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pired by KOREA!” 시트로엥 린다 잭슨 CEO 내한 인터뷰

2019, PSA 그룹의 수입원인 한불모터스는 시트로엥의 브랜딩에 매진했다. 판매 차종도 C4 칵투스와 그랜드 C4 스페이스투어러에 C5, C3 에어크로스를 더해 라인업을 늘렸다. 이런 노력에 시장도 조금씩 개선됐지만 갈 길은 아직 멀다. 이에 시트로엥의 린다 잭슨 CEO가 지난 20191125일 불원만리하고 날아왔다. 100주년을 맞는 자동차 브랜드의 CEO가 한국에 전하고 싶었던 진짜 이야기들을 풀어본다.

“Oui are French”,
프랑스 브랜드로서의 자부심

시트로엥 린다 잭슨 CEO2019년 경제전문지 <포천(Fortune)>가 꼽은 미국 밖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CEO 24위에 랭크된 바 있다. 2014년부터 시트로엥을 이끌고 있는 장수 CEO이자, 현재 시트로엥 주력 라인업들을 대거 개편해 판매량 증진을 이끈 점이 작용한 결과다.

그에게서는 시트로엥이라는 브랜드를 사랑하는 진심을 느낄 수 있다. 영국인이지만 20197, 시트로엥 100주년 기념 행사 세기의 만남(La Rassemblement du Siecle)’ 행사에서의 프랑스어 연설과, 영어로 진행된 연설을 비교하면 오히려 프랑스어가 유창하다고 여겨질 정도다.

시트로엥은 어느 브랜드보다도 프랑스적 감성이 물씬 풍기는 브랜드입니다. 그건 파리 중심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프랑스 감성이 다소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한국 자동차 시장에 대한 비전 및 전략에 대한 질문에, 린다 잭슨 CEO는 이처럼 말문을 열었다. “시트로엥의 프랑스 감성이란 다름아닌 창조성과 디자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를 글로벌 시장으로 전개할 때는 각 시장의 특성 등을 반영해야 하겠지만 근본적 가치는 지켜나갈 것입니다.”


“Inspired by KOREA!” 시트로엥 린다 잭슨 CEO 내한 인터뷰
2019년 시트로엥 100주년 기념 행사에서 연설하는 린다 잭슨 CEO

린다 잭슨 CEO가 가장 주력해온 것은 그래서 브랜딩이기도 하다. 고객들의 삶에서 실질적인 영감을 얻는다는 인스파이어드 바이 유(Inspired by YOU)’는 단순히 마케팅 슬로건을 넘어 린다 잭슨 CEO와 시트로엥의 비전과도 같다. 이는 다양한 매체로의 광고 캠페인은 물론 시트로엥 전시장인 라 메종 시트로엥과 같은 오프라인 전략 등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현재 시트로엥 영업사원들은 ‘Oui are French’ 라는 배지를 달고 있습니다. 여기 한국도 마찬가지죠. Oui’는 프랑스어로 ‘Yes’를 의미하는데, 프랑스적 감성에 유쾌함과 신선함을 더한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Inspired by KOREA!” 시트로엥 린다 잭슨 CEO 내한 인터뷰
‘위 아 프렌치(Oui are French)’라는 슬로건이 담긴 배지. ‘oui’는 프랑스어로 ‘yes’를 의미한다

브랜드가 어떤 국가에서 시작됐는지, 그 기원과 정통성, 역사 등에 대해 고객들은 궁금해합니다.” 린다 잭슨 CEO와 함께 동석한 아르노 벨로니 시트로엥 글로벌 마케팅 총괄 이사도 시트로엥의 프랑스 감성 브랜딩에 대해 덧붙였다. 그는 오랫동안 FCA의 아태지역 마케팅 담당자였고 한국 기자들과도 친분이 두터울 정도다. “프랑스에서도 한국 제품들이 인기가 많습니다. 바로 한국 제품이기 때문이죠. 시트로엥 역시, 프랑스에서 태어난 시트로엥이기에 가능한 것들이 있고 이를 통해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부분도 있습니다.”


“Inspired by KOREA!” 시트로엥 린다 잭슨 CEO 내한 인터뷰
아르노 벨로니 시트로엥 글로벌 마케팅 총괄 이사

에이미 원 콘셉트카,
자동차와 고객의 관계 변화에 주목한다

린다 잭슨 CEO의 인터뷰 화제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미래 모빌리티 전략이었다. 그리고 2019년 등장했던 여러 콘셉트카 중 단연 화제를 끌었던 에이미 원(AMI ONE) 콘셉트카였다. 배기가스도 없고 운전 면허도 필요없는 도심형 미래 콘셉트카로 주요 대도시의 모빌리티 변화 방향을 주도할 차량으로 여겨지고 있기도 하다.

