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동차, 시기상조일까 시기적절일까?

중국은 규모 면에서 단연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이다. 중국의 토종 자동차 브랜드만 해도 비야디(BYD), 지리(Geely), 그레이트 월, 창안 자동차, 하발, 북기은상, 둥펑소콘 등 승용차부터 상용차까지 가리지 않고 경쟁하고 있다. 그리고 80%가 넘는 내수 점유율을 보여주는 한국 시장에 중국 제조사가 다시 문을 두드리고 있다. 한국 시장에서의 중국 자동차, 시기상조일까 시기적절일까?

중국 자동차를 구매하는 가장 큰 이유, 결국 가격?

중국 자동차가 한국 시장에 공식적으로 상륙한 것은 2017년 아르엠모터스가 둥펑소콘의 소형 트럭과 화물 밴을 판매하면서부터다. 둥펑소콘은 중국 2위의 자동차회사인 둥펑자동차그룹의 계열사이며 국내 브랜드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어필했다. 하지만 국내 소비자들은 안전상의 이유로 중국 자동차를 믿지 못했고 아르엠 모터스 역시 사업을 중단하고 결국 파산에 이르렀다. 둥펑소콘은 국내 소비자들에게 인지도가 낮았으며, 한국소비자들은 무조건 저렴한 자동차만을 찾지 않았다.
 
그러나 중국 자동차의 도전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2018는 신원CK모터스는 둥펑소콘의 판매권을 가져오며, 미니트럭부터 미니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SUV까지 다양한 차종들을 국내 시장에 들여왔다. 앞서 신원 CK모터스 역시 북기은상의 켄보600을 국내에 들여온 바 있지만 최고 출력 147hp 정도의 다소 부족한 동력성능과 트랜스미션 결함문제로 한국시장에 자리잡는데 실패했다.  


중국 자동차, 시기상조일까 시기적절일까?
둥펑소콘 C31 싱글캡 미니트럭

다시 말해 국내 시장에 진출한 중국 자동차들은 가격 면에서 메리트를 갖고 있었으나, 중국 자동차는 브랜드 인지도와 안전성, 동력 성능에서 한계를 보였고 이는 시장성의 제약으로도 이어졌던 것이다. 그나마 최근 볼보를 인수한 지리자동차가 다임러 AG의 지분 9.69%를 매수하며 최대 주주로 등극, 인지도를 크게 개선하며 조금씩 인식은 개선되어가는 중이다.


중국 자동차, 시기상조일까 시기적절일까?
지리모터스 지오메트리 A

짝퉁 취급 받던 중국차, 오리지널리티를 추구하다

지금까지도 국내에서 중국 자동차 제조사들에 대한 인식은 해외(중국을 기준으로) 제조사의 디자인을 흡사하게 만든 일명 짝퉁자동차다. 2003, 중국 5대 자동차 제조사 중 하나인 체리자동차의 QQ는 당시 GM대우의 마티즈와 흡사한 모습으로 화제가 됐고, 2014년 랜드윈드 X7은 레인지로버 이보크와 꼭 빼닮은 외양으로 화제를 모았다. 심지어 CH오토는 전기 슈퍼카 리티아를 아우디 R8과 흡사한 디자인으로 출시했다. 물론 성능마저 빼닮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난 2018 베이징모터쇼에서 중국 제조사들은 짝퉁이미지를 버리고 독자적인 디자인과 각종 첨단 기능들을 품은 신차들을 대거 쏟아냈다. 특히 볼보를 인수하고 고급차 브랜드 링크 & (Lynk & Co)를 설립한 지리자동차는 독자적인 디자인과 꼼꼼하고 고급스러운 실내마감, 독자적인 파워트레인을 갖춘 보루이를 선보였다. 참고로 보루이는 1.8T GDI 엔진, 3.5L V6 알루미늄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 7 DCT 등 파워트레인 선택 폭이 상대적으로 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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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자동차 보루이

