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적 의미로 콘셉트카는 소비자들의 성향과 제조사의 미래 비전을 소개하기 위해 제작되는 자동차다. 그래서 공개 후 반응이 좋으면 양산 버전으로 출시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개 기술 홍보나 새 모델 디자인에 응용으로만 그치는 사례가 더 많다. 특히 90년대에는 콘셉트카의 황금기라 불릴 정도로 독창적이고 신선한 시도가 많았지만 양산으로 이어지지 못한 차량들이 수두룩했다. 그래서 이번 콘텐츠에서는 콘셉트는 좋았으나 양산되지 못한 1990년대 콘셉트카들을 소개하려한다.
기분에 따라 변신한다!
메르세데스 벤츠 VRC
25년 전, 1995년 스위스 제네바 모터쇼에서 메르세데스–벤츠는 이전까지 생각했던 자동차 형태에 대한 정의를 완전히 뒤집어 놓을 정도로 혁신적인 콘셉트카를 공개했었다. 바로 메르세데스–벤츠 VRC(Vario Research Car) 콘셉트다. 벤츠 VRC는 단 한대의 자동차로 쿠페, 컨버터블, 왜건, 픽업트럭 등 모든 형태로 변신할 수 있어 지금 봐도 매우 충격적인 콘셉트카였다.
메르세데스–벤츠 VRC가 이처럼 차량의 형태를 바꿀 수 있었던 것은 지붕과 후미 부분 전체를 탈착 할 수 있는 구조 덕분이었다. 쿠페, 컨버터블, 픽업, 왜건 형상의 루프는 탄소섬유 강화플라스틱(CFRP)로 제작되어 가볍지만 매우 튼튼했다. 종류에 따라 무게가 약 30~50kg 정도에 달했기 때문에 혼자서 탈거하고 다시 결합하기에는 다소 힘들었다. 또한 정확하게 맞춰 결합해야 하기 때문에 전문가들이 있어야 하며 전문가들도 차량의 몸통을 바꾸는데 약 15분이 소요됐다.
벤츠 VRC는 전륜 구동에 CVT를 사용하고 능동형 차체 제어(Active Body Control)가 벤츠 최초로 적용됐다는 것만 밝혀졌을 뿐 상세한 제원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다. 또한 스티어링 휠 대신 조이스틱으로 조향하는 드라이브 바이 와이어가 기술도 적용됐다. 벤츠가 VRC 콘셉트카를 제작한 이유는 그 당시 레저활동을 즐기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자동차도 소비자의 다양한 사용 목적에 맞춰 변해야 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이처럼 벤츠 VRC는 의도는 좋았지만 루프의 조립이 어렵고 내구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결국 양산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한번 더 ‘타도 페라리!’ 포드 GT90
1995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는 포드가 1960년대 르망 24시에서 최강자 페라리를 꺾고 연승했던 포드 GT40의 후속작 포드 GT90를 발표했다. 포드 GT90은 원오프 콘셉트카로 포드에서 미국도 유럽산 슈퍼카 보다 더 좋은 차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만들었다. 포드 GT90는 속도계를 비롯해 몇 가지 기능들이 작동하지 않을 뿐 실제로 주행이 가능했다.
파워트레인은 1990년대 후반 머스탱 및 F-150에 사용하던 4.6리터 V8 모듈러 엔진을 기반으로 제작한 6.0리터 V12 엔진을 탑재했다. 여기에 터보차저를 4개 장착해 최고출력 730ps를 발휘했는데, 당시로서는 가장 강력한 출력이었다. 포드는 GT90의 최고속도가 407km/h, 정지상태에서 97km/h까지 가속 시간은 3.2초라고 주장했다. 만약 이게 진짜였다면 당시 기네스 레코드의 보유 차종이었던 맥라렌 F1(370km/h) 보다 더 뛰어난 가속 성능이었을 것이다.
이 밖에도 재규어 XJ220에 적용됐던 벌집패턴의 알루미늄 모노코크 차체와 서스펜션, 5단 수동변속기 등을 사용했다. 당시 포드는 재규어, 랜드로버를 소유해 그 기술력을 흡수한 덕분이었다. 또한 포드 GT90는 포드의 새로운 디자인 언어 ‘뉴 엣지’를 최초로 적용했는데 이를 통해 우주왕복선 같은 특징적 디자인을 구현했다.
이처럼 GT90는 성능과 디자인 면에서 모두 우수했지만 결국 양산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대신 2003년, 포드 창립 100주년이 되던 해에 뉴 포드 GT40 콘셉트를 공개 했고 이 차는 2005년 1세대 포드 GT로 출시됐다. 그래서 포드 GT90는 현재 판매 중인 포드 GT의 출시에 큰 기여를 한 차량이라 볼 수 있다.
폭스바겐 기술의 집합체,
폭스바겐 W12
1997년 도쿄 모터쇼에서는 폭스바겐의 첫 번째 슈퍼카 콘셉트카, W12 싱크로가 공개됐다. W12 싱크로는 폭스바겐 그룹의 새로운 W12 엔진을 소개하기 위해 제작됐다. W12엔진은 폭스바겐 그룹의 전매특허라 할 수 있는 VR6엔진을 72°로 결합해 제작했으며 폭스바겐 그룹의 플래그십 차량들에 많이 사용돼 플래그십의 상징과도 같은 엔진이다. 그 W12 엔진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W12 싱크로는 미드십 슈퍼카로 조르제토 주지아로가 설립한 이탈디자인에서 디자인했다.
W12 싱크로 엔진의 배기량은 5.6리터에 달했으며 최고출력은 420ps를 발휘했다. 또한 싱크로라고 부르는 4륜 구동 시스템도 적용했는데 이는 나중에 4모션으로 명칭을 바꿨다. 이후 1998년, 폭스바겐은 제네바 모터쇼를 통해 W12 싱크로의 로드스터 버전을 공개했다. 컨버터블 형태라는 점만 제외하면 1997년에 선보인 쿠페 버전과 모든 것들이 동일했다.
W12 싱크로 공개 4년 뒤인 2001년 같은 도쿄모터쇼에서 폭스바겐은 최종 진화 형태인 W12 나르도를 출품했다. W12 나르도는 전체적인 외관 디자인은 기존 W12 싱크로와 동일하지만 파워트레인이 6.0리터 W12 엔진으로 교체됐다. 참고로 폭스바겐 그룹은 2001년, W12 나르도부터 본격적으로 W12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W12 나르도의 최고출력은 600ps 정도며 최고속도는 357km/h,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3.5초 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러나 폭스바겐 W12는 폭스바겐 그룹에서 W12 엔진을 소개하기 위해 제작된 차량이기 때문에 양산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명 디자이너 크리스 뱅글의 출세작!
BMW Z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