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의 그러나 넘을 수 없는 ‘클래스’ 차이! 메르세데스 벤츠 3세대 GLS

자동차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은 평준화됐다. 그럼에도 ‘한 끗’ 차이로, 넘어서지 못하는 ‘격’이 있다. 사실 그 차이에 해당되는 요소도 기술적으로 구현하는 데 어려움은 없어보이는 것들이지만, 생각을 거기까지 밀고 나갔다는 것이 차원을 가른다. 메르세데스 벤츠 S 클래스의 SUV 버전이라 불리는 3세대 GLS(X167) 이야기다. 5월 25일, 가평의 아난티 펜트하우스에서 열린 공개행사에서 확인한 GLS의 핵심 강점들을 간략히 정리해본다.

AMG의 확장 & EQ의 도약
GLS 580 4매틱

GLS의 전장은 5,220㎜, 휠베이스는 3,135㎜, 전폭은 2,030㎜에 달한다. 이전 차종(X166) 대비 전장은 90㎜, 휠베이스는 60㎜ 길어졌다. 직접 비교할 차종은 아니지만 국내 시판 중인 SUV 기준으로 봤을 때, 크기로는 벤틀리의 벤테이가를 넘어섰고 롤스로이스의 컬리넌 아래다. 이 덩치를 움직일 파워트레인 구분 중 단연 돋보이는 것이 580 4매틱이라는 등급이다.
GLS 580 4매틱에는 AMG 4도어 쿠페나 GT, AMG C63 등 AMG의 주력 차종에 적용되는 4.0리터(3,982cc) 바이터보 엔진과 48V 배터리 기반의 EQ 부스트가 결합된 파워 유닛이 장착됐다. 최고 출력은 489ps, 최대 토크 71.3kg∙m를 발휘한다. EQ 부스트의 통합 스타터-제너레이터는 가속 시 22ps의 출력과 25.5kg∙m의 최대 토크를 추가한다. 기존 이 시스템은 최고 출력 367ps의 3.0리터 트윈터보 엔진과 결합된 사례는 있었으나(AMG 53 라인업) 4.0리터 엔진과 결합된 파워트레인은 GLS에서 처음 선보였다.


약간의 그러나 넘을 수 없는 ‘클래스’ 차이! 메르세데스 벤츠 3세대 GLS
580의 4.0리터 V8 바이터보 엔진

엔진 덮개에 ‘원 맨 원 엔진’을 상징하는 명판은 붙어 있지 않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AMG의 확장과 EQ의 전략 방향이 메르세데스 벤츠라는 코어 브랜드와 구현할 수 있는 최대공약수를 보여 준다. 참고로 유럽 현지에서는 최고 출력 367ps의 450 4매틱과 EQ 부스트를 더한 450 4매틱도 적용된다. 한국 출시 사양의 디젤 엔진으로는 최고 출력 330ps, 최대 토크 71.3kg∙m의 직렬 6기통 3.0리터 엔진이 적용된다. 부드러운 회전 질감으로 디젤 엔진의 한계를 넘어선 높은 출력이 매력포인트다. 유럽 현지에는 최고 출력 286ps의 350d 4매틱도 출시된다.


약간의 그러나 넘을 수 없는 ‘클래스’ 차이! 메르세데스 벤츠 3세대 GLS
GLS 400d 4매틱

다만 이러한 엔진 구성에서 AMG의 라인업 적용은 어떻게 될지도 궁금해진다. 현지에서도 소식은 없으나, 이미 4.0리터 V8 바이터보와 EQ 부스트를 장착했다. S 클래스에 적용되는 AMG 63은 동일 배기량 엔진에 해당 엔지니어의 명판이 붙는 원 맨 원 엔진 방식이고 최고 출력은 612ps대다. 아니면 향후 GT에 상징적으로 장착될 예정인 AMG 73의 등장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이는 기존 4.0리터 V8 바이터보 엔진을 기반으로 하지만 800ps대 최고 출력을 발휘하는 PHEV 파워유닛이다. 이런 괴물 심장을 장착하면 SUV 시장의 판을 바꿔버리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어느 쪽이든, 엔진 시대의 마지막 럭셔리, 고성능 SUV가 될지도 모를 GLS이니 기대해볼 만한 구성이다.
한국에서 이 차를 오프로더로 쓸 이들이 얼마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580 4매틱에는 정통 오프로더에 적용되는 저단 기어박스가 적용돼 있다. 전∙후륜 구동 토크 배분 정도를 0에서 100%까지 구현할 수 있다. 전륜 및 후륜 차축에는 네 바퀴의 트랙션을 각기 제어하는 4ETS가 적용됐다. 컴포트(Comfort)’, ‘커브(Curve)’,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Sport, Sport plus)’ 등 3개 모드를 지원하는 E-액티브 바디컨트롤 서스펜션은 선택사양인데 580 4매틱에는 이 사양도 적용된다.


