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레이싱 세계의 피겨 스케이팅, 드리프트 이야기

영화 속 자동차 추격씬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장면이 있으니 바로 드리프트다. 기본적으로 드리프트는 미끄러지는 자동차를 컨트롤하는 기술을 지칭하며, 자동차 레이스에 있어서도 난이도가 높은 기술로 알려졌다. 드리프트 레이스는 어떻게 이루어질까? 내 차도 드리프트가 가능할까? 드리프트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봤다.

‘드리프트’는 어떻게 시작됐을까?

지금처럼 타이어 기술이 고도화 되기 전이었던 1980년대까지 모터스포츠에서 드리프트는 코너 진입 속도를 최대한 늦추지 않고 탈출하는 레이싱 기술로 사용됐다. 하지만 이후 접지력이 좋은 고성능 타이어가 출시되며 모터스포츠에서 드리프트는 보기 힘든 기술이 되었다. 코너에서도 그립을 유지하고 가속시점을 조금 더 일찍 가져오는 차량이 이어지는 직선구간에서 더 높은 속도를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아무리 고성능 타이어가 개발되어도 WRC를 비롯한 랠리에서는 드리프트는 여전히 유효하다. 좁고 구불구불한 비포장 도로와 미끄러운 노면이 많은 주행환경에서는 그립을 유지하는 것보다 드리프트를 이용하는 편이 더욱 안정적이면서 속도를 유지하기도 좋기 때문이다. 그밖에 4륜구동 레이스카가 일반적인 WRC 레이스카들은 드리프트 이후에도 빠른 재가속이 가능해 대부분의 드라이버들이 드리프트를 적극 활용 중이다.


카레이싱 세계의 피겨 스케이팅, 드리프트 이야기
현대 i20WRC카가 드리프트를 활용해 코너를 빠져나가고 있다

반면 온로드 레이스에서 드리프트는 기술 자체를 즐기는 마니아층을 통해 변화를 꾀했다. 1970년대, 전설적인 모터스포츠 드라이버인 다카하시쿠니미츠가드리프트를 정의하기 시작했으며, 1990년대 일본 모터스포츠 업계에서는드리프트 대회를 시작하기도 했다.참고로 드리프트 대회의 평가 기준은 기준점에 차량을 최대한 가까이 미끄러트리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며 순위 역시 심사위원의 평점을 종합하여 평가된다.

내 차도드리프트가 가능할까?

흔히들 드리프트는후륜구동만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사실 전륜구동과 4륜구동 역시 방법의 차이는 있지만 드리프트가 가능하다. 일례로 전륜구동 차량의 경우, 코너에서 풋 브레이크로 차량의 하중을 이동한 후, 사이드 브레이크를 당겨주며 미끄러지는 각도를 조절할 수 있는데, 이 역시 드리프트로 간주되며, 전륜구동드리프트 대회를 통해 인정받고 있다. 4륜구동 역시 마찬가지로, 전륜에 강한 브레이킹을 통해 후륜 바퀴를 미끄러뜨리는 방식으로 드리프트가 가능하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WRC 대부분의 레이스카가 4륜구동이면서 드리프트를 밥 먹듯이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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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 퍼포먼스는‘드리프트스틱’을 통해 4륜구동 포커스RS 드리프트를 보다 쉽게 했다

그렇다고 모든 차량이 드리프트머신이 될 수는 없다. 드리프트를 위해서는 노면과 타이어가 그립을 잃을 정도로 바퀴가 빠르게 돌아야 하며 전륜 바퀴의 빠른 조향이 필수적이므로, 고출력 수동 변속기 차량이 유리하다. 물론 고출력이 아니더라도, 자동변속기라도, 빗길과 눈길 같은 특정한 노면상황을 활용할 수 있지만 이는 프로 드라이버들에게도 악조건의 주행환경으로 매우 위험한 행동이 될 수 있다.

그밖에 일상적인 공공도로의 환경에서도 드리프트를 실행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울 수 있다. 최근 출시되는 타이어들의 접지력이 우수한 까닭도 있으며 ESP와 같은 차체 자세 제어장치 등을 통해 평균적인 노면의 공공도로에서 오버스티어를 일으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구나 SUV나 트럭처럼 전고가 높은 차량의 경우, 억지로 드리프트를 시도하다가 차량이 전복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드리프트를 시작하고 싶다면?

종합적으로 고출력, 후륜구동 자동차가 드리프트를 시도하기 가장 유리할 것이다. 더불어 공차중량이 가벼울수록 노면과의 접지가 약해져 드리프트에 유리한 조건이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고출력, 후륜구동의 가벼운 차량은 값비싼 스포츠카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며, 드리프트 연습 시 소모하는 타이어 비용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다.

때문에 대부분이 드리프트 마니아들은 부품 수급 및 수리가 용이한 구형 스포츠카를 통해 드리프트를 즐기곤 한다. 유럽을 비롯한 북미에서는 BMW E46 3시리즈를 드리프트카로튜닝한 사례가 대표적이며 일본에서는 닛산실비아부터 350Z, 최근에는 토요타86까지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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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E46 3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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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산 350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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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86

국내에도 드리프트 마니아들은 많다. 국내 드리프트카 중에는 1세대 제네시스쿠페를 베이스로 한 차량이 많은데, 500~1,000만원의 중고값으로후륜구동, 고출력(3.8L 가솔린은 최고출력이 350마력에 달한다)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VDC(차체제어장치)를 끄면 순정상태로도 드리프트가 가능하며, 차체 뒤틀림을 보완하는 보강 및 사이드브레이크 연장키트, 휠 상단이 차체 안쪽으로 기울어진 마이너스 캠버 등의 튜닝을 거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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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제네시스쿠페 전기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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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리프트 머신으로튜닝된 포드 머스탱. 마이너스 캠버 튜닝을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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