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감각을 저격하기 위한 브랜드의 비밀 실험

한 브랜드 컨설팅 업체의 조사에 따르면 인간은 브랜드를 인식할 때 오감 모두를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간은 이러한 오감의 자극을 통해 제품의 구매를 결정하거나 만족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장르를 불문하고 많은 브랜드들은 인간의 오감을 자극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자동차 역시 마찬가지, 이를 위해 자동차 제조사는 감각, 감성적 경험을 전달하기 위해 개발 분야의 전문 연구 팀을 따로 구성할 정도이다. 자동차는 더 이상 TV, 인터넷, SNS 등을 통해 이 차가 얼마나 안전하고 잘 달리는지만을 강조하지 않는다. 대신 인간의 체험과 감각을 자극하는 방향으로 진화 중이다.

훔쳐라, 당신의 시각을

자동차에서 볼 수 있는 시각의 자극은 일차적으로 디자인과 색상이라 할 수 있다. 이 두가지 요소는 첫 인상을 좌우하는 부분임과 동시에 현재 구매 결정에 있어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매혹적인 자동차 디자인은 인간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강렬한 색체는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렇기 때문에 자동차 제조사는 개발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로 디자인을 꼽기도 하며 디자이너 출신의 고위직 임원들도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이유이다.

이 밖에도 자동차 유저들의 시선을 빼앗는 부분은 자동차의 디지털 화에 따른 클러스터, 센터페시아 변화 등을 꼽을 수 있다. 대표적으로 자동차 인테리어가 디지털화되면서 점차 물리적 요소들이 사라지고 있다. 센터페시아의 버튼 류는 사라지고 이를 대체하며 대형 디스플레이가 자리 잡았다. 이러한 디스플레이는 사용이 간편하고 시각적인 재미를 위해 UI(User Interface)가 개성적인 모습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이 밖에 디지털 클러스터는 과거 속도계와 RPM게이지, 연료, 냉각수 온도 정도의 정보 전달에서 벗어나 보다 다양한 정보를 시각적으로 전달하기 시작했다. 내비게이션을 활용한 길안내, 카메라를 통해 사이드 미러를 대체하는 후측방 모니터 시스템(BVM) 또한 디지털화로 인한 변화의 산물이다. 또한 간단한 조작을 통해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클러스터를 활용해 자동차 브랜드는 각각의 개성을 녹여내기도 한다. 최근 출시한 기아자동차의 3세대 K5는 드라이브 모드에 따른 변화뿐만 아니라 날씨에 따라서도 변화하는 테마형 클러스터를 선보여 많은 주목을 받기도 했다.

후각을 통해 릴렉싱한 공간으로의 진화

자동차하면 어떠한 냄새가 떠오르는가, 매캐한 매연, 질주 후 타이어에서 나는 타는 냄새, 아니면 신차증후군 유발하는 화학약품 냄새 등, 물론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들은 불쾌감을 유발하는 요소에 지나지 않는다.
 
불쾌감을 제거하고 대신 탑승객들에게 심적 만족감을 전달하기 위한 의 연구가 핵심이다. 오직 자동차 속 향을 위한 전문적인 팀도 존재한다. 이들은 브랜드를 상징하는 향을 만들거나 고객에게 해를 미칠 수 있는 요소의 제거에 앞장서고 있다.
 

독일의 자동차 제조사 아우디(AUDI)가 대표적이다. 아우디는 냄새에 관한 전문가가 모인 노즈팀(Nose Team)이 존재한다. 이들은 자동차의 기초 개발 단계부터 소재, 부품, 내장재 등을 분석해 인간에게 해로운 성분이 존재하는지 검사한다. 이를 위해 첨단 설비는 기본이며 차량 개발 마지막 단계에서는 연구원들이 직접 몸으로 실험을 강행하기도 한다. 이러한 연구 정신은 독일자동차산업협회 소속 자동차 제조사가 이들의 연구 결과 기준을 표준으로 활용할 만큼 인정을 받고 있다.

독자적인 향기 개발에 앞장선 브랜드도 있는데 바로 미국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 캐딜락(Cadillac)이다. 캐딜락은 1990년대 초부터 향기 관련 연구팀을 운영해왔다. 이들은 캐딜락 고유의 향을 개발해 캐딜락이 가진 캐릭터를 강하게 어필하고 있다. 후각은 기계로 측정하는데 한계가 명확한 감각 중 하나이다. 그렇기 때문에 해당 연구를 진행하는 연구원들은 직접적으로 실험에 참석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의 희생 정신에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멀지 않은 오케스트라 공연장, 바로 내 차에서


자동차에 있어 소리는 인간의 감성을 자극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가장 기본적인 자동차의 배기음에서부터 문이 닫힐 때는 소리까지도 감성을 자극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가장 기본적으로 자동차에서 소리를 느낄 수 있는 자동차의 오디오 시스템은 상향평준화 되는 추세이다. 세계 각국의 저명한 오디오 브랜드들이 자동차 제조사와 협업하고 있으며 과거에는 고급차 중심이던 하이엔드 브랜드 오디오 시스템이 이제는 중형급 차량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오디오 시스템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함께 이득을 본 기업이 삼성이란 것이다.

삼성은 지난 2017년 세계 최고의 전자 장비 전문기업 하만(Harman)을 인수했다. 하만/카돈(Harman/Kadon), 렉시콘(Lexicon), 마크레빈슨(Mark Levinson), 인피니티(Infinity), 바워스 앤 윌킨스(Bowers & Wilkins), JBL 등 중저가 라인부터 하이엔드 급의 오디오 브랜드를 갖춘 하만을 인수하며 자동차 브랜드 산업에 발을 걸친 것이다. 세계 자동차 제조사는 위에 언급한 브랜드의 오디오 시스템을 다수 사용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삼성을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낸 것이다.