약간의 그러나 넘을 수 없는 ‘클래스’ 차이! 메르세데스 벤츠 3세대 GLS
오프로드 주파용 저단 기어(토글)

제조사가 생각하는 ‘편의’ 말고
유저가 원하는 ‘경험’

GLS는, 편의사양이 제조사의 존재감 주장이 아닌 핵심 고객들이 일상에서 누리고자 하는 경험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놀라운 것은, 그 기술들이 결코 대단하거나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3열 좌석 탑승을 쉽게 도와 주는 이지 엔트리 기능과 세차 모드가 대표적이다. 2열 시트를 전동으로 옮기고 등받이를 틸팅하는 정도는 어느 제조사에나 있다. 그러나 GLS의 이지 엔트리는 슬라이딩 방식으로 앞으로 이동시킨 좌석의 하단부 뒤쪽을 살짝 들어올려 다리가 지나갈 공간을 넓게 해준다. 상체가 지나갈 공간만 넓어진다고 출입이 쉬운 게 아니라는 데 착안한 기능이다. 또한 세차 기능은 버튼 한 번의 조작으로 열려 있던 윈도우를 모두 닫고 주차 센서 등을 끄는 등 운전자가 평소 신경 쓸만한 부분들을 먼저 알아서 행해준다. 결코 구현은 어렵지 않을 기능이지만, 벤츠는 한 발짝 더 나갔다.
시트는 주요 고급 브랜드들이 사용하는 나파 대신 풀 그레인을 사용했다. 인디비주얼 오더에서 변화를 줄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파 못지 않은 부드러운 촉감과 견고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오톨도톨한 그레인 덕분에 통기성도 우수해 보인다. 좌석 헤드레스트에는 목베개가 적용돼 있다.

또한 GLS 580 4MATIC에는 탑승자의 기분과 취향에 따라 온도 조절 장치, 열선, 통풍, 마사지 시트, 조명, 오디오 시스템, 에어 밸런스 패키지 등을 유기적으로 통합 제어하는 에너자이징 패키지 플러스가 기본 사양으로 제공된다. 상쾌함(Freshness), 활력(Vitality), 트레이닝(Training), 따뜻함(Warmth), 기쁨(Joy), 안락함(Comfort)의 총 6가지 프로그램 중 하나를 자신의 기분과 상태에 따라 선택 가능하다. 또한 밸런스 패키지는 개인적인 취향과 분위기에 맞게 6가지 하이 퀄리티의 인테리어 향수를 제공한다. 여기에 나아가 가민(GARMIN)사의 웨어러블 제품을 연결해 운전자의 신체 상태를 체크하고 가장 적절한 프로그램을 추천해 주는 에너자이징 코치(ENGERGIZING Coach) 기능도 국내 최초로 도입됐다. IT 마니아들이라면 반가운 소식이다.

이 외에 첨단 인터페이스인 MBUX를 비롯해 2열의 태블릿 등은 전 좌석의 퍼스트 클래스화라는 가치에 기여한다. 각 태블릿에는 블루투스, HDMI 케이블 등을 이용해 탑승자 각자의 멀티미디어 기기를 연결할 수 있다.

트렁크 좌우 벽면을 잘 활용하세요!

테일게이트와 트렁크 공간을 다루는 데 있어서도 디테일한 편의성이 강조됐다. 트렁크 오른쪽 벽면에는 후미쪽 높이를 낮추는 버튼이 있고 왼쪽 벽면에는 2, 3열 좌석의 폴딩을 제어하는 버튼이 있다. 2열까지 모두 폴딩하면 깊이는 최대 2미터에 달하며 적재 공간의 용적은 2,400리터에 달한다. 분할 폴딩도 모두 버튼으로 가능하며 2열과 3열의 동시 폴딩도 가능하다.

GLS의 유저 중에는 골퍼들이 많을 것이다. 우선 미리 말해두자면 캐디백(클럽을 넣는 가방)과 보스턴 백 여러 개를 넣기에 부족함은 없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그러나 긴 샤프트가 장착된 드라이버가 들어 있다면 캐디백을 가로로 싣는 것은 약간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참고하기 바란다. GLS뿐만 아니라 주요 유럽산 대형SUV들은 안전과 여러 전장 부품의 안정적 패키징을 위해 차폭과 트렁크 내부 폭에 차이가 있는 편이다.
차박이 요즘 핫 트렌드인데 GLS 정도면 차박을 넘어 움직이는 작은 호텔 정도라 할 수 있다. 폴딩 시2열의 경우는 완전한 플랫보다는 10도 정도의 각도로 들려 있는데 오히려 이를 통해 누웠을 때 자연스럽고 편안한 자세를 만들 수 있게 돼 있다.
가격은 GLS 580 4매틱이 1억 6,360만 원, 400d 4매틱이 1억 3,860만 원이다. 개별소비세 혜택이 있긴 하지만 최근 고가 SUV들의 등장 속에서 오히려 GLS의 이러한 가격 책정은 상대적으로나마 ‘착해’ 보인다.

아직 GLS는 국내에 시승차가 준비되지 않은 상황이다.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 측에 따르면 추후에 시승 행사는 진행될 계획이다. 사실 다른 편의 시스템은 서 있는 차량으로도 충분히 설명이 가능하지만 새로이 적용된 파워트레인의 가치는 주행을 통해서만 느낄 수 있다. 그것만 제외하고, 3세대의 GLS가 갖고 있는 매력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거듭 언급하지만, 어느 하나 경쟁 제조사에서 구현하지 못할 편의 기능들은 아니다. 이 차를 타는 사람이 누구인가, 무엇을 원할 것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이 응축된 차가 SUV의 S클래스, GLS라 할 수 있다.
글·사진
한명륜 기자
사진제공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