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와 시계는 공통점이 매우 많고, 따라서 고급 제품의 경우 마니아층이 일정 부분 겹친다. 고정적 성역할에 얽매는 것 같지만, 아직도 성공한 남성의 아이템이라는 점으로 꼽힌다. 또한 비쌀수록 매우 복잡한 구조를 갖고 정교하게 작동하며 우수한 퍼포먼스를 발휘하고 아름다운 디자인을 갖고 있다. 때문에 슈퍼카 제조사에서도 유명 시계 제조사와 협업을 해서 슈퍼카와 어울리는 슈퍼 시계를 출시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 콘텐츠에서는 슈퍼카와 잘 어울리는 시계들을 살펴보려 한다.
B의 의지 벤틀리와 브라이틀링
이름도 비슷한 벤틀리와 브라이틀링의 인연은 2003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벤틀리는 플래그십 쿠페인 컨티넨탈 GT를 출시 하면서 대시보드에 브라이틀링 시계를 탑재했다. 이것을 시작으로 브라이틀링은 벤틀리와 현재까지 파트너십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 2018년에는 벤틀리–브라이틀링 1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브라이틀링에서 특별한 시계를 출시 했다. 바로 ‘프리미어 B01 크로노그래프 42 벤틀리 브리티시 레이싱 그린’이다. 이름부터 길고 멋있는 이 시계는 1929년 출시된 벤틀리 블로워의 대시보드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됐다. 또한 벤틀리를 대표하는 녹색인 브리티시 레이싱 그린으로 되어 있어 고급스러움을 극대화 했다. 직경 42㎜의 스테인리스 스틸 재질의 케이스 옆면에는 벤틀리 플레이트도 부착되어 있다. 최대 70시간까지 작동하는 브라이틀링의 기계식 무브먼트 칼리버 01로 구동되며 이 무브먼트는 벤틀리 로고가 새겨진 투명 백케이스를 통해 볼 수 있다. 시계 다이얼에도 ‘벤틀리’ 로고가 새겨져 있다. 가격은 8,500달러(한화 1천만원)이다.
2019년에는 벤틀리 100주년을 기념해서 벤틀리 컨티넨탈 GT 넘버 9 뮬리너(벤틀리의 맞춤 서비스 프로그램) 에디션을 출시 하면서 브라이틀링에서도 특별한 시계를 출시했다. ‘프리미에르 벤틀리 센테너리 리미티드 에디션’이다. 이 시계는 18K 레드골드 또는 스테인리스 스틸로 제작됐으며 다이얼은 느릅나무재질로 되어 있다. 2018년에 선보인 프리미어 B01 크로노그래프 42 벤틀리 브리티시 레이싱 그린과 동일한 무브먼트와 디자인을 사용했다. 가격은 가죽 스트랩이 9,950달러(한화 1,180만원), 스틸 스트랩은 1만 2,000달러(한화 1,200만원), 레드골드 버전은 2만8,000달러(한화 3,300만원)이다.
역사가 짧은 하이엔드의 만남
람보르기니 로저 드 뷔
로저 드 뷔는 100년이 넘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명품 시계 메이커들과 비교하는 까마득한 신생 시계 제조사다. 하지만 로저 드 뷔의 성능과 디자인 그리고 가격은 100년이 넘는 시계 메이커들 보다 훨씬 앞선다. 람보르기니도 비슷하다. 현재 람보르기니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슈퍼카 제조사들인 페라리(1947년), 포르쉐(1931년) 보다 늦게 시장에 뛰어 들었지만 현재는 람보르기니만의 멋으로 세계 3대 슈퍼카 제조사가 됐다.
로저 드 뷔와 람보르기니의 인연은 2017년 로저 드뷔가 람보르기니의 모터스포츠 디비전인 람보르기니 스와드라 코르세와 파트너십을 채결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람보르기니가 아벤타도르의 고성능 버전 아벤타도르 S를 출시하면서 로저 드뷔 역시 자사의 인기 기종인 엑스칼리버와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S와 협업해 ‘엑스칼리버 아벤타도르 S’를 선보였다. 엑스칼리버 아벤타도르 S는 6.5리터 V12 엔진처럼 거대한 45㎜의 커다란 케이스 속에 차동 장치와 연결된 45° 더블 스프링 밸런스를 넣어 마치 시계 속에 아벤타도르의 엔진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모습이 특징이다. 또한 케이스는 탄소섬유로 제작되어 슈퍼카를 위한 슈퍼 시계다운 면모를 보여준다. 가격은 88개 한정판 제품은 19만 4,000달러(한화 2억2,000만원), 8개 한정판 제품은 21만 6,000달러(한화 2억5,000만원)이다.
