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미래의 도심 교통, 다 계획이 있…을까? 각 제조사의 어반 모빌리티

20세기 이후 도시의 구조와 시스템은 자동차로부터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현재 도시는 새로운 이동 수단의 등장을 요구한다. 혼잡과 소음, 대기 오염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기존의 자동차보다 더 우수한 연결성을 발휘할 것. 각 제조사들은 이러한 까다로운 요구 조건에 부응하기 위해 고민을 거듭했다. 이번 콘텐츠에서는 양산에 들어가는 시트로엥의 에이미(AMI 100% ëlectric)와 재규어랜드로버의 어반 모빌리티 콘셉트카 프로젝트 벡터를 소개한다.

다양한 활용 메뉴에 주력한 미래모빌리티,
시트로엥의 에이미

시트로엥의 에이미 원(AMI ONE) 콘셉트카는 2019년 공개됐던 콘셉트카 중 단연 최고의 화제를 모았던 자동차다. 한편으로는 장난감 같은 귀여운 외양에 실용적인 공간성과 별도의 운전면허가 없어도 조작 가능한 전동화 구동계로 화제를 모았다. 온갖차는 20197월 중순, 파리에서 150km 정도 떨어진 라 페흐떼 비담므에서 진행된 시트로엥 100주년 기념 행사 취재를 진행했는데, 여기서 에이미 원 콘셉트카를 보고 이미지로 보던 것보다는 크게 느껴져 놀랐던 바 있다. 이 차의 전장은 2,500, 전폭과 전고가 1,500인 이 차는 직육면체에 가까웠다. 공간 구성에 가장 유리한 형태답게 2인승이지만 겉에서 보기와는 다른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2019년 말까지만 해도 시트로엥은 에이미 원 콘셉트의 양산화에 대해, ‘아직은 많은 가능성을 가진 오브젝트(object)’ 단계라고만 전했다. 다만 앞으로 사람들이 모빌리티와 관계맺는 방식은 디지털에 기반해 무척 다채롭게 구현될 것이라고 수수께끼 혹은 암시와 같은 메시지를 남긴 바 있다. 그리고 이 메시지는 지난 227일에 공개된 100% 전기 모빌리티 에이미를 통해 실현됐다.

시트로엥은, 에이미가 독자적인 존재라기보다 여러가지 활용법을 통해 도시의 맥락에 녹아들어 흐름을 만들어내는 존재로 설계했다. 그것이 모빌리티 플랫폼 프리 투 무브(Free 2 Move)에 기반한 다양한 메뉴인 알 라 카흐트(A La Carte, ‘메뉴, ‘지도라는 의미). 이 메뉴는 1분 단위의 차량 공유 서비스, 중장기 렌탈 서비스, 완전 구입 등으로 이뤄져 있다.

공유 서비스는 분 단위로 활용 가능하다. 9.9유로(한화 약 13,000)을 내고 분당 0.26유로(350)를 내면 된다. 장기 렌터카는 2,644유로( 362 5,000)을 선납하면 월 19.99유로(2 7,000 )으로 이용할 수 있다. 구매의 경우에는 6,000유로( 822만 원)이 든다. 구매자의 경우 3 30일부터 주문이 가능하고 6월부터 인도받을 수 있다는 것이 시트로엥의 설명이다. 여행객이나 유학생, 주재원과 같은 장기 체재자에게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에이미는 완전한 큐브에 가까웠던 에이미 원 콘셉트카와 달리 보다 곡선적인 디자인을 반영하고 있다. 1948년에 태어나 40년간 전 유럽인들의 사랑을 받았던 자동차 2CV의 디자인 요소를 반영한 것이다. 디자인뿐만 아니라 모든 이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모빌리티라는 점도 계승한 것이 에이미인 셈이다.

또한 잘 알려져 있다시피 에이미는 운전 면허 취득 연령보다 어린 14세부터도 사용할 수 있다. 5.5kWh의 배터리를 기반으로 최고 출력 6kW(8ps)를 발휘하는 에이미는 최고 속력이 45km/h에 제한되어 있다. 그만큼 사고의 위험과 조작의 부담도 적다. 배기가스 제로는 당연하다.

에이미는 분명 미래형 어반 모빌리티지만 이미 스타트를 끊으며 미래를 현실로 조금 더 당겼다. 프랑스는 이미 엔진 차량들의 파리 도심 진입을 단계적으로 제한할 방침을 밝혔다. 이를 통해 대기 오염은 확실히 줄이되, 이런 조치로 인해 이동의 자유가 제약되지 않도록 주요 기업들의 모빌리티 개발을 독려하고 있다. 수년 뒤 파리 도심의 풍경이 궁금해진다.

