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고 아름다워진 올 뉴 푸조 2008, 힘 좀 쓸까?

푸조의 2008은 푸조 시트로엥이 국내 시장에서 거의 10년만에 배출한 스타급 차량이었다. 우수한 연비와 감각적인 디자인 그리고 국산차와도 큰 차이 없는 가격을 무기로 2014년 사전계약 일주일 만에 1,000대를 돌파, 2015년 수입 콤팩트 SUV 부문 판매 1위라는 기록을 차지했다. 현재까지 누적 판매량도 8,000대가 넘는데 독일 3사 편중이 심해진 2010년대의 수입차 시장을 고려하면 선전이다. 또한 3008, 5008 SUV의 국내 시장 선전에 있어 마중물이 된 차량으로도 평가할 수 있다.

2세대 2008은 동급에서 단연 압도적이라 할 수 있는 디자인과 확장된 공간, 국내 소비자들이 중시하는 ADAS 및 첨던 인포테인먼트 적용 및 파워트레인 다양화로 우수한 상품성도 갖췄다. 가격이 관건이긴 하지만, 비슷한 체급의 국산 SUV가 동급의 사양을 다 갖추면 3,300만 원이 넘어가므로 충분히 경쟁력은 있다. 현재 국내 최대규모 오픈 마켓인 11번가를 통해 10만 원의 사전 계약금으로 예약할 수 있으며 독점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차별화와 보편성의 첨예한 경계,
‘작두’타는 푸조 디자인

산업 디자인 계통에서 가장 극한 직업이라 할 수 있는 영역은 자동차 디자인일 것이다. 외관이든 인테리어든 엔지니어과의 조화, 사용성의 구현 같은 기능적인 면에 봉사하면서도 심미적 만족도도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심미적 만족도의 정의도 모호하다. 굳이 조건을 따진다면 다른 자동차들과 확연히 차별되는 개성을 표현하면서도 이질적 거부감을 주지 않을 것 정도가 되겠다PSA 그룹 중에서 푸조의 디자인이 이 부분에서 가장 큰 호평을 받고 있고, 올 뉴 푸조 2008은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수송디자인 분야의 프로덕트 부문을 수상했다. 참고로 푸조의 레드닷 수상은 6회차다.

우선 주목받는 것은 전면 사자의 송곳니라 불리는 LED DRL을 비롯한 풀 LED 헤드램프와 디지털 기반으로 더욱 감각적으로 진화한 i-콕핏이다. 등화류는 세단인 508 살룬과 패밀리룩을 이루지만 SUV인만큼 스포티한 외관 디자인과 조화를 이룬다. 실내 디자인은 푸조 특유의 조작 용이성과 실용성을 지향하는 한편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의 시야와 직관에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LED 등화류 옵션은 국내 유저들이 선호하는 사양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전장과 휠베이스 증가로 인한 비례감 개선이 크다. 전장은 4,300 (+140), 휠베이스는 2,605 (+65)에 달한다. 전폭은 1,770(+30). 국산차 중 이 세그먼트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기아차 셀토스보다는 조금씩 작은 수치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라인과 볼륨을 통해 크기 이상의 당당한 외모를 보인다. 특히 지상으로부터의 높이가 높은 보닛 후드는 두께감과 반전감이 동시에 살아 있다. 2열 도어에서 하단 라인에서 C 필러로 올라가는 라인은 이 차의 주 타깃인 젊은 세대의 경쾌함을 보여 준다. 여러모로 섹시한 디자인이다.

컬러는 오렌지 퓨전, 버티고 블루, 엘릭서 레드, 비앙카 화이트, 펄 화이트, 큐물러스 그레이, 님버스 그레이, 오닉스 블랙의 8종으로 구성된다.

