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 날씨가 지속되는 제주도는 이미 성수기나 다름없다. 매주 주말이나 3일 이상의 연휴가 있는 날이면 5분에 5대씩 출발하는 제주도행 비행기 티켓이 매진될 정도다. 이처럼 많은 관광객이 다녀가는 만큼 제주도 내 렌터카 서비스는 질과 양 면에서 압도적인 면모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타인 소유의 자동차를 빌려 사용하는 렌터카의 특성과 제주도라는 지역 특성상 주의해야 할 점도 많다. 렌터카 이용횟수만 60회에 달하는 고수가 제주도 렌터카 이용 시 주의사항을 소개한다
#1] 싼 게 비지떡?
대여료는 차량상태와 연관이 있다
소셜커머스 등이 발달하면서 제주도 내 렌터카 업계에도 가격 비교 및 최저가 바람이 불고 있다. 같은 차량을 저렴한 가격으로 빌릴 수 있는 메리트 덕분에 이용객도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세상에 값 싸고 좋은 물건만 있으란 법은 없다. 모든 렌터카 업체의 차량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가격이 저렴할수록 차령(車齡)이 오래되고 누적 주행거리가 긴 편이다.
실제로 지금도 일부 제주도 렌터카 업체에서는 아반떼 MD와 YF 쏘나타, 쏘렌토 R을 운용하고 있다. 위 차량들의 최종 생산 버전이 각 2015년 10월, 2014년 2월, 2014년 8월이란 점을 감안하면 최소 4~5년간 사용했다는 의미다. 물론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령에 경형·소형·중형의 차령은 5년, 대형은 8년이므로 법적인 문제는 없다. 그러나 렌터카의 주행거리는 일반 차량보다 길고, 대체적으로 차량 상태가 좋지 못하기 때문에 차량 상태에 따라 불쾌한 여행이 될 수도 있다.
문제는 또 있다. 제주도는 공항을 중심으로 수많은 렌터카 업체가 밀집해있다. 하지만 이곳에 자리를 잡지 못한 업체는 공항에서 자동차로 수십분 떨어진 외딴 곳에 위치하기도 하며, 일부는 고객이 직접 버스 혹은 택시를 타고 방문해야 한다. 실제로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나 함께 동문시장을 같이 방문했던 이도 소셜커머스 사이트를 통해 2세대 기아 쏘울을 렌트했는데, 제주공항에서 차로 약 30여분 거리에 위치한 지점까지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물론 제주도에서는 대부분의 업체가 셔틀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대형 업체와 달리 이들의 셔틀버스는 스타렉스 혹은 소형 버스인 경우가 많고, 캐리어를 놓을 자리도 충분하지 않다. 또한 배차시간도 긴 편인 까닭에 성수기에는 수십 분간 차량에 탑승하지 못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따라서 주행거리가 많지 않거나, 여행 경비를 최소화해야 하는 관광객이 아니라면, 한번 더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2] 전기차의 메카,
제주도에서 전기차를 탄다는 것은
제주도는 전기차의 천국이라 할 만하다. 단독주택이 많고, 주행거리가 길지 않은 제주도의 특성상 전기차의 효율성이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와 제주특별자치도 등 관 차원의 정책과 지원도 한 몫 한다. 덕분에 2018년 12월 기준 제주 전기차 보급 대수는 전국의 28%인 1만 5,000대를 넘어섰고, 환경부 자료 기준 제주도 내 전기차 충전소는 1,631개소에 이른다. 서울보다도 약 500곳이나 많은 수치다.
이를 기반으로 제주도 내 렌터카 업체들도 전기차를 증차하고 있다. 실제로 대부분의 업체들이 쏘울 EV와 니로 EV, 코나 EV를 운용하고 있으며, 대기업 렌터카 업체인 L사는 테슬라의 모델 S도 보유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제주도에서 전기차는 탈만할까? 일부 관광객이나 리뷰어, 업체들은 전기차는 충전료가 저렴하고, 충전소가 많아 식사 혹은 관광지 관람 중 충전을 하면 충분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관광객들의 관광 패턴도 비슷하다는 점을 생각해봐야 한다.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점심시간을 전후로 식당을 방문하며, 그 중에서도 유명 맛집을 중심으로 찾아간다. 유명 관광지도 한정되어 있어, 충전소에 많은 전기차가 몰릴 수밖에 없다. 전기차 충전소당 충전기가 1~5개에 불과하고, 최소 수십분의 충전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충전이 어려울 수 있는 셈이다. 이외에도 에어컨 혹은 히터 사용에 따른 주행가능거리 감소, 충전기기 고장 등의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제주도 여행 시 전기차 렌트를 생각하고 있다면, 가급적 1회 충전 시 주행가능거리가 400km에 육박하는 코나 EV, 니로 EV, 쏘울 부스터 EV, 볼트 EV의 대여를 추천한다. 또한 충전은 미리 해놓을수록 좋으며, 위와 같은 문제가 걱정된다면 내연기관 자동차를 이용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 추가 연료비가 지출되겠지만, 전기차의 대여요금은 엔진 자동차보다 비싸다는 점을 감안하면 큰 차이는 나지 않는다.
