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잊혀진 튜닝 브랜드, 인커스(INCUS)

현대자동차의 N브랜드는 점차 자리를 잡아 가는 모양새다. 그러나 현대자동차는 N 전에도 과감한 튜닝 브랜드에 대한 도전을 진행한 바 있다. 2000년대 초반 튜닝에 관심 있었던 사람들은 아마 인커스라는 브랜드를 기억할 것이다. 당시 현대자동차 기반의 튜닝카 상당수가 ‘INCUS’라는 스티커를 붙이고 다니기도 했다.

현대자동차의 야심 찬 시도 인커스(INCUS)

2000년대 중반은 품질 좋은 수입차들이 연이어 국내 시장에 출시되는 한편, 그 성능을 쫓아가기위한 자동차 튜닝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던 시기였다. 그래서 현대자동차는 소수의 연구원과 디자이너를 모아 인커스라는 사내 벤처팀을 만들었다. 참고로 사내 벤처팀이란 대기업들이 기존 우수인력의 지속적 활용과 이탈 방지 및 다양한 사업기회를 포착하기 위해 기업 내부에 독립된 벤처사업체를 두는 것을 말한다. 현대자동차는 2000년부터 이러한 제도를 실시했고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어 왔다.

인커스의 장점은 현대자동차의 사내 벤처팀이라 현대·기아차의 신차 개발 단계부터 참여할 수 있었는 것이다. 그래서 일반 애프터마켓 제품 대비 완성도 높은 튜닝 용품을 만들 수 있었다. 특히 에어로 파츠의 경우 현대차 남양연구소의 풍동 실험실을 사용하여 제작했기 때문에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인커스의 대표 제품들로는 먼저 유럽에서 판매되는 기아 씨드의 서스펜션 킷과 씨드 xR 바디킷 그리고 아반떼(HD)용 바디킷, i30 및 아반떼용 서스펜션 S, 17인치 단조 경량휠과 18인치 멀티스포크 휠, 아반떼용 머플러 등이 있다.

또한 그랜저나 쏘나타 전용 킷을 개발한다는 소식도 있었다. 아쉽게도 제품으로 출시되지는 않았지만 그만큼 시도가 다채로웠다는 것을 반증하는 이야기다. 여기에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론칭 당시 자동차 전문 매체 기자들을 초대해 시승회을 열기도 했으며 2007년 세계 최대 규모의 애프터마켓 박람회인 미국 SEMA 쇼에 출품하기도 했다.

작은 시장과 지나친 규제,
인커스의 발목을 잡다

그러나 노력에도 불구하고 2008, 지원 마비 등의 사유로 폐지됐다. 물론 벤처라는 특성과 저변이 넓지 않은 튜닝이라는 사업분야 조건상 인커스의 해체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당시 현대차는 인커스의 2년간 실적과 사업성을 평가해 본격적으로 운영 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당시 튜닝에 대한 인식이 낮아 뛰어난 성능의 제품을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불법 저급 제품이 유통됐으며 따라서 상품화가 어려웠다.

무엇보다도 규제가 발목을 잡았다. 튜닝 관련 규제는 2010년대 중반에 들어 서서히 풀렸고 2019년에 크게 완화됐지만 2000년대 초반에는 웬만한 튜닝은 모두 불법으로 간주했다. 그러다 보니 튜닝 산업이 발전할 수 없는 구조였다.

뛰어난 제품을 장착할 수 있는 인프라의 부족도 문제였다. 인커스의 제품을 구입해도 지정 정비업체를 통해 장착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이러한 제약을 이유로 현대자동차는 인커스의 발전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판단하고 문을 닫은 것이다.

인커스의 중단, 실패만이 아닌 이유?

인커스의 실패 이후에도 현대자동차는 자체 튜닝 브랜드에 대한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현대자동차의 트랜스미션을 제작하는 현대 파워텍(현재는 트랜시스)을 통해 자동차 용품 회사 카렉스와 손을 잡고 퍼포먼스 튜닝 시장에 진출했다. 에어로 파츠 위주로 제작했던 인커스와 달리 파워텍과 카렉스는 NF 쏘나타 및 그랜저 TG 전용 터보차저 키트 등 성능 향상 위주의 제품을 제작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별성과 없이 흐지부지 끝나버렸다.

대신 비슷한 시기에 기아 쏘울을 출시하면서 팩토리 튜닝 브랜드 튜온이 론칭됐다. 이후 튜온이 성공적으로 정착하자 현대차에서도 이를 참고해 커스터마이징 브랜드 튜익스를 설립했다. 튜익스와 튜온은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으며 외장 드레스업이 전부였던 예전과 달리 최근에는 알콘 브레이크와 고성능 서스펜션 등 퍼포먼스에 도움을 주는 파츠들도 판매하고 있다.

2012년에는 현대자동차의 모든 기술력을 동원해 WRC에 참가할 수 있는 i20 WRC 머신을 제작했다. 이후 2014년 본격적으로 WRC에 참가해 하이 퍼포먼스 차량 데이터를 축적했다. 그리고 2015, 모터스포츠에서 축적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M AMG같은 제대로 된 메이커 튜너, 고성능 디비전 N을 설립했다. N 브랜드 설립 후 2017, 첫 번째 자동차 i30 N을 출시했고 동시에 i30 N을 기반으로 제작한 TCR 머신으로 WTCR에 참가, 압도적인 퍼포먼스로 대회를 휩쓸었다.

인커스 이전에도 현대자동차를 위한 튜닝 파츠들은 존재했다. 그러나 제조사에서 직접 운영하고 실제 양산까지 이어진 튜닝 브랜드는 인커스가 처음이다. 아마 인커스가 없었다면 지금의 고성능 브랜드 N도 탄생하지 못 했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그리고 인커스가 N으로 발전하는 동안 소비자들의 수준이 높아졌다. 그래서 인커스는 현대차가 야심 차게 도전의 실패로 잊혀진 회사가 아닌 오늘날의 우리나라 튜닝 시장이 발전 시킨 숨은 영웅이라 할 수 있다.


정휘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