17.1km/L의 공인복합 연비 디젤,
3분기엔 전기차도 있다

푸조 2008은 최근 한국 에너지공단 수송에너지 공단 기준으로 연비 인증을 받았다. 복합 17.1km/L(도심 15.7, 고속도로 19)로 기존보다 13% 개선됐다. 공차중량이 30kg 증가했음에도 CMP 밸런스와 효율을 통해 만든 연비다. 엔진은 현재 주요 차종에 적용되는 1.5리터 블루 HDi 디젤 엔진이다. 최고 출력 130ps, 최대 토크 30.6kg·m를 발휘한다. 특히 실용영역에서 토크가 높다. 변속기는 EAT8(8단 자동변속기)인데 같은 PSA 그룹 차량이라 하더라도 푸조의 기어비 세팅이 보다 스포티한 맛을 전하는 경향이 있다. 컴팩트한 차체로 다이내믹한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디젤이냐고 하는 유저들의 지적도 있지만 현재 푸조의 가솔린 엔진 제원 및 배기가스 기준이 국내 인증 기준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푸조의 경우 한국과 인증 기준이 비슷한 미국 시장에 개인용 차량을 수출하고 있지 않는 까닭에 별도로 이 기준에 맞는 차량을 제작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하지만 요소수 기반의 SCR 시스템을 적용한 해당 디젤 엔진은 유로 6-d 이후의 규제까지 대응 가능하다.

그래도 디젤 엔진 차량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3분기에 출시하는 EV 버전의 e-2008도 있다. PSA 그룹의 CMP 플랫폼은 한 생산 라인에서 엔진 자동차와 PHEV, EV를 모두 제작할 수 있는 멀티 에너지 플랫폼으로 안정적인 생산 능력이 장점이다. 여기에 PSA 그룹은 자국 배터리 기업은 사프트(SAFT) 사와 함께 중국 배터리 견제를 위한 32GWh 규모의 배터리 생산 시설도 건립 중이다.

국산차 안 부러운 ADAS 및 실내 편의사양

새로운 2008 ADAS(지능형 운전자 보조 시스템) 및 실내 공간은 국산 SUV 부럽지 않다. 소형차지만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및 스탑 & , 차로 중앙 유지 장치, 제한 속도 인식 및 권장, 액티브 세이프티 브레이크 및 전방 충돌 경고 시스템 등 안전 장치가 두루 적용되어 있다. 참고로 현대기아차에서 해당 기능을 패키지로 선택하면 110만 원 이상 추가 비용이 발생하기도 한다.

ADAS 기술은 평준화되고 있지만 각 제조사마다 특색은 있다. PSA 그룹, 특히 디젤 엔진에 적용된 이 기능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의 스탑 & 고 기능의 작동이 매우 부드럽고 심리스하다는 점이다. 푸조 역시 8단 자동변속기가 적용된 만큼 이런 장점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권장 속도 유지 및 인식 기능의 경우, 스티어링 컬럼 좌측의 크루즈 컨트롤 레버에 있는 ‘MEM’ 버튼만 누르면 해당 속도로 크루즈 컨트롤이 자동 설정된다.

여기에 국산 소형차에서 찾기 어려운 알칸타라 옵션도 적용된다. 11번가를 통해 사전 계약한 고객 중 150명을 추첨하여 알칸타라 가죽 시트로 업그레이드하는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 푸조의 알칸타라 옵션은 천연 가죽과 적절히 배치되어 몸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주는 느낌이 일품이다. i-콕핏과 푸조 특유의 타이트한 조향감을 이용해 스포티한 와인딩 주행을 즐길 때 적절하다. 참고로 선정된 고객들에게는 5 10 km 보증 연장, 푸조 캔들 3종 세트를 사전 계약 혜택으로 제공한다.

늘어난  휠베이스와 전장을 기반으로 넉넉한 적재 공간도 자랑한다. 트렁크 공간은 윈드실드 하단 칸막이 제거 시 545리터, 2열 폴딩 시 최대 1,467리터에 달한다. 

공식 출시는 7월이다. 트림별 상세 정보는 그 때 공개될 예정이나 현재 예약 진행 중인 트림은 알뤼르와 GT 라인으로 각각 3,290만 원, 3,590만 원이다. 기아차 셀토스,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등 해당 세그먼트 주요 차종의 최상위 트림들과 경쟁해볼 수 있는 가격대다. 자동차 자체가 가진 완성도와 매력도 높지만 가격 책정 자체도 절묘하다. 게다가 3008, 5008 등 푸조의 주요 SUV 라인이 국내 시장에서 다져 놓은 입지도 나름대로 단단하다. 크기 이상의 큰 울림을 기대해볼 만하다.


한명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