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준중형 시장의 최강자, 혼다 시빅의 11세대 모델의 프로토타입이 모습을 드러냈다. 미국 현지 시간으로 11월 17일, 혼다 북미 법인은 북미 최고의 베스트셀링 세단인 시빅 11세대 차종의 이미지와 비디오를 e-스포츠를 포함한 디지털 콘텐츠 플랫폼인 트위치를 통해 공개했다. 해당 프로토타입은 고성능 모델인 타입-R, 일반형과 타입-R 사이인 Si를 비롯해 세단과 해치백의 기본형이다.
영원한 첫 차의 전설
트렌드 세터 시빅
10세대 시빅은 북미 시장에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150만 대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특히 의미 있는 것은 밀레니얼, Z 세대의 첫 차로 동급에서 압도적이었다는 점이다. 첫 차는 해당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시빅이 반세기 가까이 북미를 포함한 세계인들의 첫차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데는 해당 시기 절은 세대들의 감각과 트렌드를 리드했기 때문이다. 11세대 시빅을 트위치에서 공개한 것은 2020년대에 첫 차를 사려는 젊은이들을 위한 포석이라고 할 수 있다.
혼다 북미 법인의 수석 부사장인 데이비드 가드너는 “시빅은 언제나 기대를 초월했다”라고 전제한 뒤 “11세대의 시빅은 인간 중심 디자인과 역동성, 안전 성능과 드라이버의 즐거움이라는 가치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맨-맥시멈, 머신-미니멈의 스타일링
11세대의 시빅은 혼다의 유구한 철학인 ‘맨–맥시멈, 머신–미니멈(Man-Maximum, Machine-Minimum)의 가치를 계승한다. 조종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스포티한 자동차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이어지는 시빅의 정체성이다. 가능한 날카롭고 가벼운(thin & light)는 시빅 디자인의 ‘윤리’에 다름 아니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성공적이었던 10세대 시빅 디자인의 스포티한 가치를 살리되 로우 앤 와이드의 성향을 더욱 가미했다. 벨트라인과 측면 펜더의 위치도 낮아졌다. 그러면서 휠과 타이어의 볼륨감이 더욱 강조됐다.
루프 라인도 낮아지고 운전자의 시트 포지션도 하향됐다. 그럼에도 운전자와 승객의 전면 시야는 최대한 확보할 수 있도록 필러의 각도를 설계했다. 넓은 시야는 혼다의 오랜 장점이다.
얼굴은 새롭지만 무리수를 두지 않았다. 강한 수평감을 중심으로 하되 헤드램프보다 위치가 낮은 라디에이터 그릴은 율동감을 만든다. 그 아래 역사다리꼴로 구현된 에어인테이크 홀 윤곽은 고성능차의 기능적, 디자인적 문법은 충실히 따랐다.
후미는 넓어진 트랙(타이어 중심 간 폭)과 상응한다. 한층 깔끔해진 후미 램프 디자인이 돋보인다. 10세대의 만화 캐릭터 같은 개성은 조금 절제되고 보다 보편적인 멋을 더했다.
혼란을 거부하는 단정한 공간, 인테리어 스케치
11세대 시빅의 프로토타입 인테리어는 아직 전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고 스케치로 대체됐다. 전체적인 디자인 개념만 제시됐는데, 혼다답게 미니멀한 조작계와 깔끔한 면이 핵심이다. 계기반은 운전자가 전면 주시를 충분히 유지하면서도 정보를 볼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됐다.
여기에 9인치 디지털 디스플레이가 적용될 예정이다. 혼다 측은 혼다 최초로 시빅에 먼저 적용되는 신기술들을 다수 선보이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운전의 재미와 꼭 필요한 기능의 최적화라는 가치에 부응하는 혼다의 인테리어는, 화려한 그래픽과 터치스크린을 중심으로 하는 경쟁 제조사 차종에 비해 다소 심심하다는 평이 있었고 특히 한국의 젊은 유저들을 공략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다. 과연 첨단을 만난 기본기가 힘을 쓸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차별 없는 안전, 기본기로부터
11세대 시빅 역시 혼다의 최신 섀시 엔지니어링인 ACE(Advanced Compatibility Engineering) 바디가 적용된다. 기가스틸급의 초고장력강부터 유연성 있는 강재가 위치에 맞게 적절히 배치됨으로써, 무게 중심은 낮추고 충돌 시 탑승자 안전성을 높이는 혼다의 수동 안전 개념이다.
여기에 브랜드화된 ADAS 기능인 혼다 센싱도 적용된다. 혼다는 레이더와 센서 기술의 강화를 통해 혼다 센싱의 안전 역량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참고로 혼다는 최근에는 일본 국토교통성으로부터 최초로 미국 자동차공학회(SAE) 기준 3단계 자율주행 기술 인증을 획득하기도 한 만큼 차후 공개될 양산 버전의 혼다 센싱도 기대를 모은다.
11세대 시빅의 공식적인 데뷔는 2021년 봄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만큼의 인기는 아니지만 한국 유저들 사이에서도 신뢰할 만한 자동차라는 데는 이견이 없는 차인 만큼 한국 도입 시기도 관심을 모은다.
글
한명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