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자동차 업계의 전동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고성능의 내연기관 차량들이 주목을 받았던 모터쇼는 이제는 각 제조사의 새로운 전기차를 소개하는 무대가 되었다. 하지만, 아직은 부족한 충전 인프라와 높은 차량 가격,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짧은 1회 충전 주행거리 등의 이유로 전기차를 선호하지 않는 소비자 역시 많다. 아직까지 내연기관 차량이 전기차보다 많이 팔리는 이유다.
EU(유럽연합)은 2035년부터 내연기관 차량의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을 확정했다. 단, e-Fuel을 연료로 사용하는 내연기관 차량은 예외로 했다. 내연기관 차량은 연료를 연소실 내에서 태워 동력을 얻는 기관을 말하며, 사용 연료에 따라 가솔린엔진, 디젤엔진 등으로 부르고 있다. 그럼 e-Fuel이라는 연료는 무엇일까? 아울러 전반적인 자동차의 연료에 대해 알아보자.
가솔린(휘발유)
가솔린은 전 세계적으로 승용차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연료로, 휘발유의 미국식 표현이다. 이름 그대로 휘발성이 강하며, 휘발된 유증기는 정전기나 작은 불꽃에도 쉽게 폭발한다. 이런 특성을 이용해 가솔린 엔진은 불꽃 점화 방식을 사용한다. 연소실에 들어간 공기와 연료를 압축한 뒤, 점화플러그의 불꽃을 이용해 폭발 시키는 방식이다. 덕분에 높은 압축비를 가질 필요가 없어 스트로크가 짧아 고회전에 유리하다. 바꿔 말하면 동일한 배기량 기준 다른 연료보다 최고 출력이 높다. 출력은 토크에 엔진 회전수를 곱한 값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레이싱에서는 가솔린 엔진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옥탄가가 높은 가솔린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주유소에서 접할 수 있는 ‘고급휘발유’와 비슷하다.
고급휘발유
가솔린 엔진은 낮은 온도에서도 불이 쉽게 붙는다. 그래서 피스톤이 압축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로도 쉽게 폭발할 수 있다. 이렇게 의도되지 않은 폭발이 일어나는 등 적절하지 않은 시점에 점화되는 것을 ‘노킹’이라고 하고, 엔진에 큰 충격을 주기 때문에 치명적이다. 노킹에 대한 저항성을 ‘옥탄가’라고 하는데, 이 옥탄가가 높은 휘발유를 고급휘발유라고 한다. 미국에서는 premium Gasoline, 일본에서는 하이오크(high-octane), 호주에서는 Vortex, 태국에서는 가솔린 95 등 다양한 이름으로 판매된다.
노킹은 고회전, 고출력, 고압축일 때 더욱 많이 발생하며, 따라서 고회전을 사용하는 바이크나 레이스카, 높은 압축비를 사용하는 엔진 등 고성능 차량에는 고급 휘발유를 필수로 사용해야 하거나 권장하고 있다. 규격이 정해진 시험용 엔진에 측정 연료를 넣고 노킹을 일으켜 옥탄가를 측정하는 RON, 더욱 높은 RPM을 사용하거나 점화를 진각 시키는 등 실제 주행 상황과 비슷하게 측정하는 MON, RON과 MON의 평균값인 AKI 등의 측정 및 표기법이 있으며, 국내에서는 RON을 사용한다. 그리고 고급휘발유는 RON 94 이상인 휘발유로 정의한다.
디젤(경유)
디젤은 경유를 부르는 말로, 디젤 엔진을 발명한 ‘루돌프 디젤’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 가솔린과는 달리 휘발성이 낮고 인화점도 낮아 쉽게 불이 붙지 않는다. 그러나 가솔린보다 착화점이 낮다. 이런 특성을 이용해 디젤엔진은 불꽃 점화를 하지 않고 압축 착화 방식을 사용한다. 실린더에 공기만 흡입하여 압축한 뒤, 온도가 오른 실린더에 연료를 분사해 자연적으로 발화 시키는 원리다. 그래서 디젤엔진에는 점화플러그가 없다. 점화 없이 연료만으로 연소를 시켜야 하기 때문에 압축비가 높으며, 스트로크 또한 길다. 덕분에 강한 폭발력을 얻을 수 있어 토크가 높다. 버스나 트럭, 트랙터 등의 상용차에 주로 사용된다. 하지만 고압축과 강한 폭발력 때문에 진동이 심하고, 또 그만큼 내구성이 중요해 가솔린 엔진 대비 무겁고 가격이 비싸며, 부피도 크다. 그리고 엔전 회전수도 높일 수 없어 토크는 높지만 출력은 낮은 편이다.
