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주목해볼 만한 모빌리티 서비스는?

최근 5년 사이 우후죽순 생겨났던 모빌리티 서비스들이 경쟁력을 기준으로 하여 정리되고 있다. 기술의 선도성이 시장의 니즈를 앞서가거나 과대평가했던 측면도 있고 자동차라는 재화의 가치를 오인한 서비스는 도태됐다. 반대로 현재까지 잘 살아남아 있는 서비스들은 기술과 시장 니즈의 접점을 찾고 그에 맞는 상품성을 갖고 있다는 의미다. 2021년 한 해, 서비스의 활용도와 기업의 성장성 측면에서 모두 지켜볼 만한 서비스를 간략히 전망해본다.

체계 갖추고 진화하는
구독 및 카쉐어링

카쉐어링 서비스는 렌터카와 함께 대기업과 유니콘 기업들이 들어오며 질서와 체계를 갖춰가고 있다. 무조건적인 대기업 진출이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지만, 대기업이나 첨단 기술 중심의 유니콘 기업이 가진 플랫폼 최적화 능력은 결국 운영 비용의 절감을 통해 유저들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수입 신차 쉐어링 늘어난다

쏘카는 최근 폭스바겐의 8세대 제타 20대를 라인업에 추가했다고 밝혔다. 1228일부터 전국 19개 쏘카존에서 활용한 제타는 이용료까지 현대자동차 아반떼와 동일한 수준이다. 신규 차종 도입 이벤트도 있다. 20211 10일까지 쏘카 앱내 쿠폰메뉴에서 폭스바겐제타를 쿠폰코드에 입력하면 제타 대여료 20% 할인쿠폰이 자동으로 지급된다. 쿠폰은 131일까지 사용 가능하다. 쏘카 측은 수입차 라인업을 확대해 다양한 브랜드 경험에 대한 니즈를 충족시킨다는 전략이다.

쏘카는 국내 모빌리티 서비스 중에서 처음으로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조 원)에 올랐다. 2021년 상장을 목표로, 2020119일에 국내 주요 증권사 6곳에 공모주관사 선정을 위한 RFP(입찰제안요청서)를 보냈다. 물론 손실이 많다는 약점은 있으나 상장이 된다면 이러한 리스크는 자연스레 희석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브랜드 넘나드는 수입차 구독 플랫폼

글로벌 시장에서 이 서비스의 규모는 2026년까지 대략 400억 달러(한화 약 43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이 서비스가 확고하게 자리잡았다고 하긴 어렵다. 한국 시장의 일반적인 자동차 유저들이 구독의 메리트를 크게 못 느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자동차 제조사 입장에서도 서브스크립션 서비스를 위한 자원 관리에 애를 먹고 있다. 운영 자체는 렌터카 브랜드에 아웃소싱하는 방식인데 해당 업체들 역시 큰 재미는 보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자동차 구독 서비스가 효력을 발휘하려면 제품군 자체에 매력이 있어야 한다. 한 제조사 안에서만 차를 고르는 구독 서비스 대신 여러 브랜드를 아우르는 서비스가 필요한 이유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카로라는 서비스의 경우가 이러한 방향이 부합한다. 서비스 등급에 따라 금액과 차종의 등급이 다른데, 주로 선망의 대상이 되는 브랜드들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벤츠 E클래스, 포르쉐 박스터 718 등의 인기 수입차종을 1개월 단위로 사용 가능하다. 최근 이 서비스는 유료 멤버십 가입자 300명을 넘었다. 2개월 내의 신차 컨디션을 유지한다는 것도 장점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각 브랜드의 구독 서비스를 아우르는 메타 서비스나 플랫폼이 등장해야 개별 제조사의 서비스도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카카오의 구독 서비스 플랫폼 확대 선언은 그래서 눈여겨 볼만하다. 카카오와 네이버가 강력한 플랫폼을 이용해 기존 구독 서비스를 보완할 수 있다면 자동차 구독 서비스에는 새로운 국면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골프 라이드 서비스,
2021년에는 더 커진다

COVID-19 사태로 표정 관리를 해야 하는 업종 중 하나가 국내 골프장이다. 해외 골프 여행 수요, 스크린 골프 수요 상당수가 실외 골프 코스로 몰렸다. 예약은 성수기 구분이 필요 없을 정도였다.

