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만원짜리 포르쉐 911, 996을 아시나요?

포르쉐 911은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팬들을 갖고 있는 드림카다. 또한 포르쉐 911은 각 세대별로 시대가 흐르면 중고차 가치가 다시 상승할 정도로 소장가치가 좋은 차종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현재 구입할 수 있는 중고 포르쉐 911 중 가장 저렴한 모델은 무엇일까? 2,000만원으로 구할 수 있는 유일한 911모델, 1997년부터 2004년까지 생산됐던 996을 살펴보자.

911, 이런 디자인은 처음이야?

개구리의 얼굴을 닮은 듯한 전면부 디자인은 포르쉐 911만의 아이덴티디다. 그리고 이러한 이미지를 만드는 데에는 1963, 1세대 모델부터 이어져 온 동그란 헤드램프의 역할이 크다. 하지만 1997년 포르쉐는 996모델을 출시하며 둥근 헤드램프를 버리고, 보닛과 이어지는 형상의 헤드램프를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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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우측 996을 제외한 나머지 911은 모두 동그란 헤드램프를 적용했다

포르쉐가 996모델에 있어 911만의 전통적인 헤드램프를 포기한 이유 중에는 원가절감을 위함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996의 헤드램프는 당시 엔트리 모델로 출시할 박스터에도 사용하던 디자인이었고, 911과 박스터 모델에 수급되는 헤드램프를 함께 생산하면, 차량 제작에 필요한 제작단가를 낮출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일례로 996 모델에는 대시보드 역시 박스터 모델의 것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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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부터 생산된 986 박스터

당시 포르쉐는 996모델뿐만 아니라, 비교적 저가형 모델인 박스터와 포르쉐 최초의 SUV 카이엔(2002년부터)도 양산하는 등 급격히 차량 생산량을 늘리고 있었던 시기였고, 세 모델 모두 비슷한 형태의 헤드램프를 통해 생산 효율을 극대화 하기도 했다. 하지만 포르쉐 골수 팬들에게는 기존 911 모델의 아이덴티티를 버렸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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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 최초의 SUV 카이엔(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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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 996

996, 911최초의 수랭식 엔진

디자인에 있어 996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지만, 차량의 성능 면에서는 그 어떤 911 모델보다 획기적인 성능 업그레이드를 거친 모델로 평가 받는다. 그 중에서도 종전까지 911 모델에 사용되었던 공랭식 엔진 대신 수랭식 엔진을 적용한 것은 성능부터, 소음, 환경에 이르기까지 역사적인 변화로 기록된다.

당시 글로벌 자동차 시장 트렌드는 대대적으로 환경규제가 시행되고 있었으며 이에 따라, 대부분의 제조사가 공랭식 대신 수랭식 엔진을 적용하던 때였다. 예컨대 공랭식 엔진의 경우 냉각핀을 통해 주행 풍으로 엔진을 냉각시키지만 이산화탄소 등 배출가스가 다량 배출되며, 수랭식의 경우에는 냉각수를 사용해 엔진열을 관리하며 배출가스가 적게 발생한다. 996에 탑재한 수랭식 수평대향 6기통 3.6L 엔진은 최고출력 420hp, 최대토크 57.1kgm를 발휘했으며(터보모델 기준), 911 카레라를 베이스로 더욱 고성능 모델인 911 GT3, 911 GT2도 양산했다.(물론 이전 993모델도 GT2는 있었지만, 호몰로게이션 취득을 위한 57대 한정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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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 996 GT3

또한 996의 고성능 모델 터보와 터보 S는 트윈터보와 인터쿨러를 적용하며 디자인적으로도 특별한 변화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일례로 인터쿨러가 앞범퍼쪽으로 옮겨지며 피쉬테일 스포일러가 사라지고, 가변형 리어 스포일러를 장착했으며, 차체 측면에 에어 인테이크를 911 최초로 설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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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 996 터보

996, 포르쉐를 구한 영웅

무엇보다 996모델이 포르쉐에 있어 상징적 의미를 갖는 이유는 경영난에 시달리던 포르쉐를 구하고 전 세계 자동차 마니아들에게 911의 매력을 전했다는데 있다. 예컨대 1990년대 중반 당시, 포르쉐는 각 모델에 있어 생산성도 낮았으며 판매량도 좋지 않아 경영난을 겪고 있었다. 이에 포르쉐는 1996, 박스터, 카이맨과 같은 엔트리 모델 확충, 1997, 996의 생산성 강화, 2002, 브랜드 최초의 SUV 출시(카이엔) 와 같은 브랜드의 대중화를 통해 경영난을 쇄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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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 996

특히 996모델은 포르쉐 슈투트가르트 공장의 차량 제작 공정을 개선해 획기적인 생산량을 보여줬다. 당시 포르쉐 경영진은 부품 공유를 통한 생산량 확충이라는 토요타의 제작 공정을 차용했는데, 이를 통해 기존보다 911 차종의 주문량을 2배 이상 늘릴 수 있었다. 실제로 이전 911 모델인 993은 총 68,029대를 판매했지만 996모델은 175,262대 판매하며 보다 많은 소비자에게 911을 경험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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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 996

그리고 이후 등장한 997, 991 모델은 기존의 포르쉐 디자인 아이덴티티인 동그란 헤드램프를 다시 적용하며 911의 전통을 지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모두 996과 같은 수랭식 엔진과 대량생산 방식을 통해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렸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2,000만원짜리 포르쉐 911, 996을 아시나요?
포르쉐 996과 자동차 키

이처럼 포르쉐 996은 포르쉐에게 있어 성능과 신뢰에 있어 한 획을 그은 모델이며, 회사를 구한 영웅이기도 하다. 혹자는 지금 2,000만원으로 996을 사면, 수리비가 차 값만큼 나오지 않을까 하는 말을 할 수도 있지만, 적어도 포르쉐와 911의 팬이라면, 996의 가치를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양완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