또한 로저 드뷔는 2019년 1월 람보르기니와의 두번째 협력 제품인 로저 드 뷔 우라칸 퍼포만테를 출시했다. 이전 엑스칼리버 아벤타도르 S처럼 우라칸의 V10 엔진을 연상시키는 스트럿바 디자인이 특징이며 스트랩은 알칸타라 재질로 마감했다. 또한 12° 각도 균형의 이스케이프먼트와 테두리를 닮은 로터를 보여주는 오토매틱 와인딩 메커니즘을 갖추었다. 가격은 5만250달러(한화 6,000만원)이다.
슈퍼카, 슈퍼워치 = 페라리, 위블로
위블로는 역사는 짧지만 신소재를 적극 활용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정상급 시계 브렌드로 우뚝 선 경우다. 특히 2008년 세계 최대 사치품 기업 LVMH에 인수되며 더욱 빠르게 성장했다. 위블로와 페라리의 교차점은 F1이다. 위블로는 F1 공식 스폰서고 페라리는 F1 최고의 팀이다. 또한 위블로와 페라리는 엄청나게 비싼 하이엔드 제품이라는 점도 비슷하다.
페라리와 위블로는 2011년 파트너십을 채결해 2012년에 위블로 빅뱅 페라리 매직골드를 선보였다. 빅뱅 페라리 매직 골드는 18K 골드를 사용해서 만든 45㎜ 케이스와 페라리 특유 속도계를 옮겨 놓은 듯한 다이얼과 도금된 페라리 로고가 인상적이다. 가격은 3만6,700달러(한화 4,355만원)이다. 또한 하이브리드 하이퍼카 라페라리의 출시에 맞춰 MP-05 라페라리와 MP-05 라페라리 사파이어를 공개 했다. MP-05 라페라리는 페라리의 V12 엔진의 엔진 블록과 실린더 헤드를 그대로 재현한 독특한 무브먼트가 특징이다. 특히 MP-05 라페라리 사파이어는 기존 MP-05 라페라리와 동일하나 투명한 사파이어 크리스탈을 가공한 케이스로 되어 있다. 가격은 499개 한정 생산인 MP-05 라페라리가 30만 달러(한화 3억5,000만원), 사파이어는 60만 달러(한화 7억1,000만원)다.
2017년에는 위블로가 페라리 70주년을 기념해서 ‘테크프레임 페라리 70주년 투르비용 크로노그래프’를 출시했다. 이 시계는 페라리의 수석 디자이너 플라비오 만조니가 디자인해 페라리의 DNA가 그대로 담겨있는 시계다. 카본으로 마감된 제품과 티타늄으로 만들어진 제품, 18k 골드로 만든 버전 이 존재하며 각각 70개 한정판매 했다. 가격은 카본 버전이 13만7,000달러(한화 1억6,000만원), 티타늄 버전은 12만7,000달러(한화 1억5,000만원), 골드 버전은 15만8,000달러(한화 1억8,000만원)다.
장인정신 수제 메이커,
부가티 파르미지아니 플러리에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자동차인 부가티 시론은 매우 특별한 시계 메이커와 손을 잡았다. 우리나라에는 생소한 파르미지아니 플러리에다. 이 회사는 이제 겨우 창립한지 30년 됐지만 현재 최상급 손목시계 메이커로 손꼽힌다. 부가티와는 2001년 파트너십을 맺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파르미지아니라는 이름을 알리게 된 계기 역시 부가티와의 파트너십이 컸다. 2004년 세계 최초로 400km/h의 벽을 넘은 부가티 베이론이 출시되면서 파르미지아니도 부가티 베이론의 디자인을 채용한 부가티 타입 370을 발표했다. 파르미지아니 부가티 타입 370은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드럼형 무브먼트로 나오며 새로운 하이엔드 시계를 찾는 부자들에게 큰 환영을 받았다.
2017년에는 1,500마력의 하이퍼카 부가티 시론 출시를 기념해 파르미지아니 부가티 타입 390을 공개했다. 부가티 타입 390역시 파르미지아니만의 두 쌍의 배럴세트로 구성된 원통형의 독특한 무브먼트가 특징이다. 다만 타입 370의 무브먼트가 세로 배치였다면 타입 390은 무브먼트가 가로 배치다. 가로로 배치된 무브먼트에는 부가티 로고가 새겨져 있다. 케이스의 소재는 화이트 골드와 로즈 골드 두가지로 제작되며 각각 10개씩 한정 생산된다. 가격은 29만5,000스위스프랑(한화 3억5,00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