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에는 다양한 엔진 라인업이 탑재된다. 이들은 엔진 형식이나 유종을 달리해 다양한 유저들의 입맛에 맞춰나간다. 하지만 아무리 선택지가 다양하다 하더라도 대다수의 유저가 선호하는 엔진은 정해져 있기 마련이다. 이러한 엔진 트림은 한 달에 수천 여대씩 판매되곤 한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판매량의 10%에도 채 미치지 못하며 찬밥 신세가 된다. 이번 콘텐츠에서는 인기 국산 차종의 비주류 엔진에 대해 살펴본다.
스포티지에 휘발유가 웬 말이냐!
스포티지의 주력 엔진은 디젤 엔진이다. 제원표 및 가격표만 봐도 2.0리터 디젤 엔진이 기본화되어 있고, 최상단에 가장 크게 기재되어 있다. 또한 4륜 구동 시스템은 디젤 엔진에만 적용 가능하며, 비교적 고급 변속기 라인업인 7단 DCT 혹은 8단 자동변속기와 맞물린다. 판매량도 디젤 엔진이 전체의 80~90% 이상을 차지할 정도다.
그러나 스포티지에게도 경쟁력 있는 가솔린 엔진이 존재한다. 스포티지의 가솔린 엔진은 직렬 4기통 누우 2.0리터 자연흡기 방식으로, 최고 출력 152ps, 최대 토크 19.6kg·m를 발휘한다. 장점으로는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 6단 자동변속기로 인한 저렴한 가격을 꼽을 수 있다. 한 예로 최저 트림의 시작 가격은 2,342만원에 불과한데, 이는 2.0 디젤 엔진과 비교해 무려 295만원 낮은 수준이다. 여기에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 특유의 정숙성, 내구성은 덤이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에도 많이 팔리지 않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다. 스포티지 가솔린은 가격은 저렴하지만 연비가 좋지 않다. 10.5km/L(도심 9.6km/L, 고속 11.9km/L)라는 복합 연비는 투싼 1.6 가솔린 터보의 11.9km/L(도심 11.0km/L, 고속 13.1km/L)보다 뒤처지고, 심지어 준대형 세단인 K7 프리미어 스마트스트림 G2.5보다도 낮다.
또한 자연흡기 엔진으로 정숙성과 내구성을 얻은 대신 출력과 토크를 포기해야 했다. K5보다 95kg 무겁고 출력과 토크도 낮으므로, 가속성능은 기대를 저버리는 것이 좋다.
사람들이 니로 PHEV 말고 니로 HEV를 사는 이유
한때 니로는 유일한 국산 친환경 SUV라는 타이틀을 기반으로 2,000대 내외의 꾸준한 판매량을 보여왔다. 물론 최근에는 코나 하이브리드가 등장하긴 했으나, 여전히 니로는 1,000대 이상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니로 라인업 중 가장 높은 인기를 누리는 것은 하이브리드다. 니로 하이브리드(이하 HEV)는 최고 출력 105ps, 최대 토크 15kg·m를 발휘하는 카파 1.6 GDI 엔진과 최고 출력 43.5ps, 최대 토크 17.3kg·m를 내는 전기모터를 결합했다. 여기에 1.56kWh 용량의 배터리가 더해진다. 다만 배터리 용량이 작고 모터의 최고 출력도 높지 않기 때문에 통상 저속 구간과 항속 등에서만 엔진이 정지된다.
그렇다면 배터리의 용량을 키우고 전기 모터의 출력을 높이면 더욱 효율적인 주행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이에 대한 대안이 바로 니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이하 PHEV)다. 니로 PHEV의 전기모터는 최고 출력이 60.5ps로 더욱 강력하고, 배터리 용량도 5.5배 늘어난 8.9kWh에 달한다. 덕분에 배터리만으로 최대 40km를 이동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니로 PHEV의 판매량은 두 자릿수, 니로 전체 라인업의 비중으로는 2~3%내외에 불과하다. 판매량 저조의 원인은 높은 가격에서 찾을 수 있다. 실제로 니로 PHEV 노블레스 트림의 세제혜택 후 판매 가격은 3,452만원으로, 니로 HEV 노블레스대비 652만원이나 비싸다. 최상위 트림인 노블레스 스페셜에서의 차이는 681만원에 달한다. 물론 다양한 할인을 바탕으로 실 구매가격은 낮아질지도 모르나, 늘어난 배터리 용량을 활용해 수백만원 이상의 유류비를 절약해야만 니로 PHEV의 가치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니로 HEV의 연비가 19.5km/L로 워낙 우수하다. 더군다나 늘어난 배터리가 되려 니로 PHEV의 공차중량을 늘렸고, 이로 인해 복합 연비가 18.6km/L(배터리를 모두 소진했을 경우)로 낮아지는 문제도 있다. 그렇다고 니로 EV와 견주기에는 전기모드의 주행거리가 부족하다. 여러모로 힘든 니로 PHEV다.
