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풍스런 외관의 3휠러로 유명한 영국의 자동차 제조사 모건도 1936년부터 4륜 자동차를 제작해 나름의 인기를 누려 왔다. 1950년대에 등장해 현재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플러스 4(Plus Four)가 대표적이다. 시대별로 트라이엄프, 피아트, 로버 그룹의 엔진을 장착해 스포티한 성능을 자랑하는 로드스터로 자리매김해 온 플러스 4는 새로워진 경량 플랫폼과 최고 출력 255ps의 BMW 2.0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을 장착한 ‘올 뉴 플러스 4’로 돌아왔다. 0→100km/h 가속 시간 4.8초의 퍼포먼스를 발휘하는 이 차는 전통과 현대를 두루 아우르려는 모건의 야심을 잘 표현하고 있다.
정점 혹은 새로운 시작, 올 뉴 플러스 4
모건은 지난 2019년으로 창립 110주년을 맞이했다. 지나치게 외골수적 방향으로 흐르다 존폐 위기에 내몰리는 다른 부티크형 제조사와 달리 모건은 유연한 대처와 다양한 시도로 업계에서 나름 호평을 얻어 왔다. 특히 힐클라임 등 내구성을 요구하는 레이스에서 가치를 입증하기도 했다. 여기에 할리 데이비슨의 1,983cc V 트윈 엔진과 마쯔다의 5단 수동변속기를 결합한 차종을 선보이기도 했다. 다른 제조사의 부품을 결합할 경우 조화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지만 모건은 섬세한 공정으로 이를 최적화해 좋은 성과를 냈다. 여기에 전기차까지 생산하며 시대의 흐름에 부응하고 있다.
올 뉴 플러스 4는 모건의 긴 업력에서 또 다른 시작과 같은 자동차다. 최고 출력 255ps(5,500rpm)의 BMW의 2.0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을 택했다. 모건은 이미 에어로라든가 에바 GT 등에 BMW의 엔진을 장착한 만큼 익숙한 조합이다. 변속기는 6단 수동과 8단 자동이 있다. 최대 토크의 크기와 발휘 범위가 변속기에 따라 약간 다른데, 수동변속기 차종은 최대 토크 35.6kg‧m(1,000~5,000rpm), 자동변속기는 40.8kg‧m(1,000~4,300rpm)를 발휘한다.
공차중량은 수동변속기가 1,013kg으로 오히려 자동변속기 대비 4kg 무겁다. 0→100km/h 도달 시간도 수동변속기가 5.2초, 자동변속기가 4.8초로 자동변속기가 짧다. 공차 중량의 차이 때문이겠지만 자동변속기 차종은 동일한 출력 사양의 엔진을 장착한 BMW Z4 30i보다도 우수한 가속력을 발휘한다. 연비도 자동변속기가 0.3km/L 우수하다.
참고로 모건 플러스 4의 엔진은 시대에 따라 달라졌다. 1950년대에는 영국의 전통 있는 모터사이클 브랜드 트라이엄프의 것을 장착했고, 1980년대에는 피아트의 것을, 1980년대 후반부터 2000년까지는 랜드로버의 엔진을 사용했다.
이번에 공개된 올 뉴 플러스 4는 2019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플러스 6를 통해 선보였던 알루미늄 기반의 CX 제너레이션 플랫폼을 적용했다. 여기에 탑승석 공간 주변에 브랜드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물푸레나무 트림을 더했다. 서스펜션은 전후 모두 더블위시본 타입으로, 코너링에서 더욱 안정적인 성능을 발휘한다.
클래식의 가치 더욱 살린 실내외 디자인
첨단화한 퍼포먼스와 달리 올 뉴 플러스 4는 모건의 레트로 디자인 철학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 와이어 타입의 휠 스포크와 솔리드 타입(단색)의 차체 컬러는 우아하고 고풍스런 멋을 전한다. 대시보드에서 센터 콘솔 다시 시트 뒤쪽으로 이어지는 물푸레나무의 짙은 컬러도 고전적 감성을 그대로 살렸다. 참고로 목재 선택은 차량 구매 시 홈페이지의 차량 구성에서 바꿀 수 있다.
심플한 연료 게이지와 냉각수 온도 게이지 사이에 표시된 디지털 클러스터는 고풍스러움의 극치가 오히려 현대적일 수 있음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스티어링 휠의 디자인은 현대적이지만 변속기 레버의 부츠는 옛스러워, 전체적으로 인테리어에서는 고전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고 있는 셈이다.
시트 디자인 역시 고전적 면모를 살리되 강화된 퍼포먼스에 걸맞는 안정감을 구현하고 있다. 등받이 부분의 누빔은 안락감과 통기성을 높이고, 그리 높지는 않지만 견고한 사이드 볼스터는 코너링 시 운전자와 동승자의 몸이 쏠리는 것을 제어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가격은 개별 차량 구성에 따라 달라진다. 차량 구성을 클릭하면 해당 페이지로 넘어가는데 시간이 꽤 오래 걸리는 것은 유명하다. 이를 고려해 대기 페이지에서는 브랜드를 소개하는 짧은 문구가 노출되며 ‘좋은 것은 시간이 좀 오래 걸리는 법(Great things take a little time…)’이라는 메시지가 뜬다. 변속기부터 외장 컬러, 라디에이터 그릴 컬러, 인테리어 목재 종류와 컬러, 운전석 트림 등 모든 부분의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다. 가격도 천차만별이나 대략 7만 달러 선에서 시작된다고 알려져 있다. 레트로 감성과 강력한 주행 성능을 동시에 누리고 싶다면 충분히 투자할 만한 금액이다.
글
한명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