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들링 하나로 끝나는 SUV? 푸조 3008 무스테스트 다시보기

준중형 SUV SUV 시장의 볼륨을 이끌고 있다. 해당 체급 SUV의 수요자들은 SUV다운 공간성 외에도 가뿐한 움직임과 기민한 조향 성능을 중시한다자동차의 기본기라 말하는 이 영역에서는 유럽 브랜드의 가치가 높다. 그 중에서도 푸조는 3008 SUV는 글로벌 전문가 및 외신 국내 매체를 비롯해 유저들에게도 조향 성능 하나로 높은 평가를 받아 온 자동차다. 그 실력은 동급의 수입차들 사이에서도 압도적이라는 평가를 얻고 있다.

최근 연말 연시의 프로모션 소식이 잇따르는 가운데, 개인적으로는 지인들로부터 푸조 브랜드에 대한 문의를 많이 받고 있기도 하다. 나름대로 많은 정보를 갖고 와서 아쉬움이나 단점에 대해서는 알고 있음에도 소문대로 그렇게 기본기가 좋은가라는 질문을 받는다. 이에 푸조 3008에 대한 주요 해외 테스트 자료 및 기본적인 정보를 다시 한 번 짚어본다.

눈으로 확인하는 조향 성능,
무스 테스트

최근엔 영상을 통해 자동차에 대한 웬만한 정보를 다 알 수 있다. 특히 해외 주요 조사기관이나매체들이 공개하는 자료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스페인의 KM77은 회피 기동 테스트로 유명한 영상 중심 매체다. 이 테스트는 무스(moose, 말코손바닥사슴) 테스트라고도 하는데, 실제 이렇게 큰 동물을 맞닥뜨렸을 때 긴급 회피 조향과 복귀 능력을 본다는 데서 붙은 명칭이다. 비슷한 의미로 엘크 테스트라고 하기도 한다.

KM77의 테스트 항목은 크게 두 가지다. 80km/h의 속력에서 회피 조향 후 좁은 약 11~12미터 구간에서의 자세 제어, 그리고 77km/h22미터 간격의 콘을 회피하는 슬라럼(대회전)이다. 특히 전자의 테스트는 고속 회피 기동 후 대향 차로나 하위 차로 차량과의 충돌 가능성을 염두에 둔 조건이어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중 현재 국내 시장에서 푸조 3008 SUV과 그 경쟁자들이라 할 수 있는 폭스바겐 티구안, 현대차 투싼, 기아차 스포티지 등의 영상 자료가 공개돼 있다. 각 차종에서 과제마다의 운동 성능을 간략히 살펴보았다. 운전자는 모두 동일하거나 비슷한 실력으로 통제되어 있다.

현대차 투싼(2019년식, 3세대)

현대차 투싼은 3세대인 TL의 수동변속기 차종이다. 물론 이후에 나온 최신형인 4세대 NX4의 경우 운동 성능이 개선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므로, 감안하고 보면 되겠다.

첫 항목의 테스트에서는 매우 불안하다. 첫 회피 조향을 하자마자 후륜이 원심력을 이기지 못한다. 그 이후 복원에서 차의 머리가 목표를 겨누지 못한다. 아예 테스트 마지막(24”)에는 차로를 벗어나버렸다. 동 테스트의 2차 시기에서는 운전자가 이전 결과를 감안해 조향 각도를 줄였는데 이번엔 목표 방향으로 채 반도 향하지 못하고 가운데 콘들을 넘어뜨렸다. 자세히 보면 바깥쪽 바퀴가 가라앉았다가 일어날 때의 반작용이 급작스럽고 그것이 반대쪽 바퀴에도 영향을 준다. 부품이 많고 무거운 후륜 멀티 링크 방식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님이 드러난다. 그렇다고 투싼이 최악은 아니다. 토요타 라브4는 첫 번째 항목의 테스트를 채 마치지도 못했다.

77km/h 대회전은 비교적 안정적이다. 그러나 마지막 콘 쪽으로 올수록 선회반경이 부푼다(1’46”~48”). 즉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별 무리가 없지만 긴급 상황에서 위험 회피 후 조향에 취약점을 드러내는 셈이다. 그러나 현재의 투싼 NX4는 이런 문제점을 잘 해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추후 온갖차도 투싼 시승을 통해 이 부분은 좀 더 살펴볼 예정이다.

폭스바겐 티구안(2018년식, 2.0 TDI 4모션)

폭스바겐 티구안은 4륜 구동 방식으로 DSG 적용 차종이다. 구동 방식에 따라 거동 특성에 차이가 있으므로 감안하고 보는 것이 좋다. 어차피 현재는 국내 물량이 거의 소진돼 구입하기도 어렵다.

아무래도 4륜 구동이다 보니 첫 항목 테스트에서 후륜의 영향을 받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폭스바겐도 섀시에 있어서는 나름대로 일가견이 있는 만큼  자세 복원력은 우수하다. 첫 회피 조향 후 복원 시에 좌측 후미가 콘을 건드리긴 했으나 쓰러뜨리진 않았고 마지막 코스에서 절도 있게 섰다. 그러나 느린 화면으로 자세히 보면 첫 회피 조향 후 복원 시 차체 바깥쪽으로부터 넘어온 반작용의 영향으로 내륜이 지면에서 떨어질 정도로 바운스를 일으킨다(44~48”). 동 실험 2차 시기에서는 회피 조향 후 콘 받침 끝을 밟아 날려버리기도 한다(1’30”~38”).