실제로 본 사람은 없다는 전설 속의 차,
말리부 하이브리드
말리부는 중형 세단에서는 보기 드문 3기통 1.35 리터 터보 엔진과 캐딜락에서도 사용 중인 2.0 리터 터보 엔진이 적용된다. 여기에 인기는 없지만 1.6리터 디젤 엔진도 더해진다.
하지만 디젤 엔진보다 존재감 없는 라인업이 있다. 바로 말리부 하이브리드다. 이 차량은 최고 출력 124ps, 최대 토크 18kg·m를 발휘하는 1.8리터 자연흡기 엔진과 각각 최고 출력 93.5ps, 106ps, 최대 토크 17.8kg·m, 30.7kg·m를 내는 전기 모터가 탑재된다. 합산 출력은 182ps, 합산 토크는 38.3kg·m다.
강력한 전기 모터 기반의 탁월한 주행 능력으로 인기가 많을 것 같지만, 실제 판매량은 처참하다. 2019년 말리부 하이브리드 누적 판매량은 100대를 간신히 넘어선다. 이마저도 단종 전 특가 할인을 통해 10월경 수십 여대가 더해진 수치로, 1~9월 집계 시 100대 미만에 불과하다.
말리부 하이브리드의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가격으로 지목된다. 말리부 하이브리드의 세제혜택 후 판매 가격은 3,509~3,676만원이다. 최신형인 쏘나타 DN8 하이브리드의 가격이 2,754~3,599만원임을 감안하면 시작가격에서부터 무려 755만원이라는 격차가 발생한다. 그럼에도 복합 연비는 17.1km/L로, 쏘나타 DN8 하이브리드의 19.1~20.1km/L대비 큰 폭으로 떨어진다. 이외에도 차별화 없는 디자인, 부족한 상품성 등의 여러 자잘한 문제들이 약점으로 꼽혔다. 이러한 이유로 말리부 하이브리드는 최근 단종 절차를 밟았다.
살 사람은 가솔린 산다던데,
G80 2.2 디젤
제네시스 G80은 우수한 디자인과 정숙성, 국내 시장에 적합한 상품성 등을 갖추고 있다. 덕분에 5,000만 원을 넘어서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매달 적게는 1,000~2,000대, 많게는 4,000~5,000대의 판매고를 기록하고 있다. 라인업은 V6 3.3 가솔린과 V6 3.8 가솔린이 주력이며, 2018년 2월에는 효율성을 끌어올린 2.2 디젤도 투입됐다. G80 디젤은 출시 직전만 해도 프리미엄 준대형 세단과 높은 연비의 조화로 많은 기대를 모았다. 최대 관심사는 준대형 디젤 세단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BMW 520d의 고객 유입 여부였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G80 2.2 디젤은 출시 초기부터 전체 판매량의 10%를 넘어서지 못했다. 2018년 한해 동안 약 2~3개월을 제외하고는 6~7% 수준에 머물러야 했다. 2019년에는 판매량 하락폭이 더욱 커졌다. 모델 노후화로 인해 G80의 판매량이 1,500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2.2 디젤 버전은 100대조차 팔리지 않는 형국이다. 물론 제네시스도 G80 2.2 디젤에 게임체인저 수준의 판매량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으나, 가솔린대비 존재감이 많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요인은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G80의 고객들은 V6 가솔린 엔진의 정숙성을 포기하고 4기통 디젤 엔진을 선택해야 할만큼 금전적 여유가 없지 않다는 것이다. 게다가 아이러니 하게도 G80 2.2 디젤은 G80 V6 3.3 가솔린보다 285만원 비싸다. 단순히 유류비 절감을 위해 가격이 더 비싼 G80 2.2 디젤을 선택할 이유가 부족하다. 복합 연비도 최저 12.1km/L, 최고 13.8km/L로 딱히 눈에 띄지도 않는다. 심지어 G80 2.2 디젤은 V6 3.3 가솔린의 일부 사양을 선택조차 하지 못하게 되어있는 등 여러 부분에서 메리트가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