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메르세데스-AMG가 고성능 4도어 쿠페 AMG GT4를 통해 73이라는 숫자를 다시 부활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이번 콘텐츠에서는 벤츠의 특별한 73이라는 숫자의 의미를 이야기하려 한다.
벤츠 중 가장 높은 숫자 73
현재 출시 중인 대부분의 메르세데스-AMG 차량들은 과급기가 기본적으로 사용되지만 과거 독립 디비전이 되기 전의 AMG는 여느 고성능차와 마찬가지로 대배기량 자연흡기 엔진 중심의 고성능 차량을 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1997년 AMG는 이전까지 S클래스 등 플래그십에서만 사용하던 6.0리터 V12엔진, 코드명 M120을 개조해 무려 6,898cc 및 7,291cc의 V12엔진(M297)을 제작했다.
물론 기존의 6.0리터 V12엔진 역시 1991년 당시 성능이 현재 기준으로도 매우 강력한 최고출력 408ps를 발휘했지만 M297 엔진은 이보다 훨씬 강력했다. 6.9리터 버전은 보어 89㎜, 스트로크 92.4㎜ 로 메르세데스–벤츠 CLK GTR과 SL 70 AMG에만 사용됐다. 최고출력은 CLK AMG가 603ps, SL 70 AMG가 503ps를 발휘했다. 그리고 궁극의 7.3리터 버전은 스트로크는 92.4㎜로 동일하나 보어는 2.5㎜ 더 넓어진 91.5㎜였다. 이 7.3리터 V12엔진은 오직 SL 73 AMG에만 사용됐으며 최고출력은 525ps였다.
역대 벤츠 엔진 중 가장 높은 배기량과 출력을 자랑한 7.3리터 V12엔진이 탑재된 SL 73 AMG는 1998년부터 2001년까지 생산 및 판매됐다. 하지만 이 엔진의 라이선스를 사들여 자사 차종에 장착한 이탈리아의 신생 슈퍼카 제조사가 있으니, 바로 ‘파가니’다. 파가니는 이 엔진을 존다에 탑재 했는데, 그들은 M297 엔진의 봉인을 해제해 최고출력이 최소 555ps부터 시작, 최대 760ps까지 발휘되게 셋팅했다. 특히 2017년에 나온 존다 HP 바르게타는 M297 엔진의 한계치까지 끌어올려 무려 800ps이라는 최고출력을 자랑했다. 참고로 이 존다 HP 바르게타는 1,750만달러(한화 약 200억원)에 판매됐다.
벤츠 SL 73 AMG로 시작해 파가니 존다 HP 바르게타로 화려하게 마지막을 장식한 M297엔진의 맹맥을 이어가는 엔진은 현재 M279라 할 수 있다. 참고로 M279 엔진은 트윈터보 6.0리터 V12엔진으로 메르세데스-AMG SL 65와 G65, 그리고 마이바흐 S650 등에 사용되고 있다. 최고출력은 차종에 따라 다르지만 최소 530ps에서 최대 630ps까지 발휘한다.
약 20년만에 부활하는 AMG 73
지난 2019년 12월 20일, 메르세데스-AMG가 한 해를 마감하며 2019년에 출시한 차량들의 짧은 영상을 공개해 고객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그런데 해당 영상의 마지막에 위장막을 씌운 AMG GT 73이 등장하며 WE DEFINE THE FUTURE OF PERFORMANCE(고성능의 미래를 재정의한다)라는 문구가 나왔다. 이에 주요 매체들과 자동차 산업 관계자들은 새로운 고성능 차량의 부활을 암시했다.
이번에 새롭게 선보이는 73은 놀랍게도 문구처럼 완전히 달라졌다. 이전과 달리 쿠페가 아닌 메르세데스-AMG GT 4도어다. 파워트레인은 다운사이징과 전동화 시대의 흐름에 맞춰 4.0리터 트윈터보 V8엔진 기반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로 선보일 예정이다. EV 모드 주행거리는 유럽 기준 50km 수준이다. AMG의 궁극의 숫자를 이어받은 만큼 최고 출력 역시 800ps라는 엄청난 퍼포먼스를 자랑한다.
또한 메르세데스–벤츠의 4매틱이 적용되어 보다 강화된 운동성을 예고했다. 아직 상세한 성능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현재 AMG GT 63 S의 0→100km/h 가속성능이 3.2초, 최고속도가 305km/h라는 점을 생각했을 때 이보다 더 빠를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이 밖에도 메르세데스-AMG GT 73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이라는 점을 생각해 포르쉐 파나메라 터보 S E-하이브리드와 경쟁한다. 참고로 파나메라 터보 S E-하이브리드는 4.0리터 V8엔진과 전기모터가 결합해 최고출력 680ps이며 0→100km/h까지 가속성능은 3.4초다.
이제는 강화된 환경 규제로 더 이상 7.3리터 V12와 같은 순수 석유 기반의 고배기량 엔진은 찾아보기 어렵고, 향후로는 더 어려워질 것이다. 하지만 부자들 중에는 아직 대배기량 엔진에 향수를 갖고 있는 이들이 적지 않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이러한 소비자들의 아쉬움을 최근 전기차 브랜드 EQ 및 주요 전동화 전략을 통해 다시 과거의 숫자를 현대적인 방법으로 부활 시키고 있다. 메르세데스-AMG GT 73의 보다 상세한 정보는 올해 3월에 열리는 제네바 모터쇼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글
정휘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