자동차 제조사가 역량을 과시하고 연구 개발을 진행하는 데 모터스포츠는 필수적이다. 링크 & (Lynk&Co) 역시 시안 레이싱과 손을 잡고 2018 WTCR 무대에도 진출했다. 특히 2017 시즌까지 볼보 & 시안 레이싱의 드라이버로 활약했던 테드 비요크(The Björk)가 링크 & 코의 03 TCR의 드라이버로 합류하며 화제를 모은바 있다. 링크 & 03 TCR 차량의 동력성능은 TCR 규정에 따라 최고 출력 340hp(6,500rpm), 최대 토크 41.8kgm(5,500rpm)를 발휘한다. 참고로 해당 경기용 차량의 가격은 13만 유로(한화 약 1 6,680만 원) 수준이다.
 
지리의 이러한 선전에는 자동차 광인(狂人)이라 불리는 CEO 리수푸의 열정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 당 간부와의 인연이나 혈연 중심으로 부자가 되는 중국의 다른 기업인들과는 달리, 가난한 시골에서 태어나 고등학교만 졸업했다. 끊임없이 정부를 설득하고 기술 개발 인력을 모으는 데 힘쓴 기업가로, 세계 경제계도 그를 주목하고 있다.


중국 자동차, 시기상조일까 시기적절일까?
링크&코 03

그밖에 중국의 롤스로이스라 불리는 홍치는 독자적 디자인의 고급 세단 홍치 H5’를 공개하며 고급차 시장에서의 중국 내 입지도 강화했다. 중국 제조사들은 새로운 디자인 방향성을 엿볼 수 있는 콘셉트카에도 과거보다 신경 쓴 모습이다. 비야디(BYD)는 전기 SUV 콘셉트카 ‘E 시드를 공개하며 미래 지향적인 디자인과 친환경 기술을 선보였다.

중국 전기 자동차가 국내에 진출한다면?

자동차는 종합기계공업이라 불릴 만큼 수많은 기계들이 조합되어 탄생한다. 때문에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제조사가 품질의 안전성 구현이라는 측면에서 더 유리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전기차 분야에서만큼은 어느 정도 경쟁 해볼 만 하다. 이미 중국은 샤오미, 하이얼과 같은 가전제품 분야에서 급격히 성장한 사례가 있다.


중국 자동차, 시기상조일까 시기적절일까?
비야디는 택시 전용 전기차도 생산 중이다

이는 중국 자동차 제조사 역시 마찬가지다. 중국 정부는 중국의 자동차 제조사들에게 연간 8%의 전기차를 생산하도록 하고 있으며, 향후 3년간 전기차 충전 시설 최적화에 주력할 방침이다. 그리고 이러한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정책을 통해 중국 제조사들은 친환경차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중국 자동차, 시기상조일까 시기적절일까?
비야디에서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판매를 올린 전기차 NEV

특히 중국내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기업은 비야디다. 비야디는 중국 최대의 전기차 및 배터리 제조사로 2009년부터 전기차 시장에 진입했다. 그리고 현재 비야디는 테슬라와 함께 글로벌 전기차 2’ 기업으로 성장했다. 해외에서 인정받은 기술력에 비교적 저렴한 가격이 더해진다면, 한국 소비자들도 끝까지 외면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한국 내 중국 브랜드의 인지도와 신뢰도는 낮은 편이다. 또한 일부 중국 자동차관련 제조사들은 국내 기업 인력을 빨아들여 기술만 흡수하고 팽하는 식의 행태 등으로 국민 정서에도 거부감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러나 점점 압도적인 자본력, 리수푸 회장과 같은 글로벌한 마인드의 기업가의 존재를 기반으로 중국 자동차의 가치는 상승하고 있다. 샤오미가 한국에서도 히트했던 것처럼 비야디와 지리 자동차도 그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양완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