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크푸르트 현지 시간으로 9월 11일, BMW가 2019 프랑크푸르트모터쇼(이하 ‘IAA’)에서 4시리즈의 차세대 차종 콘셉트카를 공개했다. 4시리즈는 3시리즈 쿠페를 계승한 차종으로 첫 세대 7년간 많은 인기를 누렸다. 쿠페를 기본으로 컨버터블과 4인승인 그란 쿠페 등 장르도 다양했고, 고성능 차종인 M4(F82/F83) 역시 글로벌 시장에서 큰 인기를 누렸다.
코드 네임 F 시대의 4시리즈(F32∙F33∙F36)는 지난 2017년 페이스리프트를 거쳤고 내년인 2020년 풀체인지를 거친 2세대 차종(G22∙G23∙G26)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BMW는 ‘콘셉트 4’라는 이름의 심플한 콘셉트카를 통해 새로운 4시리즈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다.
최근 2년 내 콘셉트카를 공개하고 출시를 단행한 Z4, 8시리즈는 콘셉트카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등장했다. 따라서 콘셉트 4의 디자인 역시 양산형에 가까울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우선 4시리즈 특유의 쿠페형 차체의 비례감을 더욱 강조했다. 휠베이스를 늘이고 후면 윈드실드를 패스트백에 가깝게 다듬어 보닛을 더욱 길어 보이게 만들었다. 또한 벨트라인이 높고 윈도우의 상하 폭은 좁게, 전체적인 윤곽은 길게 만들어 날카롭고 우아한 선을 만들어냈다.
근육질의 펜더는 다소 과장된 감이 있지만 양산차로 출시된다면 보다 절제된 모습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보닛 후드 앞부분의 볼륨감도 관능성을 자랑한다. 콘셉트카에 적용된 컬러는 포비든 레드로 생생하고 선명한 빛깔을 자랑한다. 고광택의 이 컬러는 음영부에서 깊이 있는 블랙으로 보이며 이를 통해 차량의 측면 볼륨감과 선을 더욱 드라마틱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양산 차량에도 적용될 수 있다면 큰 호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도어 미러는 콘셉트카답게 공력 성능을 최선으로 두고 설계된 모습을 보인다. 위쪽은 윈도우의 알루미늄 트림이 연결되어 있고 아래쪽은 차체의 컬러와 동일한 포비든 레드가 적용되어 화려하고도 첨단적인 느낌을 구현한다. 측면에는 작게 BMW 엠블럼이 구현되어 있다.
가장 화제가 되는 것은 역시 분리형 키드니 그릴을 선택하지 않고 세로로 긴 라디에이터 그릴을선택했다는 점이다. 좌우 영역이 나뉘어 있지 않고 붙어 있는 형상이다. 물론 가운데 프레임을 통해 분리하고 있지만 전체적인 윤곽은 한 덩어리로 보인다. 사실 이러한 라디에이터 그릴 디자인은 2016년 BMW 100주년을 기념해 선보였던 비전 i 넥스트 콘셉트카에서도 선보인 바 있으므로 낯설지는 않다. 최근 BMW의 플래그십 세단인 7시리즈나 X7 등에도 상하 폭이 넓어지고 좌우는 좁으며 전체 윤곽이 한 덩어리로 보이는 새로운 키드니 그릴이 적용되고 있다. 다만 이에 대한 선호도는 갈린다.
BMW 디자인의 수장인 도마고이 듀켁(Domagoj Dukec)은 “키드니 그릴은 BMW의 시그니처”라고 전제한뒤 ”콘셉트 4에서는 이를 보다 자신감 있고 한 단계 수준 높은 디자인으로 구현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세로 방향의 키드니 그릴이 생소할 수 있겠지만 과거 BMW 328이라든가 3.0CSi 등에도 적용되었던 것으로 BMW의 전통과 전설이 담긴 형상이기도 하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후미 디자인은 전면만큼이나 역동성을 강조했다. 수평성을 더욱 강조한 윤곽에 캐릭터 라인은 대담하게 삭제했다. 그러나 샤프한 리어 램프 쪽으로 강하게 꺾여 들어간 후미는 현재 8시리즈나 Z4 등에서 보던 것보다 더욱 과감하게 표현되어 있다. 리어 램프의 측면에도 도어 미러 측면과 같이 흑백의 BMW 엠블럼이 적용되어 있다. 리어 램프는 단일한 파이버 옵틱(광섬유)을 통해 이전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그래픽 발광 효과를 구현한다. 발광 유닛을 단일화할 수 있는 광섬유와 LED의 접목은 후미등 디자인의 역동적이고 과감한 변화를 견인하는데, BMW의 콘셉트 4는 이러한 성향을 가장 극적으로 반영한다.
BMW는 2019년 IAA를 통해 콘셉트 4를 비롯해 수소연료전지 콘셉트카인 i 하이드로젠 넥스트 등을 공개했다. 엔진 자동차에서 인기를 누린 모델의 최신화와 수소 경제가 빠르게 구축되고 있는 독일의 환경에 맞춘 새로운 파워트레인 전략을 동시에 내보인 BMW의 모습은 변화의 시점에 선 제조사들의 고민과 전략을 잘 보여 준다.
글
한명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