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 달린 수레와 스마트폰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그것은 인류의 역사를 바꾸었다는 점이다. 그런데 수레의 연장선상이라 할 수 있는 자동차의 역사를 살펴보면, 그 안에서도 패러다임을 바꾼 자동차들이 있다. 이번 콘텐츠에서는 자동차 시장의 트렌드와 인류의 생활을 발전하게 해준 자동차들을 살펴본다.
사치품에서 준 공공재로, 포드 모델T
포드 모델 T가 나오기 이전까지 자동차는 부를 상징하는 재화였다. 그러나 1908년 포드가 모델 T의 대량 생산에 성공하면서 판이 완전히 뒤집혔다. 포드 모델 T는 컨베이어 벨트 조립 라인 시스템 도입과 차체 규격화 등을 통해 제작 단가를 크게 절감했다. 당시 기준으로 다른 제조사 차종 대비 10분의 1 가격에 판매 됐다. 그 덕분에 1927년 단종될 때까지 약 1,500만대를 판매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또한 포드 모델 T는 세계 최초로 유성 기어 방식(sun and planet gear) 시스템의 자동변속기를 사용한 자동차로도 유명하다. 참고로 유성기어는 고정되어 있는 태양 기어의 주위를 유성기어가 회전하면서 동력을 전달하는 방식이다. 오늘날 가장 많이 사용되는 토크컨버터 기반 자동변속기의 원형이라 할 수 있다. 포드의 유성기어 자동변속기 덕분에 엔진의 부하는 줄어들었고 운전은 그 이전과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쉬워졌다. 대중의 자동차라는 개념을 완전히 세운 자동차가 포드 모델 T였고, 이를 통해 자동차는 보편적인 생활문화의 영역으로 들어왔다.
양산형 미드십 슈퍼카의 창시, 람보르기니 미우라
역사를 바꾼 자동차를 이야기 할 때 람보르기니의 미우라를 빼놓을 수 없다. 미우라는 1966년부터 1973년까지 생산 및 판매된 세계 최초의 미드십 슈퍼카다. 현재는 엔진을 중앙에 배치하는 것이 슈퍼카의 정석으로 여겨지지만 람보르기니 미우라가 출시되기 이전에는 레이싱카에만 적용되던 방식이었다. 그래서 미드십 슈퍼카의 역사는 미우라로부터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람보르기니 미우라는 슈퍼카 디자인계의 대부인 마르첼로 간디니가 디자인 했으며 쟝 파울로 달라라, 파울로 스탄자니, 밥 월리스 등 당대 최고 엔지니어들이 참여했다. 그리고 한 가지 특이한 점은, 미드십 방식임에도 람보르기니 미우라가 가로 배치 레이아웃을 택했다는 것이다. 물론 지금도 로터스의 엘리스처럼 작은 엔진이라면 간혹 가로 배치 미드십 구조를 적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미우라의 엔진은 무려 4.0리터 V12의 대형 엔진이었다.
그러다 보니 한계점도 많았다. 변속기와 차동장치 등의 배치가 어려워 실내 공간이 매우 협소했다. 또한 연료탱크를 앞에 장착했는데, 연료가 줄어들수록 프론트가 가벼워지고 앞바퀴에 무게가 실리지 않아 조향이 힘들어진다는 단점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능은 매우 우수했다. 최고출력이 385ps에 달했으며 1966년에는 275km/h라는 최고속도를 기록하며 가장 빠른 양산차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람보르기니 미우라는 슈퍼카의 역사를 수 년 앞당긴 것은 물론 현재 슈퍼카의 완벽한 기준점을 만들었다.
최고속도를 다시 정의한 부가티 베이론
앞서 언급한 미우라가 슈퍼카의 형태를 정의 했다면 부가티 베이론은 슈퍼카의 최고 속도 수준을 단 한계 높여주었다. 현재 양산 슈퍼카 속도 경쟁이 시작된 이유도 부가티 베이론 때문이다. 2005년 최초로 공개된 부가티 베이론 EB 16.4은 8.0리터 쿼드터보 W16 엔진을 탑재, 여기에 특수 제작된 라디에이터도 10개나 장착해 최고출력과 최대토크가 무려 1,001ps, 127.6kg·m에 달했다. 그리고 최고속도는 407km/h였다.
자동차 디자이너 출신인 에토레 부가티가 1909년 설립한 프랑스의 하이엔드 슈퍼카 제조사 부가티는 옛날부터 페라리의 성능과 롤스로이스의 고급스러움을 갖춘 것으로 유명했다. 1998년 폭스바겐 그룹에 편입된 이후 부가티는 속력의 신기록을 만드는 제조사로 더 유명해졌다.
부가티 베이론은 양산차 최초로 400km/h의 벽을 넘어 기네스북에 올랐다. 그 전에 가장 빠른 양산차는 1998년 맥라렌 F1이 기록한 391km/h였는데 당시에는 400km/h를 넘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라 여겨졌다. 부가티 베이론은 양산차의 역사를 새로 쓴 것이다. 이후 여러 자동차 제조사들의 고성능 디지번은 베이론을 목표로 잡고 슈퍼카를 제작했다. 현재 공식적으로 가장 빠른 차는 코닉세그 아게라 RS이 세운 449kn/h지만 비공식적으로 부가티가 시론으로 490km/h를 기록하며 여전히 전세계 하이퍼카가 넘어야 할 기준점이 되고 있다.
하이브리드의 아이콘 토요타 프리우스
1997년, 일본산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역사를 바꾸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포드 모델 T가 자동차를 대량 생산한 것처럼 하이브리드를 대중화 시켰기 때문이다. 물론 프리우스 보다 먼저 하이브리드를 시도하고 판매한 제조사는 있었지만 세계 최초로 대량 생산에 성공한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프리우스가 최초다. 즉, 다운사이징과 전동화 열풍의 선구자라 할 수 있다.
처음부터 프리우스가 성공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출시 초기에는 휘발유나 석유 가격이 저렴했기 때문에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철저히 무시 당했다. 그러나 2000년대 유가 변동성과환경에 대한 관심 및 책임감의 확대에 힘입어 프리우스는 조금씩 존재감을 키워갔다. 그래서 하이브리드 자동차인 프리우스가 대안책으로 떠오른 것이다. 특히 북미에서는 2000년 처음 북미시장에 진출해 2019년까지 235만대 이상 판매됐다.
프리우스는 유명인들의 이미지 전략 덕도 봤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나 래리 페이지 구글 CEO 등 부자들도 프리우스의 전도사를 자처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라는 특성 때문에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환경 문제에 민감한 진보 성향의 캐릭터의 차량으로 프리우스를 설정할 정도로 친환경의 아이콘이 됐다. 적어도 다음의 자동차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21세기 최고의 자동차, 테슬라 모델S
현재 가장 뜨거운 자동차 제조사 한 곳을 꼽으라고 한다면 두말할 필요 없이 테슬라다. 지난 2019년에 미국의 권위 있는 매체 모터트렌드에서 최고의 자동차로 테슬라 모델 S가 선정됐다. 심지어 선정 기준이 한 해가 아닌 70년 동안 출시된 차량들 모두 포함한 것이다. 그리고 2020년에는 포춘지에서 선정한 현시대 위대한 디자인 부문에 아이폰, 구글, 레고와 함께 모델 S가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