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클러스터를 넘어 3D 클러스터! 반짝 유행을 넘어 대세가 될까?

디스플레이의 발전은 자동차 클러스터에도 큰 변화를 불러왔다. 아날로그 타입의 게이지가 사라지고 화려한 모션으로 무장한 디스플레이들이 그 자리를 꿰차고 있다. 대중 브랜드, 프리미엄 브랜드 할 것 없이 디지털 클러스터를 넘어 이를 응용한 3D 타입의 클러스터까지 선보이고 있다. 전통을 중요시 하는 럭셔리 브랜드에서도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대에 맞춰 변화하는 클러스터

아직까지도 많은 차종의 기본 트림이나, 일부 브랜드가 고수하고 있는 아날로그 클러스터는 클러스터의 기본적 형태다. 여기에 표시되는 정보는 기본적으로 엔진 회전 수, 속도, 연료량, 냉각수 온도, 적산 거리 등이다. 각종 경고등은 숨겨져 있으며 이상이 있을 때 점등된다. 계기반에 있는 숫자, 눈금, 바늘, 경고등 모든 것이 실제 형태를 갖춘 부품이다.

디지털 클러스터는 바늘과 눈금도 없이 클러스터가 디지털 디스플레이로 하나로 대체된 것이다. 디스플레이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디지털 클러스터의 등장이 어색하진 않다. 단지 디스플레이의 발전뿐만 아니라 자동차의 기술도 많은 부분 발전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다뤄야 할 정보들이 많기에 디지털 클러스터의 등장은 매우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두 방식의 장점을 살려 아날로그 계기반과 소형 LCD가 결합된 하이브리드 방식의 클러스터는 현재 대부분의 자동차에 적용되는 방식이다. 계기반에서 표시되는 정보 중 가장 중요한 엔진 회전 수, 속도, 연료량, 냉각수 온도는 아날로그 방식으로 표시하고 그 외 부가적인 정보들을 소형 LCD에 표시하는 형태다.

그러나 정보 전체가 디지털화된 디지털 클러스터는 점점 주류가 되어가고 있다. 초기 디지털 클러스터는 낮은 화면 주사율로 인해 시인성이 부족했다. 그러나 현재는 다양한 안전성 테스트를 거쳐 높은 주사율과 응답성을 보여준다. 안정화를 이룬 디지털 클러스터는 앞으로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IHS 마킷에 따르면 2023년 판매되는 신차 중 약 81%가 디지털 클러스터를 적용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정보도 화려해야 한다, 3D 클러스터

디지털 클러스터는 디스플레이 패널을 통해 각종 정보를 다양한 그래픽과 숫자 조합으로 표시할 수 있다. 그러나 표시할 수 있는 정보는 거의 공통된 것이기 때문에 결국 브랜드와 자동차의 아이덴티티가 허락하는 한 화려하고 역동적인 시각적 효과를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입체적인 3D 형태의 정보 표시가 이러한 목적에서 등장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3D 타입으로 표시한다고 정보가 더욱 잘 보이는 것은 아니며, 유저에 따라서는 오히려 불편함을 호소하기도 한다. 그러나 화려한 액션은 시선을 끄는 데 효과가 있으며, 특히 신차 마케팅이라는 관점에 있어서는 분명 매력적인 요소다.

3D 클러스터의 종류는 크게 2가지로 나뉜다. 양 눈의 시차를 이용해 화면을 3D처럼 보이게 하는 방식과 패널 2개를 사용하여 실제로 3D 화면을 만들어내는 방식이 있다. 사실 3D로 정보를 제공하더라도 특별한 장점은 없지만 보기에 좋은 떡이 맛도 좋은 법, 자동차 제조사들은 화려한 3D 클러스터를 적용해 자사 모델의 프리미엄 가치를 높이는데 활용하고 있다.

양안 부등시를 이용한 스테레오스코픽 방식

국산 최초 3D 클러스터, 제네시스 G70

3D 안경 등, 별도의 장비 없이 3D 화면을 볼 수 있는 G70 3D 클러스터는 카메라를 활용한 스테레오스코픽(Stereoscopic) 3D’ 방식을 활용했다. 스테레오스코픽 3D는 양 눈의 시차를 이용해 입체감을 구현하는 방식이다. 원리는 눈 앞에 미세한 각도 차이를 가진 두 화면을 보여주고, 화면과 눈 사이에 양 눈이 각각 다른 화면을 볼 수 있도록 배리어(Barrier, 가림막)을 설치한다. 그러면 양 쪽 눈은 실제로 다른 화면을 보고 있지만, 뇌에서는 비슷한 화면을 보는 두 눈의 정보를 종합해 하나의 화면을 보고 있다고 인지하게 된다. 이때 각 화면의 미세한 각도 차이가 하나의 화면으로 인지되는 과정에서 입체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12.3인치 3D 클러스터를 카메라로 촬영했을 때, 3D가 아니라 평면으로 보이는 이유도 바로 양 눈의 시차를 이용하는 스테레오스코픽 3D 방식의 특징 때문이다. 카메라의 렌즈는 사람의 눈과 달리 한쪽 각도에서만 클러스터를 보기 때문에 평면적인 화면만 사진에 담아낸다.