이렇게 되면서 주요 모빌리티 브랜드들은 골프 라이드 서비스를 내놓았다. 장시간 운전이 골프 컨디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데 이를 덜어줄 수 있고, 라운드 후 한 잔의 여유까지 제공한다는 장점을 내세워 적극적인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2021, 주목해볼 만한 모빌리티 서비스는?
타다 골프

대표적인 사례로는 VCNC의 타다가 론칭한 타다 골프다. 타다의 고급 택시를 이용한 예약형 상품 타다 프라이빗에 사용되는 11인승 카니발이 사용된다. 출발지와 도착지는 서울과 수도권 일부이며 총 12시간 이용 가능하다. 골프 코스 소재지로는 서울과 수도권 외에 강원, 충청, 대전광역시, 세종시 등까지 커버한다.

타다 골프는 원래 법인 전용 상품이었는데 20207, 골프존 티스캐너와의 협업 이벤트를 통해 일반에도 공개됐다. 그래서 아직 마케팅에 있어서의 확장성은 두드러지지 않으나 향후 니즈의 확대에 부응할 여력은 충분하다는 것이 타다 측의 메시지다.

무브(MOVV)는 골프 라이드에서 보다 적극적인 대중 홍보를 펼치고 있다. KLPGA 인기 선수인 김지현 프로를 내세웠고 SNS 채널을 통해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SNS를 통해 홍보 영상 제작 비하인드를 소개하기도 하는 등 공을 들이고 있고 주요 골프 채널의 프로그램에도 광고를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지역 커버 범위도 넓어 제주에서도 서비스를 운영한다. 시간 역시 당일, 12, 23일 등으로 다양하다. 차종은 카니발 11인승과 포드의 15인승 트랜짓 현대차 쏠라티 등이 활용된다. 무브는 4인승 차량부터 29인승까지 다양한 종류의 차량과 기사를 함께 제공하는 스마트 쇼퍼 서비스도 운영 중이다.

다만 이러한 라이드 서비스는 인적 리스크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과거 타다 드라이버들 중 일부가 단체 채팅을 통해 부적절한 언행을 하는 등 물의를 빚은 적이 있다. 실제로 우버 등 해외의 주요 카쉐어링 서비스들도 성추행, 성희롱 등 부적절한 행위로 인해 문제를 일으킨 사례가 많다. 또한 역으로 드라이버들이 이용객들에게 ‘갑질’ 등 부당한 폭력을 당할 가능성도 노출돼 있다. 브랜드 이미지를 실추시킬 만한 위험 요소들을 얼마나 통제하느냐가 이 서비스의 지속성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보험에서 보증연장까지
다양한 컨시어지 서비스

자동차 구매자와 딜러 모두를 지원하는 다양한 지원 서비스도 확대되고 있다. 2016년부터 딜러들을 위한 다이렉트 보험 컨시어지 서비스를 출시해 운영한 차봇 모빌리티는 2021년 보험을 넘어 금융과 정비 보증 연장에 이르는 넓은 범위의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202010월에는 스케일업을 위한 25억 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 유치에 성공하기도 했다.

각 수입차 브랜드들의 프로모션을 한 눈에 정리해 제공하는 데이터 서비스도 활성화되고 있다. 빅데이터 관련 개발자를 내부에 둔 기업들의 경우 각 제조사의 프로모션 정보 및 지점별 재고 상황을 파악한 데이터 업데이트를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카비라는 플랫폼이 대표적이다.

이 외에 특정 차주가 직접 차량 구매 관심자를 태워 차종의 동행 시승이 가능하게 하는 플랫폼 서비스인 타봄도 눈길을 끈다. 각 차주들의 자동차의 쇼핑 호스트가 된다는 개념으로 소정의 수익을 공유하는 것이 장점이다. 그러나 사업 모델의 독점성은 떨어져 언제든지 비슷한 후발 주자가 등장할 수 있다. 이를 리스크가 아닌 시장 확대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면 성장 가능성 면에서 지켜볼만한 서비스 유형이다.

자동차 산업은 격변기를 맞고 있다. 그러면서 자동차 소비자들의 욕구도 다양하게 변해간다. 여러 모빌리티 시스템의 가능성은 이러한 욕구를 얼마나 실제 소비 행동으로 이끌어낼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한명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