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코너에서는 매월 주요 차종 판매량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입차 한 자릿수, 국산차 두 자릿수 판매량을 기록한 차종들을 살펴보기로 한다.
매력 요소를 갖추고 있고, 향후 1년 내에 세대 교체나 풀체인지 이슈가 없음에도
판매량이 저조한 차량들의 가치와 과제를 동시에 살펴본다.
4대, 8대, 16대, 자동차 제조사의 한 달 판매량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이상한 숫자다. 처음은 인피니티의 스포츠 쿠페인 Q60, 다음은 닛산의 플래그십 SUV 패스파인더, 마지막은 국산 유일의 왜건이라 할 수 있는 현대자동차의 i40이다. 초고가의 럭셔리카나 스포츠카도 아니고 동력성능이나 실내외 디자인 역시 나쁘다고만은 할 수 없으며, 후속 차종이 곧 도래할 ‘끝물’도 아닌데 왜 이런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들어야만 했을까? 이 자동차들의 숨은 매력과 이를 가리는 약점 그리고 그 해결을 위한 과제는 무엇인지 SWOT(강점, 약점, 기회, 위협) 분석으로 살펴보았다.
인피니티의 스포츠쿠페 Q60는 2018년 5월, 온갖차에서도 시승을 통해 살펴본 바 있다. 멋진 디자인, 흠 잡을 데 없는 동력 성능과 기대 이상의 연비, 후륜 구동 특유의 운전 재미, 주행 시의 안락감 등 모든 것이 평점 A급이었다. 그러나 지난 해 4월 출시 이후 거의 매달 판매량이 두 자릿수를 넘은 적이 없다. 사실 일본 브랜드의 고성능차는 마니아들을 위한 차종이긴 하지만 해당 제조사의 기술력이 집약된 차량인만큼 이 정도의 판매 부진은 분명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부분이다.
강점 : 성능 대비 연비 ∙ 오디오 ∙ 시트
사실 이 자동차의 매력 포인트만 열거해도 기사 한 편은 나올 정도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덜 부각된 것이 우수한 성능 대비 연비다. 최고 출력 401hp(6,400rpm), 최대 토크 48.4kg∙m(1,600~5,200rpm)의 3.0리터(2,997cc) 트윈터보 엔진과 7단 자동변속기를 적용했는데 공인 복합 연비는 9.6km/L이다. 그러나 실제 연비는 이 이상이며 특히 고속도로 주행에서의 가∙감속 시 우수한 효율성이 돋보인다. 3.3리터 트윈터보 엔진을 장착한 국산 고성능차들이 고질적인 연비 문제를 보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오디오는 인피니티의 다른 차종에 적용된 바와 같이 보스 사의 제품이지만 제품군 내 최고 사양이다. 주행 시 감성적인 부분을 중시하는 쿠페 유저들을 감안하면 매력적인 사양이다. 또한 시트의 착좌감과 안락감도 우수하다. 특히 하반신에 대한 압박감이 적으면서도 자세를 고정해주는 감각은 스포츠카가 불편하다는 편견을 버리게 한다.
약점 : 안락감 중심의 가속과 제동
그러면 가격 외에는 약점이 있을까? 의외로 몇 안 되는 유저들과 시승 경험자들은 가속 성능을 꼽는다. 정지 상태에서의 가속에서는 동일 배기량의 트윈터보 엔진 대비 다소 약한 토크와 느린 변속 반응 때문에 차체가 가벼운 쿠페임에도 5초 중반 이하를 기록하기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제동력 역시 강력한 고속 주행에 맞게 세팅되기보다는 GT 성향조차 느껴지는 정도다. 단점은 아니지만, 소비자라면 결국 네임밸류와 성능 모두에서 앞서는 경쟁 기종인 BMW M2와의 차이를 인식하지 않을 수 없다.
기회 VS 위기 : 라인업 확대 VS 글로벌 위상 위축
인피니티의 Q60는 현재 한국 시장에 후륜 구동과 최고 출력 401hp의 단일 트림으로 판매 중이다. 해외에는 최고 출력 300hp의 하위 트림이 2개가 더 있으며 4륜 구동이 각 트림마다 적용된다. 볼륨 차종이 아닌데다 어차피 Q60의 포지셔닝을 감안했을 때 300hp 사양이 큰 메리트가 없다면 현재 401hp 차량에 4륜 구동이 적용된 기종을 들여오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다만 인피니티 자체의 인기가 글로벌 시장에서 하락세인 것이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요소다. 비교적 고부가가치 고성능차가 잘 팔리는 서유럽 시장에서는 2020년 초 철수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또한 G37에 큰 호응을 보내 주었던 미국 시장의 반응이 차갑다. 글로벌 관점에서는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내홍 등을 무시할 수 없다.
또한 가장 큰 위협은 하반기 출시 예정인 BMW의 고성능 라인업들이다. 특히 M은 아니지만 M340i는 382hp의 최고 출력, 0→100km/h까지 4.4초에 불과한 가속성능을 발휘하면서도 국내 출시 신차 가격이 7,500만 원 정도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여기에 컨버터블인 Z4 등도 마찬가지다. 결국 이 차들과 차별되는 Q60만의 스토리를 만들어야 할 시점이다.
