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루미늄 합금 섀시는 만능일까?

최근 출시된 자동차들을 살펴보면 알루미늄 합금을 많이 사용한다. 특히 3월에 출시한 제네시스 G80도 하부를 보면 이전 세대와 달리 알루미늄 합금 비율이 높다. 물론 알루미늄 합금이 중량 대비 강성이 우수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를 마케팅 키워드로 쓰다 보니 알루미늄 합금의 성능에 대해 지나친 신뢰를 갖는 유저들도 생기고 있다. 그러나 모든 소재가 그러하듯 알루미늄 합금 역시 고유한 특성이 있고 그 안에 장단점이 포함된다.

스틸과 알루미늄 합금 무슨 차이가 있을까?

자동차 제작에 있어 알루미늄 합금을 사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량화를 통한 연비 향상과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이다. 그러나 강성과 NVH 억제 능력이 스틸 대비 우수하다는 시작도 있으나, 사실 알루미늄 합금은 스틸보다 무르고 NVH 억제 능력도 대동소이하다. 그런데도 자동차 제조사들이 알루미늄을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알루미늄 합금은 경량화 소재 중에서는 비교적 단가가 합리적인 까닭이다. 그리고 알루미늄의 무게는 스틸의 3분의 1에 불과하고 충분한 강성도 가지고 있다. 물론 알루미늄 합금 보다 가볍고 강성이 우수한 탄소섬유 강화플라스틱, 티타늄 등이 있지만 이러한 소재들은 단가가 매우 비싸 대량 생산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자동차 제작에 있어 여전히 스틸 사용 비율이 더 높다. 이는 부피 대비 강성이 스틸이 더 우수하기 때문이다. 알루미늄 합금을 스틸만큼의 강성을 발휘하려면 크기가 훨씬 더 커져야 하며 이 경우 무게도 무거워진다. 알루미늄 합금 소재의 자동차의 서스펜션 부품을 보면 스틸 서스펜션 보다 살짝 더 크고 두꺼운 것을 볼 수 있다. 그래서 도심 및 온로드를 지향하는 SUV가 아닐 경우 오프로드 주행을 염두에 두기 때문에 알루미늄 보다 스틸의 비율이 높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셀 수 없이 많은 알루미늄의 종류는?

알루미늄 합금은 첨가 원소에 따라 1,000계열에서 7,000계열까지 나뉜다. 자동차에는 6,000계열과 7,000계열 등이 사용된다. 1,000계열은 다른 원소 함량이 1% 미만인 순수한 알루미늄이며, 2,000계열은 구리 및 마그네슘을 첨가한 합금이다. 3,000계열은 망간계 등이며 4,000계는 알루미늄에 실리콘을 첨가한 것이다. 5,000계 알루미늄 합금은 마그네슘이 함유되어 있다.

이 밖에도 6,000계열 알루미늄 합금은 세라믹 등이 첨가되며 가공 및 용접성이 우수하고 강도와 내식성도 우수하여 건축재, 다리 등에 사용된다. 7,000계열은 아연이 주요 첨가 원소이며 알루미늄 합금 중 강도가 가장 높아 항공기 제작에도 사용된다. 알루미늄 합금은 숫자가 높아질수록 여러 가지가 많이 첨가물들이 많이 함유되어 있으며 강성도 높아진다.

자동차 무게를 줄이는 것은 연비 때문만은 아니다!

알루미늄 합금을 사용하는 이유는 경량화를 통한 연비 향상과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이 가장 큰 목적이다. 그러나 동시에 주행성능의 개선을 위한 목적도 있다. 경량화와 주행성능은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는 매우 밀접한 관계다. 선회능력을 공식으로 풀이하면 F=mv²/r(구심력은 질량과 속도의 제곱을 반지름으로 나눈 것)이다.

쉽게 풀어서 설명하면, 안정적인 선회를 위해선 속력을 줄이면 된다. 하지만 속도를 줄이지 않고 코너를 돌고 싶다면 무게를 줄이면 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고성능 차량을 보면 보닛과 루프, 휀다 등을 알루미늄 또는 탄소섬유 및 마그네슘으로 제작하며 보다 하드코어한 성향의 자동차일 경우 시트가 하나만 탑재하기도 한다.

그러나 무작정 무게를 줄이면 효율적이지 못하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현가하질량을 1kg 줄이는 것이 현가상질량을 15kg 줄이는 것과 대등한 효과를 발휘한다고 한다. 그만큼 보닛을 탄소섬유로 교체하는 것보다 너클과 휠, 브레이크, 서스펜션 암 등 현가하질량에 해당되는 부품들 알루미늄 합금으로 제작하는 것이 자동차의 움직임이 좋아진다. 그 이유는 무게가 가벼우면 빠르게 움직일 수 있으며 충격에 의해 변형됐을 때 복원력도 빠르기 때문이다.

, 현가하질량을 줄이면 노면 상태에 따른 서스펜션의 움직임과 복원력이 빨라지고 바퀴가 노면을 오래 붙잡을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주행 시 바퀴와 노면의 접지력이 향상되며 서스펜션의 복원력이 빨라 코너를 돌 때 휘청이는 롤링이 줄어들어 민접한 움직임이 가능하다. 이 밖에도 자동차의 무게가 가벼우면 가속 성능도 좋아지는 장점도 따라온다.

1990년대 초, 혼다는 1세대 NSX의 섀시를 100% 알루미늄으로 제작하는 모험을 시도했다. 그 결과 페라리나 포르쉐 등 유럽 유수의 슈퍼카를 능가하는 수준의 드라이빙 성능으로 화제를 모았었다. 그러나 NSX의 연구가 진행되던 시기는 도쿄를 팔면 미국을 살 수 있다고 말할 정도로 돈이 넘쳐나던 버블경제 시절이었다. 이 외에도 1994년 출시된 1세대 아우디 A8도 세단 최초로 100% 알루미늄으로 제작해 차체의 무게가 249kg에 불과 했으며 풀 옵션 사양도 1,900kg을 넘지 않았다. 그러나 알루미늄의 가격이 부담스러워 기함급인 A8 S8 그리고 슈퍼카인 R8에만 사용했다. 그나마도 2006년부터는 다중소재로 전향했다.

사실 예나 지금이나 알루미늄의 가격은 비싸다. 또한 가공 기술의 발전으로 알루미늄을 대체할 초고장력강 등이 있어 지금은 알루미늄을 적재적소에만 사용하고 있다. 앞선 사례들처럼 제조사의 여유가 있다면 100%알루미늄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알루미늄보다 우수한 소재들이 우후죽순처럼 개발되고 있는 지금은 큰 메리트는 없어 보인다.


정휘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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