클린 & 스마트 시티 인프라 구축의 첨병,
JLR의 프로젝트 벡터

원래 현지 날짜로 지난 3 3, 미디어 데이를 시작으로 개막 예정이었던 제네바모터쇼가 코로나 19 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해 전격 취소됐다. 이에 따라 재규어랜드로버(이하 ‘JLR’) 역시 배기가스 제로의 완전 전동화, 자율주행 등을 기반으로 스마트시티 인프라 구현의 첨병이 될 어반 모빌리티인 프로젝터 벡터(Project Vector)’랜선으로 선보였다.

프로젝트 벡터는 콘셉트카다. 현실 세계의 시험 데뷔는 2021년 코번트리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프로젝트 벡터는 1~2인승중심인 시트로엥의 에이미와 달리 전장이 4,000이며 최대 4인 탑승이 가능하며, 활용하기에 따라 공간 창의성도 다양하게 구현 가능하다.

프로젝트 벡터의 핵심 가치 역시 차량 자체에 있다기보다, 자율주행 기능과 네트워크 구조의 접속을 통한 시스템으로서의 모빌리티 구축에 있다. 해당 프로젝트의 총책임자인 팀 레버튼 박사는 이를 통해 일상의 이동에 있어서의 심리스(seamless)’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또한 미국 경제지 <포브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향후 도시 내에서의 이동은 승차공유나 차량 공유를 통해서 진행될 것이라며 결국 각자 다른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콘셉트 모빌리티와 시스템의 또 다른 가치는 바로 배기가스 억제다. 영국은 산업화 초기부터 대기오염으로 인해 몸살을 앓아왔다. 1950년대 런던의 그레이트 스모그사건까지 거슬러올라갈 것도 없이 아직도 대기오염으로 인한 런던 시민들의 건강 위협은 현재진행형이다. 따라서 영국은 201710월부터 런던 시내에서 평일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차량을 운행하는 이들에게 오염세 명목인 ‘T-차지라는 부담금을 부과한다. 뿐만 아니라 2040년부터 석유 기반 엔진 차량의 영국 내 판매도 금지될 예정인데, 주요 도시 시장들은 이를 10년 더 앞당길 것을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프로젝트 벡터는 차량으로 인한 대기오염이 심한 유럽 각국의 다급한 요구에 부응한 모빌리티인 셈이다

소형 어반 모빌리티, 감염병 창궐에는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현재 시트로엥의 에이미나 JLR의 프로젝트 벡터는 현재 생각지도 못했을 중요한 물음을 맞이했다. 바로 바이러스를 포함한 전염병의 상황에서, 공유를 기반으로 하는 이러한 어반 모빌리티는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겠는지 하는 부분이다. 특히 분 단위로 쪼개 쓰는 차량 공유 서비스의 경우 방역 작업의 주기를 어떻게 설정해야 할지도 난감할 수 있다.

그러나 JLR처럼 어반 모빌리티가 도시 전체의 다양한 인프라 네트워크에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면 오히려 전파 경로 추적, 감염 및 확진자 동선의 최단화, 접촉자 수의 최소화 등에도 기여할 수 있다. 특히 스마트폰 가입을 전제로 하는 서비스 플랫폼 기반의 어반 모빌리티라면 현재처럼 이동 경로에서 이동한 사람의 기억에 의존해야 하는 불확실성도 상당 부분 해소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조금 다른 사례지만 토요타가 2020 CES(북미 가전제품 박람회)를 통해 공개한 우븐 시티(Woven City)는 어반 모빌리티의 감염병 추적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조건을 갖고 있다. 우븐 시티는 도로교통과 공공 시설 등 인프라 시스템과 거주자들의 데이터베이스가 씨실과 날실처럼 긴밀히 직조된(woven) 계획 도시다. 방적 공장으로부터 시작한 토요타의 시초를 상징하기도 하는 이 도시는 후지산 인근에 건설될 예정이다.

토요타가 계획 중인 우븐 시티

감히, 도시의 본질은 움직임이라고 전제해본다. 많은 사람이 모이고 흩어지기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도시의 번영과 풍요로움은 축적된 까닭이다. 각 제조사들이 선보인 모빌리티와 콘셉트 프로젝트는, 여기에 더해 어반 모빌리티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에 답하고 싶게 만든다. 시스템과 탈 것의 결합을 통한, 계획적이면서도 유연하고 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이동이라는 다소 긴 주관식 답을 쓴다면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덧붙여, 사람의 이동으로 인한 질병의 전파로 세계가 신음하고 때로 이동이 죄처럼 여겨지기도 하는 요즘, 진화한 모빌리티가 이 불완전한 세계의 위험을 조금 덜어낼 수 있을 것인지도 궁금하다.


한명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