성능 중심 1.6 터보
시빅 스포츠에는 최고 출력 175hp(6,000rpm), 최대 토크 22.4kg·m(1,700~5,500rpm)를 발휘하는 직렬 4기통 1.5리터(1,498cc) 직분사 VTEC터보 엔진이 장착되었다. 리터당 100hp를 상회하는 수치다. 하지만 100cc의 배기량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아반떼 스포츠 대비 최고 출력이 27hp, 최대 토크가 4.6kg·m 부족하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출력 응답 지연을 개선했다고 하지만 e-CVT 역시 역동성이라는 키워드게 맞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을 마냥 단점이라고만은 할 수 없다. 시빅 스포츠의 1.5 VTEC 터보는 최대토크 발휘 구간이 1,700~5,500rpm로 넓다. 일부 유저들은 최고 출력 205hp, 최대 토크 26.5kg·m를 내는 시빅 Si의 엔진을 원했지만, 해당 엔진에는 6단 수동변속기만 선택 가능하다. 그마저도 일부 극소수 마니아층을 제외하고는 국내에서 수동변속기의 선택은 그리 높지 않다. 게다가 수동변속기, 준중형, 고성능, 3,000만원 초반 가격대를 고려한 소비자들은 이미 벨로스터 N으로 집결한 상태이기 때문에 경쟁력이 없다.
시빅 스포츠의 장점은 역시 연비다. 복합 13.8km/L(도심 12.5, 고속 15.8)에 달한다. 이는 아반떼 스마트스트림 1.6G 자연흡기 엔진버전(복합 14.1km/L, 도심 12.6, 고속 16.3)과 비슷한 수준이다. 심지어 시빅 스포츠의 타이어 규격은 235/40R18로, 아반떼 스마트스트림 1.6G 자연흡기 엔진버전보다 휠림 직경은 1인치, 단면폭은 10㎜ 넓다.
아반떼 스포츠는 비슷한 배기량과 가격대의 타 제조사 기종들과 비교할 때 보다 달리기 성능에 집중한 모습이다. 아반떼 스포츠의 직렬 4기통 1.6리터(1,598cc) 직분사 터보 엔진은 최고 출력 201hp(6,000rpm), 최대 토크 27kg·m(1,500~4,500rpm)를 발휘한다. 여기에 7단 DCT를 결합해 동력 전달 효율을 높이고, 가속 성능을 끌어올렸다. 해당 파워트레인의 파워풀한 가속력은 기존의 아반떼 스포츠부터 동일 파워트레인을 공유하는 K3 GT, 벨로스터, i30 N라인 등을 통해 익히 알려져 있다. 참고로 동일한 파워트레인과 5kg 무거운 K3 GT 5도어가 0→100km/h까지 7초 초반을 기록한 바 있다. 또한 소수 소비자를 위해 6단 수동변속기를 선택사양으로 두었다는 점도 칭찬받을만하다.
다만 성능을 추구한 만큼 연비는 다소 떨어진다. 7단 DCT 기준 아반떼 스포츠의 공인 연비는 복합 12km/L(도심 10.8, 고속 13.7)에 불과하다. 수동변속기 버전의 경우 복합 11.6km/L(도심 10.5, 고속 13.1)로 더욱 뒤처진다. 차이는 크지 않으나, 아반떼 스포츠의 무게(DCT 기준 1,380kg)가 시빅 스포츠(1,345kg)보다 무거운 점도 단점으로 지적된다. 이러한 차량에 225/40R18 규격의 한국타이어 S1노블2를 장착했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규격 자체는 들어맞는 편이나, 해당 타이어는 저소음 컴포트 중심의 타이어로 스포츠 성향과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혼다 센싱 vs 스마트 센스 대결
시빅 스포츠는 파워트레인의 변화와 동시에 혼다의 첨단 운전자보조 시스템인 혼다 센싱을 장착했다. 자동 감응식 정속 주행 장치(ACC) & 저속 추종 시스템(LSF),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LKAS), 오토 하이빔 시스템(AHB), 레인 와치, 추돌 경감 제동 시스템(CMBS)으로 구성되어 있다.
혼다 센싱의 타 기능은 대체로 호평을 얻고 있으나 자동 감응식 정속 주행 장치(ACC) & 저속 추종 시스템(LSF)에 대해서는 국내 소비자들의 반응이 엇갈린다. 우선 자동 감응식 정속 주행 장치(ACC) & 저속 추종 시스템(LSF)은 선행 차량과의 거리를 가장 가깝게 두어도, 실제 거리는 제법 먼 편이다. 정체 구간에서 해당 시스템을 켠 채 주행할 경우, 옆 차로의 차량이 계속해서 끼어들 수 있을 정도다. 물론 안전을 위한 세팅일 수 있으나, 국내 도로 환경상 다소 과하게 느껴진다.
아반떼 스포츠는 보다 저렴한 가격에 첨단 운전자보조 시스템인 현대 스마트센스를 제공한다. 스마트 센스는 중간트림인 모던에서부터 기본으로 장착된다. 여기에는 전방 충돌방지 보조(차량), 전방 충돌 경고, 차로 이탈방지 보조, 차로 이탈 경고, 운전자 주의 경고, 하이빔 보조가 있다. 최고 사양인 프리미엄에는 일상생활에서 유용하게 사용되는 후측방 충돌 경고와 후방 교차충돌 경고가 추가된다.
아반떼 스포츠의 아쉬운 점은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의 부재다. 모던 트림부터 크루즈 컨트롤이 장착되기는 하지만, 차량이 많은 곳에서는 무용지물이다. 만약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을 원한다면 i30 N라인이나 벨로스터 1.6T를 선택해야 한다. 물론 가격은 소폭 상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