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큰 차는 무엇일까? 물론 웹에서 검색하면 금방 찾을 수 있다. 그러나 공도 주행이 불가능하거나 제조사에서 기록을 세우기 위해 단 한 대나 한정된 수량으로만 제작한 차종이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과연 양산을 전제하며 공도 주행이 가능한 자동차 중 가장 큰 차량은 무엇일까?
전장 6,499㎜, 가장 긴 양산차
메르세데스-마이바흐 풀만
마이바흐는 1909년 메르세데스–벤츠 엔지니어 출신 빌헬름 마이바흐가 설립했으며 롤스로이스, 벤틀리와 함께 세계 3대 명차로 손꼽혀 왔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과 경영진 간의 마찰로 다임러–벤츠에 인수되고 이후 2002년 이건희 삼성 회장과 배우 배용준의 차량으로 화제가 된 마이바흐 57과 62를 출시하는 등 부활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2014년부터 메르세데스 벤츠의 신 브랜드 전략에 따라, AMG처럼 메르세데스–마이바흐라는 브랜드로 편입됐다.
메르세데스–마이바흐 풀만은 9세대 S클래스의 초호화 리무진 버전이다. 전장이 무려 6,499㎜이며 롤스로이스 팬텀 EWB의 5,982㎜ 보다 517㎜ 더 길고 전장이 5,825㎜인 벤틀리 뮬산 보다 674㎜ 더 길다. 참고로 풀만(Pullman)은 1907년 메르세데스 심플렉스 60PS을 시작으로 메르세데스–벤츠 뉘르부르크, 770, 600 등으로 이어져온 길고 호화스러운 벤츠 뒤에 붙는 명칭이다.
물론 메르세데스–마이바흐 풀만은 휠베이스도 가장 길다. 4,418㎜로 메르세데스–벤츠 A 클래스의 전장과 거의 동일하다. 또한 롤스로이스 펜텀 EWB의 휠베이스 3,772㎜ 보다 훨씬 길다. 메르세데스–마이바흐 풀만에는 최고출력 630ps, 최대토크 102kg·m의 6.0리터 V12 엔진이 탑재된다.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는 6.5초면 충분하다. 메르세데스–마이바흐 풀만은 2019년 11월부터 우리나라에서도 판매하고 있으며 가격은 9억 3,560만원이다.
5톤이 넘는 양산차가 있다?
메르세데스-마이바흐 풀만가드
가장 무거운 양산차 타이틀은 메르세데스–마이바흐 풀만의 방탄 사양인 풀만 가드가 가져갔다. 지난 2016년 파리모터쇼에서 최초로 공개된 메르세데스–마이바흐 풀만 가드는 특수 제작된 방탄 차량들을 제외한 양산 차량들 중 가장 강력한 방탄 능력을 갖추었다. 그래서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 등 세계 각국의 거물급 정치인이나 기업 총수들이 애용하고 있다. 다만 김정은 위원장의 풀만은 2018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약간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는데, 이 차종은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상 북한으로의 수출 규제 품목에 해당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무역 분야의 전문가들은, 독일에서 일본으로, 일본에서 중국으로 판매한 다음 다롄 등 중국과 북한 인접 도시를 거쳐 북한으로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메르세데스–마이바흐 풀만 가드의 방탄 능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독일 방탄차 기준의 VR9 등급, 미국 연방 범죄 수사국(FBI)의 ERV2010 등급을 만족한다. 자동 소총으로 총알 세례를 받거나 차 바닥에서 15㎏급 TNT 폭탄을 맞아도 끄떡없다. 또한 밀폐율이 높아 가스 등 화학 공격에도 안전하게 버틸 수 있다. 차체에는 특수 장갑 소재와 보강재를 사용했으며 폴리카보네이트 코팅 창문과 도어의 두께만 51㎜에 달한다. 그래서 창문은 유압식으로 개방하며 도어는 전기 모터로 열어야 한다. 또한 펑쳐에도 시속 80km로 주행이 가능한 런플랫 타이어가 적용됐다.
이처럼 괴물 같은 방탄 능력을 가진 메르세데스–마이바흐 풀만 가드의 무게는 5,100kg으로 일반 메르세데스–마이바흐 풀만보다 2,015kg 더 무겁다. 참고로 경쟁 모델인 롤스로이스 팬텀 EWB는 2,610kg다. 최고출력 530ps, 최대토크 82.6kg.m를 발휘하는 6.0리터 V12 엔진을 탑재해 5톤이 넘는 무게에도 시속 160km/h로 달릴 수 있다. 가격은 140만유로(약 17억원)다.
전폭 2,038㎜, 좁은 길은 절대 못 가는
부가티 시론
2020년 현재 시판되고 있는 양산 차량들 중에서 가장 넓은 차량은 부가티 시론이다. 지난 2016년 출시된 부가티 시론은 부가티 베이론의 후속 모델로 전세계적으로 보기 힘든 16기통 엔진과 쿼드터보 시스템을 탑재해 최고출력이 1,600ps에 달하며 최대토크도 163.2kg·m를 발휘한다. 또한 세계최초로 490km/h를 돌파한 하이퍼카로도 유명하다.
부가티 시론의 전폭은 2,038㎜로 이전세대 부가티 베이론 보다 40㎜ 더 넓어졌다. 경쟁 제조사들의 플래그십 하이퍼카들을 살펴보면 페라리 라페라리가 1,992㎜이며, 포르쉐 918 스파이더는 1,940㎜, 맥라렌 세나가 1,958㎜이다. 전폭이 넓은 하이퍼카 중 하나로 알려진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도 2,030㎜로 시론 보다 8㎜ 좁다. 또한 부가티 시론과 함께 최고속도를 경쟁하는 코닉세그 아제라 역시 1,996㎜로 시론 보다 전폭이 좁다.
이 밖에도 부가티 시론은 다양한 기록들을 가지고 있다. 시론에 탑재된 8.0리터 W16 엔진은 현재 시판 중인 양산 차량 중 배기량과 유닛 크기가 가장 크며 1,600ps라는 최고출력과 163.2kg·m의 최대토크 발휘해 과급기를 사용하는 가솔린 엔진들 중 가장 높은 출력을 자랑한다. 참고로 자연흡기 엔진 중 가장 높은 출력을 가진 차량은 6.5리터 V12엔진을 탑재해 1,014ps를 발휘하는 애스턴마틴 발키리다. 부가티 시론은 240만유로(한화 31억원)에 판매되고 있다.
194cm 사람보다 키가 더 큰 양산차
포드 익스페디션
가장 전고가 높은 차는 포드 익스페디션이다. 포드 익스페디션은 1997년부터 현재까지 생산하고 있는 풀사이즈 SUV다. 링컨 내비게이터 및 F-150 픽업트럭과 플랫폼을 공유 하며 현행 4세대 익스페디션은 2017년 시카고모터쇼에서 처음 선보였다. 포드 익스페디션의 전고는 1,945㎜로 2미터에 조금 못 미친다.
현재 우리나라 자동차 제조사에서 판매 중인 차량 중 가장 높다고 할 수 있는 모하비가 1,790㎜이며 최근에 출시한 프리미엄 SUV 제네시스 GV80이 1,715㎜다. 그리고 실제로 보면 집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는 롤스로이스 컬리넌의 전고가 1,835㎜로 포드 익스페디션 보다 110㎜ 낮다. 또한 같은 미국산 풀사이즈 SUV인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마저 포드 익스페디션 보다 45㎜ 낮은 1,900㎜ 밖에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