파리, 런던, 서울, 상하이, 도쿄 등 대도시는 갈수록 주행도, 주차도 힘들어질 것입니다. 달리 보면, 원거리용 모빌리티와 도심 내에서의 근거리용 모빌리티 역할이 구분될 것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에이미 원은 그런 시대를 대비한, 그야말로 재미있는 실험실 같은 차죠. 자동차라기보다 오브제(일상에서 쓰이는 의미와 다른 의미가 부여된 사물)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에이미 원이 공유용 중심으로 제작될 것이냐는 질문에는 과거의 개인용 대 기업용의 관점으로 분류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앞으로의 모빌리티 유저들은 5분 동안만 차를 공유할 수도, 5주 동안 차를 렌트 할 수도, 5년 간 리스 또는 구매로 차를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곧 차와 관계를 맺는 방식이 다양해진다는 뜻이죠. 이러한 선택은 기업이 정해주는 방식이 아니라 고객이 선택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는 스마트폰을 통해 이루어지죠.”

2020년 파리모터쇼,
시트로엥이 전하는 새로운 디지털 경험 기대해도 좋아

2019년 국내에 출시된 C5 에어크로스, C4 칵투스의 페이스리프트는 모두 안락함에 방점을 두었다. 특수 폼을 사용한 시트와 프로그레시브 하이드롤릭 쿠션(PHC) 서스펜션 등은 시트로엥이 자랑해 온 주행 중 완충 기능과 조향의 최적 조화라는 전통적 의미의 안락함에 부합한다. 그러나 한국을 비롯해 세계의 새로운 소비자들은 다양한 디지털 기술에 기반한 편리를 편안함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린다 잭슨 CEO시트로엥 역시 그러한 편안함에 대한 현대적 정의(modern approach to comfort)’를 논의하고 있다며 설명을 이어갔다. “시간이 흐를수록 주행과 관련된 기술들이 편안함을 정의하는 기준이었지만 지금은 디지털 경험과 자율주행 기술이 편안함을 말합니다. 시트로엥도 C5 에어크로스 SUV의 경우 자율주행 레벨 2 수준의 기술이 탑재되어 있습니다.

국내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내장형 블랙박스 카메라 시스템 역시 시트로엥이 원조다. 시트로엥 커넥티드캠이라는 이 기능은 2016년 유럽에 출시된 C3 에어크로스가 최초이고, 국내 출시 차량으로는 C5 에어크로스, 그랜드 C3 스페이스투어러에도 장착돼 있다.

이러한 기능 역시 인스파이어드 바이 유라는 슬로건에서 비롯된 것이죠.” 아르노 벨로니 총괄 이사의 메시지다. “기술을 넘어 일상 생활의 모든 것과 관련된 스마트폰과 자동차를 연결하는 디지털 경험을 실제적으로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 공개하긴 어렵지만, 2020년 파리 모터쇼에 오셔서 새롭고 놀라운 시트로엥의 디지털 경험 제안을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현재 자동차 산업의 전반적인 위축 기조 와중에도, 시트로엥은 유럽에서 플러스 성장을 기록한 몇 안 되는 브랜드 중 하나다. 국내에도 출시된 C5 에어크로스 SUV201912월 기준으로 이미 유럽에서 10만 대의 판매량을 기록했고, C3 에어크로스는 20195월 기준으로 20만 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물론 시트로엥에 대한 국내와 유럽의 온도차는 아직 있다. 그러나 시트로엥의 전략은 보다 장기적이다. PSA 그룹 차량의 수입원인 한불모터스 송승철 대표이사는 독일차만큼 한국 수입차 시장에서 주력이라 할 순 없지만 2020년을 시작으로 가솔린과 PHEV, 전기차 등 다양한 모델을 국내 시장에 도입해 브랜드 가치를 지속적으로 전달할 계획이라 밝혔다


“Inspired by KOREA!” 시트로엥 린다 잭슨 CEO 내한 인터뷰
한불모터스 송승철 대표이사

한불모터스는 PDI 센터 확충, 박물관 등을 통해 다양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며, 늘어난 판매량과 함께 서비스 측면에서도 점점 개선된 면모를 보이고 있다. 또한 2019년에는 PSA 그룹 산하 푸조, DS 그리고 시트로엥 세 브랜드의 CEO가 모두 한국을 방문해 이러한 행보에 힘을 실어 주었다. 2020년 시트로엥을 포함한 PSA 그룹이 제안하는 다양한 경험들이 한국 자동차 시장에 어떤 다채로운 모습을 더할지 기대해볼 만하다.


한명륜 기자

사진제공
한불모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