물론 오디오 시스템만이 자동차에서 느낄 수 있는 청각적 즐거움은 아니다. 오히려 다수의 유저들이 꼽는 자동차의 청각적 즐거움이라면 단연 배기음이다. <매드맥스> 속 워보이들은 영화 내내 ‘V8’을 외치는데 현실 속의 워보이들은 ‘V8’ 엔진이 주는 강력한 성능과 배기음에 열광한다. 자동차 브랜드 역시 자신들만의 아이덴티티가 녹일 수 있는 배기음을 만들기 위한 음향연구실을 갖추고 있다. 특히 배기음에 관한 강박증적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는 마세라티(Maserati)는 개발 과정에서 피아니스트와 작곡가의 자문을 구하기로 유명하다.

Maserati Quattroporte. The race-bred sound of a luxury sedan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배기음이 현재의 자동차 발전 흐름상 사라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전기차가 상용화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매력적인 배기음에 대한 유저들의 갈망을 남아있어 양쪽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복안을 제조사는 고민 중이다. 최근 독일의 자동차 제조사 BMW는 영화음악의 거장인 한스 짐머(Hans Zimmer)’와 협업을 발표했다. 그렇다 <다크나이트>시리즈, <캐리비안의 해적>, <인터스텔라>, <더 록> 속 음악을 책임졌던 바로 그 한스 짐머이다. 믿고 듣는 음악 감독인 한스 짐머가 만들어낸 사운드를 우리는 향후 등장한 BMW 전기차에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손끝을 감싸는 남다른 경험의 향연

자동차에서 우리가 느낄 수 있는 촉각은 시각, 후각, 청각에 비해 미비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차량에 탑승해 운전하고 내리는 순간까지 우리의 몸을 감싸는 모든 부분이 촉각과 연관된다.
 
인간의 촉각을 자극하기 위해 자동차 브랜드는 다양한 내장재를 도입하고 있다. 보다 고급스럽고 값비싼 내장재는 탑승객의 몸과 손끝에 남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높은 비용이 들어가기 마련이고 때문에 고급차의 영역에서나 쉽게 만날 수 있다. 리얼우드, 최고급 가죽 소재들이 대표적이다 특히 롤스로이스, 벤틀리, 마이바흐와 같은 브랜드의 차량에는 소 한마리 분량의 가죽 소재가 쓰이기도 한다.

반대로 인조섬유 소재이지만 천연가죽 보다 높게 평가되는 알칸타라(Alcantara)와 같은 소재도 존재한다. 일본 토레이 공업 주식회사(Toray Industries Inc)의 미요시 오카모토(Miyoshi Okamoto)에 의해 개발된 알칸타라는 폴리에스테르와 폴리우레탄을 재료로 만들어지면 스웨이드와 유사한 촉감을 구현했다. 여기에 뛰어난 내구성과 방수, 방오성능을 가지고 있고 통풍성과 밀착감이 뛰어나 스포츠카 등의 많이 사용된다. 국내 차종 중에선 현대자동차의 에쿠스, 4세대 그랜저, 2세대 싼타페 등에 사용되었으며 기아자동차의 스팅어의 경우 지난 2019, 해당 소재를 스티어링, 기어 노브, 암레스트 등에 적용한 알칸타라 에디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현재는 인간의 촉감 자극 연구는 위와 같은 소재의 범주를 넘어서 헬스케어의 영역에 도달했다. 2017년 공개된 메르세데스 벤츠(Mercedes-Benz)의 피트 앤 헬시(Fit & Healthy) 콘셉트 카는 탑승객의 신체적 정신적 안정과 각성을 위한 기능을 담아냈다. 방향제, 마사지, 앰비언트 조명, 이온화 공조시스템 등의 혁신적 기능은 탑승객의 인지와 감각을 깨워 다채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예를 들어 스티어링 휠의 센서를 통해 탑승객의 건강 데이터를 모아 웨어러블 기기와 연동을 하는 등의 기능을 선보였다.  

미식과 자동차의 흥미로운 콜라보

자동차 속 미각의 영역은 앞서 이야기한 시각, 후각, 청각, 촉각의 영역 보다 더욱 상상하기 어렵다. 아무리 좋은 천연 가죽 시트라도 이를 잘라 스테이크를 구워먹는 모습을 상상할 수 없을 테니까. 이는 자동차 브랜드 또한 마찬가지이며 이를 대신해 유저들을 위한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마케팅적 측면에서 미각을 활용한다.

이러한 특별한 경험 제시의 대표주자라면 단연 프랑스의 타이어 제조 회사인 미쉐린(Michelin)의 미슐랭 가이드가 있다. 미슐랭 가이드는 매년 미쉐린에서 발간하는 식당 및 여행 가이드로 초기에는 타이어 및 자동차 관련 정보와 식당 정보가 담겨 있었다. 하지만 지속적인 정보의 축적과 엄격한 기준에 의한 평가가 인정을 받으며 현재는 미식의 바이블로 불리고 있다. 미슐랭 가이드는 단순히 식당 추천뿐만 아니라 도시의 미식 문화에도 영향을 미친다. 창의적 요리로 미슐랭 스타를 받으며 뉴 노르딕 퀴진(New Nordic Cuisine)’을 선보인 덴마크 코펜하겐의 노마(NOMA)가 대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