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자동차라고? 해외에서만 볼 수 있는 초경량 스포츠카!

해외의 경우 간혹 뼈대만 있거나 오픈휠 타입의 초경량 스포츠카들도 정식 번호판을 달고 일반 도로를 달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타이어폭과 차폭, 차고 등 제원에 대한 제한이 다소 엄격한 편이다. 물론 국토교통부도 세계적인 차량 고성능화 트렌드 등에 맞춰 조금씩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입장이나,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이번 콘텐츠에서는 한국의 도로에서 만나거나 합법적으로 타기 힘든 초경량 스포츠카를 알아보려 한다.

초경량 스포츠카의 대명사
케이터햄

신사의 나라 영국은 롤스로이스, 벤틀리 같은 신사를 위한 차만 있는 것이 아니다. 맥라렌, 애스턴마틴 같은 슈퍼카도 있고 케이터햄과 로터스 같은 초경량 스포츠카도 있다. 특히 케이터햄은 우리나라에도 은근히 알려진 유명한 제조사로, 주요 자동차 행사에서 쇼런에 사용되기도 한다. 케이터햄은 1973년에 로터스가 경영 악화로 당시 로터스의 딜러였던 그레이엄 넌에게 지분을 넘기면서 만들어진 회사다.
 

케이터햄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자동차는 로터스 창립자 콜린 채프먼이 1952년에 만든 초경량 스포츠카 로터스 마크 VI이다. 당시 마크 VI는 말 그대로 그냥 달리기 위한 최소한의 장비만 있는 자동차였다. 공차중량이 고작 432kg이었으며 51ps 짜리 1,172cc 엔진이 들어갔다. 이 후 1957년 외관 디자인을 다듬고 퍼포먼스와 편의 사양을 높인 로터스 7이 나왔다. 로터스 71973년 그레이엄 넌의 케이터햄 7으로 이어졌다.
 

케이터햄 라인업은 의외로 다양하다. 기본형인 케이터햄 160부터 가장 강력한 620R까지 존재한다. 엔트리급인 160 660cc 엔진이 장착되며 최고출력은 81ps. 최상위급인 620R 545kg의 무게에 최고출력 314ps를 발휘하는 2.0리터 슈퍼차저 엔진을 탑재해 정지상태에서 96km/h까지 가속하는데 2.79초면 충분하다. 특히 620R의 경우 출력은 강력하지만 무게가 가벼워 접지력이 다소 떨어진다. 따라서 숙달된 드라이버가 아니라면 고속 주행 시 제어가 어렵다. 하지만 드리프트 등 쇼 성향의 주행에서는 발군의 성능을 자랑한다.

모터사이클만 만드는 회사가 아니다
KTM

KTM은 오스트리아의 모터사이클 제작사로 유명 하지만 2008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X-BOW라는 이름의 자동차를 선보이기도 했다. 말이 좋아 자동차지 생김새는 바퀴 4개 달린 KTM 바이크다. 사실 X-BOWKTM 혼자서 제작한 자동차가 아니다. 오스트리아의 전문 디자인 업체 키스카에서 디자인하고 이탈리아의 경주용차 전문 제작사 달라라가 섀시를 만들었으며 아우디에서 만든 엔진을 탑재했다. , X-BOW KTM, 키스카, 달라라, 아우디의 합작이다.

현재 모든 X-BOW는 아우디의 2.0리터 TFSI엔진을 사용하며 무게와 출력에 따라 3가지 트림으로 구분해 판매되고 있다. 가장 무거운 X-BOW GT, 중간 트림인 X-BOW R, 상위 트림 X-BOW RR이 있다. 먼저 GT는 최고출력 304ps지만 무게가 847kg이다. 따라서 0→100km/h가 4.1초로 X-BOW 중 가장 느리다. R은 같은 엔진에 최고출력도 같지만 무게가 790kg으로 GT보다 가볍다. 그래서 0→100km/h가 3.9초에 불과하다. RR은 최상위 트림답게 조금 다르다. 365ps에 810kg이다. 그리고 GT나 R에는 없는 리어 스포일러와 공력 파츠들이 부착되어 있다. 이 밖에도 GT4 레이스 시리즈에 참가하기 위해 제작된 X-BOW GT4도 있다.