요즘 전 세계적으로 승용차에는 디젤 엔진이 사라지는 추세다. 가솔린 엔진 대비 연비는 좋지만, 질소산화물과 미세먼지가 많이 배출되는 문제도 있다. 제조사는 DPF, SCR 등 다양한 방법으로 배기가스 저감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갈수록 높아지는 배출가스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어렵고, 대응하더라도 그만큼 비용이 올라가 가격 대비 상품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고성능 경유
가솔린의 품질을 ‘옥탄가’로 구분하듯, 경유는 ‘세탄가’로 품질을 구분한다. 노킹을 억제하기 위한 수치라는 점은 같지만 휘발유는 자연 발화를 통한 노킹을 막기 위해 착화점을 높여야 하고, 디젤은 압축 착화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반대로 착화점을 낮춰야 한다. 국내에도 이 세탄가가 높은 ‘고성능 경유’를 판매했었지만 금세 사라졌다. 일반 경유 대비 가격이 비싸지만 연비나 출력 상승 효과를 느끼기 어려워 소비자의 외면을 받았기 때문이다.
올해 4월 현대오일뱅크가 ‘울트라디젤’이라는 이름의 프리미엄 경유를 출시했다. 이는 세탄가를 높인 고성능 경유와는 다르게 고성능 첨가제가 들어간 경유로, 내부 침적물 제거를 통해 저하된 엔진 출력을 회복하고, 연소 효율을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LPG
LPG는 액화석유가스(Liquefied Petroleum Gas)의 약자로 탄화수소 가스를 냉각 액화한 연료다. 주성분은 프로펜과 뷰테인이며, 자동차용으로 사용되는 것은 뷰테인이다. 우리가 ‘부탄가스’라고 하는 부탄이 바로 뷰테인이다. LPG는 디젤이나 가솔린 대비 완전연소 비율이 높아 엔진에 슬러지나 카본이 거의 쌓이지 않으며, 노킹 현상도 없어 관리도 쉽다. 그리고 배출가스 중 가장 유해 하다고 알려진 질소산화물이 매우 적게 배출되어 친환경적이다.
LPG 엔진 자동차는 원래 렌터카나 택시로만 구매할 수 있었고, 장애인용 차량, 혹은 국가유공자만 구매할 수 있었다. 일반인은 경차나 7인승 이상 승용차, 승합차, 트럭 등 만 구매할 수 있었다. 물론 2019년 3월에 관련 법이 개정되어 일반인도 제약 없이 구매할 수 있게 되었다.
LPG 엔진 자동차의 가장 큰 장점은 연료비다. 가솔린에 비해 열량이 적어 동일한 배기량이어도 출력이 더 낮고, 더 많은 연료를 분사해야 하기 때문에 가솔린엔진 대비 연비가 좋지 않지만, 연료비가 가솔린 대비 매우 저렴하기 때문이다. 2023년 3월 휘발유의 평균 판매 가격은 리터 당 1592.25원이었지만, LPG는 989.41원이었다. 하지만 안전상의 이유로 85%까지만 충전할 수 있어 잦은 충전이 필요한데, 일반 주유소 대비 LPG 충전소의 수가 적은 적다는 단점이 있다.
CNG
CNG는 압축천연가스(Compressed Natural Gas)의 약자로 메탄이 주성분인 천연가스를 압축한 것이다. 화석연료에 비해 옥탄가가 높고 미세먼지 배출이 적다는 장점으로 인해 청정연료로 주목 받았다. 그러나 에너지 밀도가 매우 낮은 편이고, LNG보다 부피가 3배나 커 주행 가능 거리가 짧다. 그리고 천연가스충전소도 매우 적어 승용차 연료로 활용하기는 어렵다. 주로 시내버스용으로 주로 사용되었지만, 최근 전기 버스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어 CNG를 연료로 사용하는 차량의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고, 2024년부터 저공해차에서 제외될 예정이라 CNG 연료를 사용하는 자동차는 점점 사라질 전망이다.
수소
수소를 연료로 주입하는 차를 우리는 흔히 ‘수소차’라고 한다. 하지만 모두 똑같지는 않다. 주입한 수소를 어떻게 활용해 구동하는지에 따라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가장 대중적으로는 우리가 현대 넥쏘를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는 수소연료전지차(FCEV)가 있다. 수소와 공기를 연료 전지 스택에서 화학 반응시켜 전기를 만들고, 이 전기를 모터로 보내 자동차를 구동하는 방식으로, 전기차로 분류된다. 내연기관으로 발전을 해 배터리를 충전하는 직렬식 하이브리드와 매우 유사한 방식이다. 수소연료전지차(FCEV)는 2013년 투싼 iX를 통해 현대가 세계 최초로 양산에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