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5일, 공식 출시 행사를 갖고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간 포드의 6세대 익스플로러는 새로운 구동 레이아웃의 적용, 더욱 강화된 주행 보조 기능이라는 큰 맥락에서의 진화를 보이고 있지만, 디테일한 면에서의 사용성도 다듬었다는 점에 눈에 띈다. 과거 크기나 편리성에 비해 가격이 쌌지만 일정 부분의 디테일에서 아쉬움은 감수해야 하는 차로 받아들여졌다면 6세대는 확실히 다른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부분을 간략히 짚어보도록 한다.
승용 스타일의 시트포지션,
작은 체구 운전자도 OK
5세대까지의 익스플로러는 아무래도 미국인들의 체형에 어울리게 다소 시트 포지션이 높았다. 게다가 높이 조절 범위도 제한적이어서 신장이 작고 특히 종아리 길이가 짧다면 아무리 바른 운전자세를 취하더라도 발이 불편한 경우가 있었다. 이는 브레이크를 깊이 밟거나 왼발을 편안하게 두는 데 방해가 되므로 안전에도 불리했다. 참고로 ‘커밍아웃’하지면 기자는 신장이 작은 편인 ‘호빗족’ 남성이다. 그래서 대형 SUV 중 혼다 파일럿 등 일본 제조사 차량에 비해 5세대 익스플로러를 포함한 대형 SUV나 국산차 중에서도 팰리세이드, 모하비 더 마스터 등의 운전석에서는 시트포지션으로 인한 약간의 불편이 있었다.
그러나 지난 6월, 미국 워싱턴주 스카마니아 일대에서 경험한 6세대 익스플로러의 시트포지션은 보다 승용차에 가까워졌고 특히 하향 조절폭이 확대됐다. 스티어링 휠 역시 픽업 트럭보다는 승용과 비슷해졌다. 여기에 보닛 높이가 낮아지며 로우 앤 와이드의 형태의 전면 디자인이 이뤄지다 보니 시트포지션을 낮추더라도 시야 확보에 어려움이 덜했다. 그러면서 자연히 이전 익스플로러 대비 전방 좌우의 사각지대도 줄어들었다.
위치 좋고 충전 빠른
스마트폰 무선충전 패드
6세대 익스플로러는 다이얼식 변속 장치를 적용했다. 이를 통해 확실히 1열 공간이 넓어 보인다. 그러나 단순히 공간의 확장이 아니라, 콘솔의 활용성을 재정의하려는 의도라 할 수 있다. 이는 센터 콘솔 암레스트 바로 아래 위치한 스마트폰 무선충전패드로 증명된다. 패드는 뒤쪽으로 약간 비스듬한 경사면을 이루고 있어, 아무렇게나 스마트폰을 내려놓아도 자연스럽게 패드에 밀착된다. 아직 국내 생산된 차량은 직접 실험해보지 못했으나, 미국에서 실험해본 바로는 충전 속도가 국산차들만큼 빠른 편이다.
위치도 좋다. 공조 기기 아래쪽에 충전 패드가 있는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몸을 조금 숙여야 하지만 오른손에 바로 전화기가 닿는다. 신호 대기 중 잠시 내비게이션의 위치를 바꾼다든지 블루투스를 설정한다든지 하는 동작이 더 편리해졌다.
그래픽 돋보이는 LCD 클러스터
지능형 지형관리시스템 모드
6세대 익스플로러의 지능형 지형관리시스템에는 스포츠, 트레일, 견인/끌기 모드가 추가돼 총 7가지로 구성되었다. 각 모드마다 해당 노면을 나타내는 그래픽이 영상미 있는 모션과 함께 바뀐다. 예컨대 트레일의 경우 강 상류의 하천에서 볼 수 있는 자갈이 나타난다.
또한 전후, 측면 급경사 주파 시 각도 등의 표기도 지원한다. 실제로 익스플로러로 험로 주행을 자주 하는 경우는 드물겠으나, 퍼포먼스의 감성적 전달이라는 점에서 6세대 익스플로러는 세련된 면을 보인다는 데 의의가 있다. 물론 이러한 특징이 오히려 익스플로러 유저들을 험로로 인도할 수도 있다.
각 모드에 따른 토크 조절도 보다 섬세해졌다는 것이 미국 현지에서 만난 익스플로러 개발 담당자들의 전언이었다. 마찰력의 정도, 노면의 단단하기와 무르기를 감안하여 토크의 양을 조절하고 바퀴가 헛도는 것을 막는데, 이것이 전자제어식의 인텔리전트 4륜 구동과 어울려 더욱 안정적인 마찰력을 구현한다.
화려함은 덜하지만 보다 빨라졌다!
3열 폴딩 동작
익스플로러는 2, 3열을 폴딩했을 때의 적재 공간이 2,486리터에 달한다. 휠베이스가 더 길어진 만큼 적재공간이 더 넓어진 것은 자연스럽다. 익스플로러의 공간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차박도 가능한 2, 3열 공간이다. 단순히 넓어서가 아니라 평평함까지 가미되기 때문이다.
5세대 익스플로러의 3열 폴딩 기능은 ‘쇼’적인 측면이 강했다. 단순 폴딩과 완벽히 평면을 만드는 동작이 구분됐다. 먼저 3열 등받이가 접힌 후 아래위로 뒤집히는 방식이었다. 분명 ‘폼 나는’ 사양이었고 레저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자랑할 만했다.
그러나 6세대 익스플로러는 3열의 폴딩 동작만으로 3열이 트렁크 바닥면과 평평해진다. 5세대 대비 트렁크 면이 높은 편인 까닭이다. 플레이트 아래 별도의 수납공간을 두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5세대의 트렁크가 좀 더 아래로 움푹한 형태였던 것과는 비교된다. 구조가 달라졌으므로 캠핑 물품을 적재하는 ‘테트리스’도 방법을 조금 달리해야 할 듯하다.
포드의 익스플로러는 국내 시장에서 지난 수 년간 그 저력을 증명했다. 물론 좁은 도로폭에 어울리지 않는 차체와 잘 해도 5등급인 연비가 약점이라는 우려도 있었으나 모두 불식시켰다. 이번에는 달라진 구동 레이아웃과 동력성능 등 다양한 기능상의 업그레이드와 함께, 세세한 곳에서도 변화를 추구했다. 그리고 그 변화는 익스플로러를 바라보는 미국 자동차 유저들의 시선 변화가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미국적 SUV’라는 상징적 가치를 글자 그대로 해석한 ‘아메리칸 SUV’는 익스플로러가 지향하는 방향이 아니라는 것을, 6세대 익스플로러의 세세한 변화 포인트들이 보여주고 있다.
글
한명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