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국산차 판매량이 공개됐다. 업계의 예상대로 7월에는 개별소비세 혜택이 축소되면서 국내 제조사들의 전체 판매량이 하락했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눈에 띄는 포인트가 있었다. 2020년 7월 국산차 판매량 중 주목할만한 소식 6가지를 정리해봤다.
#1] 역시 삼각떼가 문제였을까? 신형 아반떼의 상승세
최근 여러 소형 SUV들이 등장하면서 준중형 세단의 인기가 줄어드는 것처럼 보였다. 실제로 수년 전까지만 해도 국민 준중형 세단 아반떼가 출시되면 판매량은 1만대를 가뿐히 오갔으나, 지난 1년 전에는 3,000~5,000대 수준까지 떨어진 바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소위 ‘삼각떼’의 저주인 것으로 밝혀졌다. 바로 화려한 디자인과 고급스러운 실내로 무장한 신형 아반떼가 등장하면서 다시 1만대 클럽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신형 아반떼는 출시 직후인 4월부터 8,249대로 기분 좋게 시작해 5월 9,382대, 6월 1만 875대, 7월 1만 1,037대를 기록하며 꾸준한 상승곡선을 그려오고 있다.
물론 단순 판매량만 놓고 한 차량의 성공과 실패를 논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으나, 삼각떼가 판매량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증거는 곳곳에 있다.
실제로 삼각떼, 다시 말해 아반떼 AD 페이스리프트는 2018년 9월에 등장했다. 보통 신차가 출시되기 직전 달에는 판매량이 바닥을 찍고, 출시 이후에는 급격한 상승세를 이어나가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출시 직전인 2018년 8월, 아반떼 AD의 판매량은 돌연 8,136대로 상승(7월이 7,522대, 6월에는 5,928대였다)했다가, 출시 직후인 9월에는 오히려 5,488대로 급감했다. 이후 10월 7,228대, 11월 6,243대, 12월 5,411대, 2019년 1월 5,428대, 2월 4,973대, 3월 5,603대로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더욱이 놀라운 것은, 아반떼 AD 페이스리프트는 페이스리프트 버전이 출시되기 직전 끝물의 판매량을 단 한번도 넘어선 적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또한 아반떼 HD, 아반떼 MD, 아반떼 AD 전기형, 신형 아반떼는 모두 월 판매량 1만대를 최소 1회 이상 돌파한 전력이 있으나, 유일하게 아반떼 AD 페이스리프트만이 달성하지 못했다. 이외에도 수명이 가장 짧다는 점 등 여러 정황이 뒷받침하고 있다.
#2] 그랜저가 그랜저했다! 5개월간 1만 5,000대씩 팔아 치운 그랜저
지난 7월 그랜저는 하이브리드 버전을 포함해 총 1만 4,381대가 판매되었다. 당연히 국산차 판매량 1위다. 1만 4,381대라는 숫자가 와 닿지 않는 유저를 위해 다르게 표현해보자면, 7월 쉐보레와 쌍용차의 전체 판매량을 합친 것보다 많은 숫자라고 보면 쉽다.
그만큼 그랜저가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기록하고 있는 판매량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그랜저는 코로나19로 인한 1월과 2월을 제외하고는 2019년 11월 출시 이후 매달 1만대가 넘는 판매량을 보여왔다. 실제로 7,550대였던 2월 판매량과 달리 3월에는 1만 6,600대까지 상승했으며, 이후 4월 1만 5,000대, 5월 1만 3,416대, 6월 1만 5,688대, 7월 1만 4,381대를 유지 중이다. 최근 5개월간 판매량만 7만 5,085대, 월 평균 1만 5,017대에 달하는 수치다. 특히 이는 개별소비세가 축소된 이후에도 달성한 기록이기에 그랜저의 저력을 실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3] 엇갈린 운명! 그랜저-K7, 쏘나타-K5
이처럼 그랜저가 나날이 역대급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는 만큼, 경쟁 차종들의 부진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물론 경쟁 차종이라고 해봐야 K7 프리미어가 전부다.
그렇다면 K7 프리미어의 성적은 어떨까? 4~6월까지만 해도 K7 프리미어는 그나마 4,000대에서 5,000대 가량 판매되며 스테디셀러로 자리하고 있었다. 그러나 7월에는 가솔린 2,085대, 하이브리드 630대로 총 2,715대가 팔리며 높은 하락폭을 기록했다.
하지만 준대형 시장에서 현대자동차가 웃었다면, 중형차 시장에서는 기아차가 활짝 웃고 있다. 바로 K5의 성공 덕분이다. 실제로 K5는 3월 8,193대, 4월 7,953대, 5월 8,136대, 6월 1만 145대, 7월 8,463대로 평균 8,500대씩 판매되고 있다. 이 중 택시 버전의 판매량은 400~500여대에 불과하기에 판매량 ‘뻥튀기’도 없다.
반면 쏘나타는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 평균 5,000대씩 판매되는 것처럼 보이기는 하나, 이 중 LF 쏘나타 택시 버전이 약 1,500대를 차지하고 있다. 다시 말해 실제 승용의 판매량은 3,000대 수준이라는 것이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희비가 교차하는 순간이다
#4] 이번 달에도.. 싼타페, 쏘나타보다 많이 팔린 G80
G80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G80은 2020년 본격적인 출고가 시작된 이후 4월 4,416대, 5월 7,582대, 6월 7,905대, 지난 7월에는 6,504대가 판매되었다. 더욱이 이는 7월 판매량 기준으로 싼타페, 팰리세이드, 쏘나타보다도 많이 판매된 것이다.
물론 단순 판매량만 놓고 본다면 국산차 전체 중 상위권에 속하는 정도이지만, G80의 가격을 생각해본다면 결코 만만한 숫자가 아님을 알 수 있다. G80의 가격은 최저 트림 기준 5,291만 원에서 시작하며, 풀옵션은 8,000만 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5] 르노삼성 주전들의 부진, XM3 & QM6
XM3는 소형 SUV 생태계의 파괴자 셀토스를 위협할만한 유일한 상대였다. 잠깐이지만 한 달 동안은 셀토스를 앞서기도 했고, 200~300대 차이로 바싹 뒤쫓기도 했다.
하지만 어찌된 것인지 7월에는 XM3가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2020년 4월 6,276대, 5월 5,008대, 6월 5,330대를 기록했던 XM3는 7월 1,909대까지 떨어졌다. 이는 코나는 물론 2,494대가 판매된 트레일 블레이저보다 낮은 수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1,535대인 티볼리보다는 앞섰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