스테레오스코픽 3D 방식은 운전자의 시점이 움직이면 자칫 이중상(double image)으로 인해 정보인식이 어려움을 느낄 수 있는 단점도 있다. 제네시스는 적외선 센서와 카메라를 활용해 이런 문제점을 해결했다. 클러스터 하단에 장착된 적외선 센서가 적외선을 방출해 양 눈에서 반사된 적외선을 카메라가 포착해 운전자의 시선 이동을 감지한다. 운전자가 머리를 움직이거나 시선을 이동해도 배리어가 이에 맞춰 이동하기 때문에 다양한 각도에서도 3D 클러스터를 선명하게 볼 수 있다. 이 기술은 G70외에도 G80, GV80에 적용되었다.

디지털 신기술로 중무장한 2021 벤츠 S클래스

지난 9 2일 공개된 벤츠의 10세대 S클래스에는 증강현실이 포함된 HUD, 음성 인식, 제스처 인식 등, 다양한 신기술들과 함께 3D 클러스터가 적용되었다. 메르세데스 벤츠가 정확히 어떤 방식의 3D 클러스터를 적용했는지 밝히진 않았지만 제네시스와 유사한 스테레오스코픽 방식으로 3D 화면을 구현한 것으로 추측된다. 운전자의 시선을 감지해 3D 상을 조절하는 방식은 제네시스의 경우와 비슷한 기술적 맥락이다. 다만 적외선 카메라를 이용해 운전자의 시선을 감지하는 제네시스와 달리 S클래스는 디스플레이에 내장된 2개의 카메라가 운전자의 시선을 추적한다.

그러나 메르세데스 벤츠 측은 시선 추적 기능이 지연 없이 가능하고 운전자가 큰 움직임을 보여도 이상 없이 추적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3D 클러스터는 S클래스에 최초로 적용되었으며 이후 어떠한 모델에 3D 클러스터를 추가로 적용할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전기차 버전의 S 클래스라 할 수 이는 EQS의 테스트카 소식이 나오고 있는 것이 하나의 힌트일 수 있다.

두 개의 창을 겹쳐 활용한 입체적 정보 구현

푸조 3D i-Cockpit® 디자인

푸조의 i-콕핏(i-Cockpit®) 디자인은 2010년 푸조의 콘셉트카인 SR1에서 처음으로 선보였으며 양산차에는 2012, 208에 처음으로 도입하였다. i-콕핏은 인체공학, 구조공학적인 측면에서 어떠한 체형의 사람이 앉더라도 최대한 편안한 조종과 전방 및 계기반에 대한 최고의 시인성을 제공할 수 있게 설계되었다. 더욱 완벽한 i-콕핏을 위해 계속해서 업그레이드를 거쳤으며 20202세대 208i-콕핏에 최초로 3D 클러스터가 적용되었다.

푸조의 3D 클러스터는 배경과 전경을 담당하는 2개의 TFT 패널이 겹쳐져 있으며 두 패널 사이에는 약 15 ㎜의 공간이 있어 3D 효과를 낸다. 이러한 방식은 동승석에서 봐도 3D 효과를 느낄 수 있고 촬영된 영상에서도 3D 효과를 느낄 수 있다. 주행모드에 따라 디자인이 바뀌며 테마에 따라 총 6가지의 화면을 제공하며 테마가 바뀔 때 마다 3D 애니메이션 효과를 느낄 수 있다. 화려함을 지향하기보다는 꼭 필요한 정보를 편안하고 안정적으로 볼 수 있게 하는 데 목적이 있는 방식이다. 푸조는 208 외에도 2008 SUV, 최근 공개된 3008, 5008 SUV의 페이스리프트 등을 비롯해 곧 국내 출시될 2021년형 308 등 주력 차종에 이를 적용할 예정이다.

자동차의 편의 사양 중, 액셀을 밟지 않아도 속도를 유지해주는 크루즈 컨트롤은 예전엔 대형자동차들에만 들어가는 고급 옵션이었지만, 현재는 대중화되면서 경차에서도 크루즈 컨트롤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처음엔 일부 고급 차종에게만 적용되던 기술이 대중화되는 과정은 자동차의 트렌드를 바꾸기도 한다. 3D 클러스터 역시, 현재는 주요 고급차량이나 대중적 차량에서도 상위 트림에 적용되는 사양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발광 소재의 단가 하향 등은 3D 기능도 대중화시킬 것이다. 물론 그 이후엔 또 다시 차별화된 새로운 기능이 적용되겠지만 말이다.


이재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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