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크리스마스를 책임질 ‘산타카’ 열전

<겨울왕국>이 흥행 돌풍을 일으켜도 산타를 믿는 아이들은 찾기 어렵다하지만 산타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까지 사라졌을까? 매년 이맘 때만 되면 주요 자동차 전문 매체들이 산타클로스를 위한 자동차를 엄선해 추천하는 것도, 선물 같은 감동을 전해줄 누군가가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번 콘텐츠에서는 세계 주요 매체에서 최근 4~5년간 추천해온 차종 정보를 기반으로 그 리스트를 리뉴얼해보았다. 참고로 해외 출시차량도 포함된다.

부활한 포드 레인저

픽업 트럭은 산타클로스의 차량으로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최근 해당 세그먼트의 차량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픽업트럭 명가 포드의 레인저일 것이다. 2018년 북미오토쇼에서 4세대로 그 부활을 알린 레인저는, 2019년 기준으로 57,000대에 가까운 판매량을 올리고 있다. 로켓맨도, 쓱배송도 없는 미국 대다수 지역에서 픽업트럭은 일상을 책임지는 자동차이기도 하다. 4세대 레인저는 5,354의 전장, 3,220의 휠베이스, 1,874의 전폭을 자랑한다. 적재 공간은 최대 4,298리터에 달한다.

파워트레인은 최고 출력 270ps(5,500rpm), 최대 토크 42.8kgm(3,000rpm)2.3리터 에코부스트 가솔린 엔진과 10단 자동변속기로 구성되어 있다. 후륜 구동과 오픈 디퍼런셜이 기본 사양이며, 4륜 구동과 전자제어식 디퍼런셜 등은 선택할 수 있다. 최대 견인력은 7,500파운드(3.4)에 달한다.

또다른 부활자,
랜드로버 뉴 디펜더

랜드로버의 정통 오프로더 디펜더는 그야말로 뉴트로 오프로더의 정수라 할 수 있다. 지형이 험한 산악 지대나 고원 지대 아이들을 위한 배송 업무를 맡은 산타들에게 적합한 차량이라 할 수 있다. 도강, 경사로 접근 및 탈출, 그 모든 면에서 가장 역동적인 차량이다. 눈길, 진흙, 도강, 바위, 모래, 도심 등 여섯 가지 노면 조건에 대응하는 터레인 리스폰스 시스템이 적용되어 있다.

엔진은 최고 출력 200ps240psL4 디젤 엔진, 300ps의 가솔린 2.0리터 L4 가솔린 엔진, 그리고 최고 출력 400ps를 발휘하는 직렬 6기통 가솔린 엔진이 적용된다. 직렬 6기통 엔진을 장착한 차종에는 리튬 이온 배터리 기반의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적용된다. 특히 이 전기 동력을 기반으로 배기가스 유속이 느린 구간에서도 터보차저를 구동해 터보 랙을 줄였으며 0100km/h 가속 시간은 6.1초다. 통상 레인지로버 스포츠가 랜드로버를 대표해 산타카로 꼽히곤 했는데 2019년에는 이 차가 뽑힐 차례다.

볼보 V90 크로스컨트리

왜건 중에서도 지상고가 높은 편인 볼보의 크로스컨트리 중 가장 상위 기종이다. 북유럽 출신이라 알려진 산타 클로스의 이미지는 눈밭을 홈그라운드로 여기는 볼보의 이미지와 잘 맞아떨어진다. 선물을 실을 수 있는 적재 공간도 최대 1,953리터(2열 폴딩)에 달한다. 엔진으로는 최고 출력 254psT5, 314psT6 가솔린 엔진, 최고 출력 192psD4, 238psD5 디젤 엔진이 있다. 모두 8단 자동변속기와 결합되는데, 한국에는 D5, T5 두 종류만 시판되고 있다. 모두 4륜 구동 방식이다.

반자율주행인 파일럿 어시스트를 비롯해 시티 세이프티 등 볼보가 자랑하는 주요 안전 시스템이 차별 없이 적용되어 있어 장거리 격무에 지친 산타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만하다. 시트의 안락감도 우수하고 바워스 앤 윌킨스 오디오 시스템도 적용돼 있어 거룩한 찬송가나 캐럴을 한층 풍부한 음색으로 들을 수 있다.

