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담금질 중인 벨로스터N ETCR 공개

모터스포츠 역시 전동화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전기차의 F1이라 불리는 포뮬러E가 인기를 얻고 있으며 WRX에서는 2021년부터 배터리 기반 머신이 등장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투어링카 영역에서도 전동화 클래스인 ETCR 2020 시즌부터 시작된다. 현대자동차는 2019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이하 ‘IAA’)에서 ETCR에 출전할 새로운 차종을 공개했으며 주요 테스트 결과를 실시간으로 공개하고 있다. 바로 벨로스터N의 고성능 전기차(BEV) 레이싱카다.

벨로스터N ETCR 머신은 현대자동차의 첫번째 전기 스포츠카 프로젝트다. 지난 9월 셋째 주 주말, 현대자동차는 F1 WTCR 등 주요 모터스포츠 종목의 무대인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헝가로링에서 벨로스터N ETCR 차량의 테스트 세션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테스트는 순조로웠으며 어떤 문제도 없었다는 것이 현대자동차 유럽 법인의 메시지다.

벨로스터의 외양을 따르고 있으나 벨로스터N ETCR은 근본적으로 개념이 다른 레이아웃을 갖고 있다. 배터리는 차체 바닥에 깔려 있는 방식이고 모터를 미드십으로 배치한 후륜 구동 차량이다. 후륜에는 더블 위시본 서스펜션을 적용해 그간 현대자동차가 엔진의 시대에도 시도한 적 없는 하드코어한 레이싱 머신이 될 전망이다

특히 새로운 레이아웃과 섀시는 점점 그 중요성이 강조되는 개개의 테스트 주행에서 인상 깊은 성능을 보이고 있다고 현대자동차는 전했다. 아직 공식적인 동력 성능을 발표하지는 않았으나, 2018 ETCR 머신을 먼저 공개한 세아트 레온 쿠프라 기반의 ETCR 차량이 최고 출력 500kw(680ps) 수준을 발휘한다는 점을 봤을 때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본적으로 TCR을 포함해 대부분의 모터스포츠는 최고 출력의 범위 혹은 무게 당 출력의 비를 정해 놓기 때문이다.


현대차, 담금질 중인
벨로스터N ETCR 공개
세아트 레온 쿠프라 기반의 ETCR 차량

처음은 어떤 프로젝트에서나 중요한 이정표이지만 벨로스터N ETCR 프로젝트의 처음은 그 가치가 본질적으로 다르다.” 현대자동차 모터스포츠 사업부의 책임자인 안드레아 아다모의 메시지다. 그는 “BEV 기반의 동력원, 미드십으로 배치한 모터의 위치, 후륜 구동, 섀시와 서스펜션의 구성까지 처음을 넘어서는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잘 알려져 있듯 현대자동차 모터스포츠 팀은 TCR에서 괄목할 만한 성적을 거두어 왔다. ETCR에서도 그 영광을 이어나갈 만한 강력한 머신을 만들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는 것이 안드레아 아다모가 전하는 메시지의 핵심이기도 하다.

벨로스터N ETCR 프로젝트는 단순히 모터스포츠를 넘어 현대자동차 전동화 전략의 또 한 축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엔진 시대에는 후발 주자였지만, 전동화 파워트레인으로의 이행 과도기인 현재, 현대자동차는 1회 충전시 주행 거리, 동력 성능 등 모든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현대자동차는 넥쏘의 수소연료전지 기반 파워 유닛, 코나 일렉트릭의 배터리 기반 파워 유닛이 2019 <워즈오토>가 선정한 세계 10대 엔진에 꼽힌 바 있다. ETCR은 엔진 시대에 못 다 이룬 완성도 높고 경쟁력 있는 고성능차로서의 꿈을 전기차 시대의 양산차에서 이루겠다는 복안을 담은 프로젝트로도 볼 수 있다.


현대차, 담금질 중인
벨로스터N ETCR 공개
글로벌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현대자동차 수소전기차 넥쏘(왼쪽)와 코나 일렉트릭(오른쪽)

그러나 경쟁자들 역시 만만치 않다. 앞서 언급한 세아트 레온 ETCR을 포함해 다수의 제조사들이 속속들이 강력한 경쟁 차량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현대자동차의 벨로스터N ETCRi30N TCR이 그랬던 것처럼 투어링카 영역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앞으로의 담금질 결과가 기대된다.


한명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