닛산 패스파인더의 4월 판매량은 8대에 머물렀다. 동급 경쟁기종인 파일럿이 42대, 풀체인지를 앞두고 있는 ‘끝물’인 포드 익스플로러조차 84대를 판매한 것에 비하면 각각 5.25배, 10.5배 차이다. 경쟁자들이 쟁쟁하다고 해도 이렇게나 밀릴 자동차일까?
강점 : 국산차에 가까운 편의장비와 디자인
닛산 패스파인더는 전폭이 1,795㎜로 동급 SUV보다 다소 좁지만, 전장 5,045㎜, 휠베이스 2,900㎜으로 깊은 전후 공간에 기반한 레그룸을 자랑한다. 특히 휠베이스는 팰리세이드와 동일하다. 여기에 수입차에는 잘 적용되지 않는 사양인 열선 내장 도어 미러를 비롯해, 1열 냉∙난방 시트, 열선 스티어링 휠, 2열 열선 시트, 높은 사운드 해상도를 자랑하는 보스 사운드 시스템이 적용된다.
안전 기능에서도 편의 장비 부자인 주요 국산차의 ADAS 기능에 필적할 만한 닛산의 신기술이 두루 적용되어 있다. 닛산 세이프티 실드 테크놀로지는 비상 브레이크, 후측방 경고, 사각지대 경고, 크루즈 컨트롤 시 저속 주행이 가능한 차간 거리 지원 등도 지원한다. 이 외에 혼다 파일럿에는 없는 힐 스타트 지원(오르막) 및 힐 디센트 컨트롤(내리막) 등도 있다.
대형 SUV답지 않은 날카로운 디자인 역시 패스파인더의 매력이다. 전면부의 V쉐입 라디에이터 그릴과 입체감 있는 범퍼, 유려한 볼륨감이 넘실대는 측면 등은 타 대형 SUV에서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여성적 우아함도 느껴진다.
약점 : 동력 성능
패스파인더의 체중은 2,105kg으로 익스플로러에 이어서 2위다. 파일럿의 엘리트 트림이 1,965kg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무거운 체중을 자랑한다. 그러나 동급 배기량의 엔진을 장착한 차종 대비 최고 출력 20hp 정도 부족하다. 닛산의 3.5리터(3,498cc) 자연흡기 엔진은 최고 출력 261hp(263ps, 6,400rpm), 최대 토크 33.2kg(4,400rpm)이다. 사실 최대 토크가 36.2kg∙m(4,700rpm)에 공차 중량이 더 가벼운 혼다 파일럿도 발진 시 거동이 그리 가뿐한 편은 아니다. 그런데 더욱 무거운 공차중량을 자랑하는 패스파인더의 경우는, 출력 응답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CVT가 결합된 파워트레인이다.
기회 VS 위기 : 가격 경쟁력은 OK, 더 강해지는 경쟁자들
패스파인더의 매력은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이다. 단일 트림인 패스파인더는 5,340만 원이다. 혼다 파일럿의 하위 트림인 8인승의 가격이 5,490만 원, 포드 익스플로러 2.3리터 에코부스트가 5,540만 원 수준이다.
그러나 포드 익스플로러 6세대가 2019년말 출시를 앞두고 있고, 5월 말에는 한 체급 아래지만 효율적인 다운사이징 엔진과 럭셔리한 사양을 갖춘 링컨의 노틸러스가 출시될 예정이다. 혼다 파일럿은 여전히 건재하며 본격적 SUV 시즌을 맞아 각 영업점에서 인기리에 판매 중이다. 이들과의 간극을 좁힐 비장의 무기가 없다면 패스파인더의 고전은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의 i40는 상반된 두 가지 이유에서 수입차나 다름없는 차로 인식된다. 하나는 국내 유일의 왜건으로서, 주요 유럽 제조사와 견주어도 뒤질 데 없는 품질을 자랑한다는 점, 그리고 수입차만큼이나 잘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로 4월 한 달간 팔린 i40는 16대 수준이다. 2018년, 외관과 인테리어에 변화를 가미하고, 전방 충돌방지 보조 등 ADAS를 대거 적용해 편의사양도 높였지만 반응은 신통치 않다.
강점 : 기본부터 최고 사양
i40는 기본 트림인 스마트부터 타 차종의 상위 트림에 적용될만한 사양들이 기본으로 적용된다. 특히 하이빔 보조의 경우, 투싼의 스마트 트림에서는 기본이 아닌 선택 사양이다. 조향연동 후방모니터는 신형 쏘나타(DN8)의 스마트 트림에서도 선택사양이며, 프리미엄 트림이 되어야 기본이다. 이에 비하면 i40의 사양은 타 차종 대비 상당히 상위 사양으로 시작하는 셈이다.
또한 왜건의 트렁크에 적용된 러기지 레일의 경우 레저 활동 시 다양한 물품의 수납에 용이한 환경을 제공한다. 또한 SUV보다는 낮은 높이에 해치백처럼 열리는 테일게이트는 물건 수납 시 편안한 자세를 취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약점 : 스마트스트림 D1.6도 있는데 왜 2.0GDI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