스타일리쉬한 산타라면
카이엔 터보 S E-하이브리드

포르쉐의 카이엔과 카이엔 쿠페는 적재공간에서 좀 손해를 보더라도 후미의 와류 등을 줄여 코너링 및 주행 성능을 강화한 퍼포먼스형 SUV의 선구자. 특히 카이엔 터보 S E-하이브리드 쿠페는 달릴 거면 왜 SUV를 타느냐라는 질문을 시대착오적으로 만드는 자동차다. 스타일을 중시하는 산타, 그리고 신속 배송을 중심으로 하는 산타라면 이 차량이 적합하다.

4.0리터(3,996cc) V8 트윈 터보 엔진과 14.1kWh 급의 배터리를 결합한 파워 유닛은 합산 최고 출력 680ps를 발휘한다. 합산 최대 토크는 무려 91.7kgm에 달한다. 또한 구동모터만으로도 최고 속력 135km/h까지 발휘할 수 있으며 최대 40km 거리까지 주행 가능하다. 잠에서 잘 깨는 아이라면 엔진을 끄고 EV 모드로 살금살금 접근할 수 있다. 그러나 주행 조건에 따라 갑자기 엔진이 켜지면 아이가 깰 수 있다. 물론 그 경우에도 들킬 걱정은 없다. 0100km/h 가속 시간이 3.8c초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요즘 아이들이 산타클로스 믿지 않는 건 세계 공통이라 들킨다 한들 크리스마스 새벽배송 이벤트라 둘러대면 그만이다. 차라리 그 쪽이 더 신빙성 있을지도.

완벽한 기도비닉,
테슬라 모델 X

소리 없이 다녀가는 것 그 자체가 목적이라면 전기 SUV가 적격이다. 그런 점에서는 테슬라의 모델 X만한 자동차도 없다. 전장 5,050, 휠베이스 2,965, 전폭 2,000로 절대적인 크기도 크지만, 전기차의 구조적 특성상 동급 차량보다 큰 2,487리터의 적재 능력을 발휘한다. 여기에 4륜 구동이라 마찰력이 나쁜 겨울 도로도 안전하게 움켜쥐며 달릴 수 있다.

바쁘게 움직여야 하는 산타클로스의 직업 특성상 1회 충전 시 438km 주행이 가능한 롱 레인지 대신 421km로 주행 거리는 조금 짧되 0100km/h 가속 시간이 2.9초에 불과한 퍼포먼스가 더욱 적합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국에도 부쩍 눈에 자주 보이고 있으며 가격은 14,000만 원대다.

남반구 산타를 위한 컨버터블!
메르세데스 AMG S카브리올레

남반구의 크리스마스는 한여름이다. 이런 곳에선 산타도 여름을 즐길 수 있는 컨버터블이 적합하다. 다만 어느 정도 적재 공간을 갖춘 컨버터블이 필수다. 메르세데스 AMGS 카브리올레라면 어떨까? 5,050의 전장에 2,945의 휠베이스는 여느 대형 SUV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수준이다. 트렁크는 소프트탑을 완전 개방하고서도 골프 캐디백 2개를 밀어넣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참고로 이 차는 2020년 크리스마스의 경우 벤틀리 컨티넨탈 GT 컨버터블의 등장으로 리스트에서 빠질 수 있다.

남반구에는 워낙 많은 나라들이 많으니 컨버터블을 타고 선물을 배달하다 산타로서의 정체를 들킨다 한들 걱정할 것은 없다. 컨버터블을 타고 시내를 돌며 선물을 전달하는 산타, 생각만 해도 축제의 한 장면이라 할 만하다.

산타클로스는 기원 후 4세기경 동로마 지역에서 활동했던 성 니콜라스 주교의 이름에 기원이 있다. 그가 평생 아이들과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헌신했고 그에 대한 전승이 북유럽으로 흘러들어가 지금의 산타클로스라는 존재가 만들어졌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런 산타클로스의 이미지에 값비싼 자동차를 결부시키는 것이 옳은가 하는 의문이나 불편함을 가질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매년 산타카를 선정하는 해외 자동차 매체 관계자들은 갖은 고생 다 하는 산타클로스가 이동 수단이라도 편안하길 바라는 마음일 것이다. 어른이 되면 산타클로스를 존재를 믿지는 않지만, 있었으면 하는 바람은 갖게 된다.


한명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