슬라럼은 평탄하고 쉽게 넘어간다. 흠잡을 데가 없다. 이들도 나름 험로 주행이라면 일가견이 있는 아우디와 형제인 차종답다. 다만 전체적으로 유연하기보다는 노면과 싸운다는 느낌이다.

푸조 3008(2017년식, 1.6 블루 HDi)

3008 2017년식이다. 이 차가 가장 핫할 때 테스트를 진행했다. 120ps의 최고 출력을 발휘하는 1.6리터 블루 HDi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 모델로, 한국에서 2017년 경 차를 출고한 이들은 이 모델을 소유하고 있을 것이다. 현행 차종에는 130ps 1.5리터 블루 HDi 엔진과 8단 변속기가 적용돼 있다.

푸조의 서스펜션을 아는 사람들은 흔히 끈적끈적하다고 한다. 사실 이건 해외 매체들이 자주 쓰는 ‘애디시브(adhesive, 점착성이 있는, 끈적끈적한)’라는 표현에 기원이 있다. 타이어의 마찰력인 트랙션은, 모터스포츠에서 ‘애드히전(adhesion, 점착력)’이라고도 부르는데 그 개념에 정말 부합하는 장면이 첫 테스트 항목부터 나온다. 경쟁 차종들과 달리 바퀴가 노면에서 떨어지거나 튀는 모습이 거의 없다. 살짝 떨어지는 것도 구동력이 전달되지 않는 후륜만이다. 사실 푸조는 서스펜션에 장기가 있는 브랜드치고 승차감이 딱딱하진 않은데, 신기할 정도로 복원 주행 후에 제자리에 선다. 심지어 양쪽 콘으로부터 거리도 안정적으로 확보한다. 마지막엔 달리지 않고 그 자리에 선 차 같다.


핸들링 하나로 끝나는 SUV? 푸조 3008 무스테스트 다시보기
2017년 푸조 3008의 알프스 테스트

노면 아래서 본 슬로모션을 보면 이런 점이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그나마 두 번째 회피 조향 이후에는 후륜 내륜도 땅에서 거의 떨어지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차량 후미가 원심력 영향을 적게 받는다. 2차 시기도 마찬가지다. 슬라럼은 굳이 따로 확인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티구안도 마지막엔 살짝 선회반경이 부풀었는데 3008은 평행이동 수준이다.

다카르 랠리 3연패의 기술이 녹아들다

푸조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미스터 다카르라 불리는 슈테판 페테랑셀, WTCC의 강자 이반 뮐러 등 베테랑을 앞세워 3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4륜 구동이 아니라 미드십 후륜 구동이라는 레이아웃을 택해 그 험로를 이겨내 화제가 됐다.

여기서 푸조는 가볍고 효율적인 엔지니어링이 자동차의 주행 안정성과 내구성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증명했다. 4륜 구동 차량 기반의 미니 X-레이드 팀과 토요타도 분전했으나, 이 기간에 결코 푸조를 넘을 수 없었다.

푸조의 다카르 랠리 전설은 1987년부터 1990년까지의 4연속 우승으로 시작됐다. 1987년과 1988년에는 208의 먼 조상인 205기반의 205T 16으로, 1989년과 1990년에는 508의 조상인 405 기반 405T 16으로 대회를 제압했다. 특히 월드 랠리 챔피언 아리 바타넨은 1988, 미국 콜로라도에서의 파이크스 피크 힐 클라임 레이스에서 푸조 405T 16으로 우승하며 클라임 댄스라는 유명한 영상을 남기기도 했다. 정면으로 들이치는 석양을 손으로 가려가며 조향과 변속을 해내는 장면은 저글링 마술과 같았던 장면으로 지금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참고로 아리 바타넨이 다카르에 출전하던 시절, 슈테판 페테랑셀은 십대의 나이에 모터사이클로 출전했는데, 바타넨이 탔던 푸조 옆에서 달린 기억이 있다며 그 때의 감회를 전하기도 했다.

물론 우수한 조향 능력이 필요한 이유가, 일상 생활에서 랠리와 같은 운전의 재미를 느끼라는 것은 아니다. 가장 둔한 조향 세팅으로도 문제가 될 일이 없도록 안전 운전하는 것이 최상책이다. 그러나 운전 중에는 언제든 비상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SUV는 고속 주행 중 조향 불량이 전도 등의 심각한 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조향 성능은 운전의 재미를 넘어 안전의 영역이고, 만약 여기에 관심이 있어서 푸조 3008을 알아보고 있다면 괜찮은 선택이다. 유로 NCAP의 충돌 테스트 결과 역시 별 5개다. 자동차 제작 기술이 평준화된 요즘, 성능은 대동소이하다지만 이처럼 재미와 안전, 디자인과 스타일을 모두 갖춘 SUV를 찾기는 쉽지 않다.


한명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