#3] 완전자차,
만능이 아니다
제주도에서 렌터카를 대여해본 사람이라면 ‘완전자차’ 혹은 ‘슈퍼자차’ 라는 단어를 들어봤을 것이다. 이는 운전자의 과실에 의한 대여차량 손해 시 정해진 면책금만 지불하면 별도의 수리비가 청구되지 않는 제도다. 그러나 완전자차에 가입했다고 해서 무조건 안심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제주도에서 ‘완전자차’에 가입했을 때 알아둬야 할 4가지가 있다.
수십, 수백만 원의 휴차보상료는 별도?
업체마다 규정이 상이하지만, 일부 업체에서는 휴차보상료(수리기간 동안 차량을 운용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보상료)를 예외항목으로 두고 있다. 따라서 수리비에 대한 책임을 면할 수는 있더라도, 표준대여요금의 50%에 해당하는 휴차보상료를 지불해야 할 수도 있다. 대기업 렌터카 기준으로 계산해보자면, 아반떼의 1일 표준대여요금이 12만원이므로 사고발생 시 1일당 6만원의 휴차보상료를 지불해야 하는 셈이다. 미리 완전자차에 휴차보상료가 포함되어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 현명하다. 참고로 국내 렌터카 업계 톱 1, 2위를 다투는 롯데렌터카와 AJ렌터카는 제주도에 한해 완전자차 가입 시 휴차보상료를 면제해준다.
한도가 있는 완전자차
그렇다고 수리비와 휴차보상료가 모두 포함되어있다고 안심해도 되는 걸까? 정답은 ‘아니오’다. 제주도내 여러 업체가 수리비와 휴차보상료의 한도를 200~500만원 수준으로 한정하고 있는 이유에서다. 즉 수리비와 휴차보상료의 합이 200~400만원을 초과하게 되면 이외의 부담금은 모두 임차인의 몫으로 청구된다. 경미한 사고의 경우 이와 같은 제도가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대형 사고의 경우 많게는 수백만 원의 수리비를 지불해야 한다. 일부 대형 렌터카는 이러한 휴차보상료 및 한도를 제한하지 않으므로 잘 알아보는 것도 좋다.
휠&타이어는 완전자차에서 제외?
일부 업체에서는 휠과 타이어를 완전자차 항목에서 제외하는 사례도 있다. 소모품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제주도는 골목골목마다 좁은 돌담길이 많고, 포트홀도 상당히 많은 편이다. 따라서 사전에 유선상으로 보험 내 휠&타이어 적용 여부를 알아보자. 또한 대여 시 타이어의 상태를 미리 확인하고, 마모가 심할 경우 업체에 고지 혹은 차량교환을 청구하는 것도 방법이다.
단독사고는 보상이 불가능하다고?
완전자차의 보장 범위에서 단독사고를 제외하는 업체도 더러 있다. 즉 혼자서 벽을 들이받거나 미끄러진다면 임차인의 100% 과실이라는 의미다. 이러한 부분은 약관을 꼼꼼히 살펴보거나, 업체에 미리 문의해야 한다.
#4] 과속불가,
제주도의 도로
극성수기나 출퇴근시간을 제외하면 제주도의 도로는 비교적 한산한 편이다. 이 때문에 일부 스피드를 즐기려는 관광객은 해안도로나 외곽에서의 질주를 꿈꾸기도 한다. 특히 렌터카 시장의 발달과 관광객의 증가에 따라 렌터카 업체들도 스팅어와 G70, 430i 컨버터블, 카마로, 머스탱 등 고성능 자동차를 운용하고 있어 선택권이 많은 편이다. 하지만 이러한 목적으로 고성능 자동차를 대여하기 전에 제주도의 도로 사정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제주도의 주요 도로는 대부분 연동신호방식으로 작동되므로 과속은 무의미하다. 만약 도로의 제한 속도가 70km/h일 경우 70km/h로 주행하면 계속해서 직진 녹색등 신호를 받아 주행할 수 있다는 의미다. 70km/h를 초과하면 불필요하게 감속해야 하고, 오히려 다른 차량보다 늦어지는 상황이 발생한다. 연료효율 측면에서도 좋지 않다. 따라서 제주도에서는 정해진 속력 내에서 주행하는 것이 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