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스로이스가 고스트 1세대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모델 ‘제니스(Zenith)’를 선보였다. 지난 2009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고스트’란 차명을 공식적으로 처음 공개한 이래 꼭 10년만이다. 정상을 의미하는 ‘제니스’는 7세대 팬텀의 마지막 모델에서도 ‘팬텀 제니스 컬렉션’으로 사용된 바 있다. 이미 2019년 초 고스트의 위장막 차량이 포착된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굿바이 선언이다. 롤스로이스는 고스트의 이러한 마지막을 기리기 위해, 롤스로이스 제니스 컬렉션을 단 50대만 한정 판매한다고 밝혔다.
롤스로이스 고스트는 1906년, ‘세계 최고의 자동차(The best car in the world)’로 찬사를 받은 실버 고스트(Silver Ghost)에서 그 이름을 따온 자동차다. 콘셉트카인 2009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선보인 실험적 콘셉트 모델 ‘200EX’이었으며, 2009년 말부터 시판을 시작한 이래 롤스로이스의 브랜드 가치를 한층 끌어올린 자동차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롤스로이스의 이미지를 성공한 부자 노인들의 자동차에서 역동적인 신흥 부호들의 자동차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실질적으로 롤스로이스에 따르면 고스트 등장 이후 브랜드의 평균 고객 연령이 43세 정도로 젊어졌다고 한다.
롤스로이스는 200EX 콘셉트카의 가치를 기념하기 위해 고스트 제니스 컬렉션의 센터 콘솔 장식을 200EX에 적용됐던 환희의 여신상(Spirit of Ecstasy)을 녹여 만든 주괴(Ingot, 鑄塊 : 네모난 블록 타입 금속 덩어리)로 센터 콘솔 장식을 만들어 50대 모두에 적용했다. 여기에는 여기엔 주괴의 출처와 고스트를 정의하는 핵심 디자인 패턴 3줄이 각인돼 있다.
또한 설계도에서 영감을 얻은 거대한 추상화를 1/50로 나누고 그 패턴을 주괴와 함께 센터 콘솔 장식에 적용했다. 그러니까 전세계로 흩어지는 50대의 롤스로이스 고스트 제니스의 오너들은 어디에도 없는 자신만의 차를 갖게 됨고 동시에, 센터 콘솔을 모으면 이 거대한 추상화가 완성된다.
환의의 여신상과 롤스로이스 특유의 아날로그 시계에는 ‘고스트 제니스 컬렉션’이 새겨져 소장 가치를 더한다. 고스트 내부 도어의 포켓에는 미세한 구멍을 낸 가죽을 통해 빛을 발산하는 앰비언트 라이트가 적용됐다. 또한, 1, 2열 도어 내부 우드 인테리어 트림에는 기하학적 무늬를 상감하는 마르케트리(marquetry) 기법이 적용되었다.
또한 1,340가닥의 광섬유를 사용한 캐빈 천장의 스타라이트 헤드라이너(starlight headliner)에는 천장에서 쏟아지는 유성 패턴을 추가했다. 익스텐디드 휠 베이스 제니스의 경우 환희의 여신상의 역동적인 실루엣을 형상화한 패턴이 적용되었다. 2열 시트에는 1907년 오리지널 실버 고스트에서 영감을 얻은 자수가 적용되어 있는 등 롤스로이스다운 화려함을 유감없이 구현했다.
토스텐 뮐러 외트뵈스 롤스로이스 CEO도 “고스트 제니스 컬렉션은 그 동안 상상해왔던 럭셔리 세단의 미래지향적 가치와 연구 태도가 모두 반영된 자동차”라며 “이 자동차를 구입하는 고객들 모두 자동차 역사상 매우 진귀한 자동차를 손에 넣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맞이했다”며 고스트 제니스 컬렉션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고스트 제니스 컬렉션의 외관에는 이과수 블루(Iguazu Blue)와 안달루시안 화이트(Andalusian White), 프리미어 실버(Premiere Silver)와 악틱 화이트(Arctic White), 보헤미안 레드(Bohemian Red)와 블랙 다이아몬드(Black Diamond) 등 세 가지 컬러 조합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그 중 이번 컬렉션에 들어간 실버 새틴(Silver Satin) 컬러의 보닛은 200EX에서 처음 선보인 바 있다.
롤스로이스의 고스트는 6.6리터(6,592cc)의 트윈 터보 엔진을 장착한다. 이 엔진은 고스트 최초 공개 이후 조금씩 동력 성능이 강화되었는데, 현행 차량은 570ps(5,250rpm)의 최고 출력과 83.6kg∙m(1,500rpm)의 최대 토크를 발휘한다. 블랙뱃지 차종의 경우는 612ps의 최고 출력과 85.6kg∙m(1,650~5,000rpm)의 최대 토크를 발휘한다. 변속기는 ZF사의 8단 자동변속기를 맞물려 파워트레인을 구성한다.
한편 2019년 초 위장막을 쓴 모습으로 포착됐던 2세대 고스트 차량은 오는 2020년 하반기에서 2021년 초에 선보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플랫폼은 8세대 팬텀과 컬리넌의 것을 공유할 가능성이 높으며 경량화된 섀시를 적용할 것이라고 자동차 전문가 및 업계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글
한명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