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 인피니티 결국 공식 철수 입장 발표, 서비스는 8년까지

5월 28일 저녁, 한국 닛산이 결국 닛산, 인피니티 브랜드의 한국 시장 철수를 공식 발표했다. 공식 철수 시기는 2020년 12월 말이다. 이로써 2004년 한국 닛산의 법인을 세운 지 16년만에 시장을 떠나게 됐다. 그간 합리적 가격의 신차와 독특한 개성을 가진 스포츠카, SUV 등을 통해 나름대로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던 닛산은 한국 시장에서 당분간 안녕을 고하게 됐다. 

한국 닛산이 밝힌 브랜드 철수에 대한 공식적인 사유는 ‘ 글로벌 차원의 전략적 사업개선 방안의 일환’이다. 또한 중장기적으로 전세계 시장에서 건전한 수익구조를 확보하고 지속 가능한 사업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본사에서 내린 최종 결정이며, 대내외적인 사업 환경 변화로 인해 국내 시장에서의 상황이 더욱 악화되면서, 본사는 한국 시장에서 다시 지속 가능한 성장 구조를 갖추기가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다만 기존 닛산과 인피니티 고객들을 위한 차량의 품질 보증, 부품 관리 등의 애프터세일즈 서비스는 2028년까지 향후 8년간 지속적으로 제공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브랜드 철수로 인한 기존 오너들을 위한 마지막 배려라고 할 수 있다. 

사실 한국 닛산과 인피니티 브랜드는 한국 수입차 시장에서 규모는 크지 않아도 나름대로 마니아들을 구축해 왔다. 특히 2000년대 중반, 합리적 가격의 고성능 펀카 니즈를 국내 시장에서 충족시켜주고 또 그 시장을 확장하는 데 일정 부분 기여했다. i30가 자리잡는데 폭스바겐 골프의 기여가 있었던 것처럼 제네시스 쿠페와 시너지를 이루며 협소하나마 국내 스포츠 쿠페 시장을 확대하는 데 일조했다. 특히 제네시스 브랜드 독립 이후, 제네시스 쿠페가 단종되면서 그 이후까지 출시됐던 닛산 370Z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국내 쿠페 마니아들의 니즈를 충족시켰다.

또한 국내 스포츠 이벤트 및 드라마 제작 지원 등 국내 시장에서의 판매 규모 등에 비하면 적극적인 후원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특히 드라마 제작 시 차량 지원에 무척 적극적이었다. 


닛산 인피니티 결국 공식 철수 입장 발표,
서비스는 8년까지
지난 2019년 5월, KLPGA 롯데 칸타타 오픈 홀인원 경품으로 지원된 QX50

한편 이번 사태를 불매 운동이나 반일 정서의 연장으로만 보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 닛산은 이미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공조 위기로 인해 2019년 말부터 잡음을 내고 있었다. 카를로스 곤 회장이 악기 상자에 숨어 일본을 탈출한 해프닝은 코로나 사태만 아니었다면 좀 더 오래 파장을 끌 수 있는 ‘떡밥’이었을 텐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팬데믹으로 묻혀버렸다. 

위기는 더 오래 전에 왔다. 대표적 펀카인 인피니티 Q60가 미국 시장에서 판매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또한 닛산을 대표하는 고성능차 GT-R은 ‘에디션 장사’에 그치며 신차로의 환골탈태를 미루고 있다. 닛산 내부에서조차 ‘타고 싶은 차가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참담한 분위기다. 

그러나 여전히 기술적인 면에서는 가변 압축비를 활용한 터보 엔진인 VC 터보라든가, 수냉식 고성능 터보 엔진 등을 개발, 상용화하는 등 성과를 보여주었던 점도 부정할 수 없다. 리프 등 전동화 트렌드를 이끌었던 차도 여전히 건재하다. 

아무리 유명한 브랜드라도 국가, 국민 간 감정이 좋지 않아 어느 국가에서는 전혀 사용하지 않는 제품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닛산과 인피니티 브랜드가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는 것도 긴 안목에서 보면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냉정하게 말해서, 닛산과 인피니티는 렉서스가 갖춘 것과 같은 절대적 존재감과 확실한 필요성을 스스로 시장에서 입증하는 역량이 점점 떨어졌고 결국 시장의 논리에서 밀린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업적 결정이 어떤 국민적 운동이나 정치적 목적의 승리 더 나아가 정의 구현 등으로 포장되는 것은 다소 경계할 필요가 있다. 기업활동은 엄연히 민간 차원의 교류고, 그것이 어떤 형태로든 끊어진다는 것은 역내 무역 환경에서 별로 반길 만한 현상은 아니다. 브랜드 철수로 인해 한국 닛산과 인피니티 브랜드 그리고 연관 협력업체에 몸담았을 인력들의 실직이나 피해가 최소화되기를 바랄 뿐이다. 


한명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