이 동네 최강자
BAC

BAC(Briggs Automotive Company)는 영국의 자동차 회사다. 브릭스는 창업주의 성으로, 닐 브릭스, 이안 브릭스 형제가 2009년 창립한 이제 겨우 10년된 신생 자동차 제조사다. 그리고 첫 번째이자 유일한 자동차 모노(Mono)2011년에 출시됐다. 비록 역사는 짧지만 전세계 슈퍼카 제조사들이 바짝 긴장하고 지켜보는 회사다. 이는 BAC의 주력 차량 모노 때문이다.

모노는 출시 당시 수많은 자동차 매체에서 극찬을 받았다. 무엇이 BAC 모노를 특별하게 만들까? 먼저 도로를 합법적으로 달릴 수 있으면서 포뮬러카 처럼 시트가 한 개뿐이다. 그리고 2.3리터 코스워스 엔진을 탑재해 289ps의 최고출력을 자랑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무게는 고작 540kg밖에 되지 않아 앞서 언급한 케이터햄 620R 보다 5kg 가볍다. 따라서 0100km/h 2.8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게 낮은 사양의 성능이라는 점이다. 2015년에는 2.5리터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을 309ps까지 끌어 올렸다. 공차중량은 40kg 늘어난 580kg이다. 거의 F3 머신급 사양을 자랑한다.

자동차인가? 스캐폴딩인가?
아리엘

아리엘도 케이터햄과 마찬가지로 영국의 초경량 스포츠카 제조사다. 1991년 솔로크레스트라는 이름으로 설립했다 1999년 아리엘 모터스로 이름을 바꿨다. 아리엘은 앞서 언급한 초경량 스포츠카들 중 가장 강력하고 빠르다. 이 회사의 간판 차량 아톰은 강력한 이름답게 퍼포먼스도 역대급이다. 기본형 아톰의 경우 혼다 시빅의 2.0리터 4기통 엔진에 슈퍼차저를 탑재해 324ps 최고출력을 자랑한다. 공차중량은 595kg에 불과해, 0100km/h 가속 능력이 2.8, 0160km/h 6.8초를 구현한다. 2005년에는 0→160→0km/h 10.88초만에 끝내며 당시 같이 경쟁했던 포드 GT(13.17), 케이터햄 CSR 260(11.41)을 가볍게 이겼다.

사실 아리엘은 2008년에 정말 아톰 500 V8이라는 괴물 같은 스포츠카를 선보인 적이 있다. 이 차는 아톰을 바디에 3.0리터 V8엔진을 얹어 507ps의 최고출력을 발휘하며 공차중량은 550kg 밖에 나가지 않는다. 이는 엔진 무게가 90kg 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0→100km/h 가속성능은 2.3초다. 이는 얼마 전 490km/h를 달성한 부가티 시론(2.4) 보다 더 빠른 가속성능이다. 2008년 출시 당시 세계에서 가장 가속력이 빠른 양산형 자동차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2014년 포르쉐 918 스파이더와 2016년 테슬라 모델 S P100D(루디크러스+ 모드) 2.2초를 기록하며 0.1초 차이로 3등으로 밀려났다.

2014년에는 아톰 3.5R을 출시했다. 배기량을 의미하는 숫자가 아니라 기존 2.0리터 엔진을 더욱 강력하게 튜닝해 최고출력이 355ps여서 붙은 이름이다. 출력은 더욱 올라갔지만 공차중량은 550kg으로 45kg 줄었으며 0100km/h 0.2초 더 빨라져 2.6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이는 부가티 베이론 슈퍼스포츠(2.5)와 맞먹는 가속력이다.
 
이번 콘텐츠에서 소개한 차량들은 짜릿하고 재미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서킷이나 쇼런 행사가 아니면 보기 힘들다. 하지만 최근 한국도 점차 자동차 문화의 다양성과 성능 향상 등 국제적인 흐름에 발맞추기 위해 튜닝 분야의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그래서 멀지 않은 미래에 이런 초경량 스포츠카를 우리나라 도로를 달리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른다. 기자 역시 우리나라에서 이 차들을 합법적으로 공도에서 시승하거나 소유할 수 있는 그 날이 매우 기대된다.


정휘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