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500km/h는 넘어야 하이퍼카다! 내연기관의 마지막 향연

지난 1993, 맥라렌이 F1으로 355km/h를 달성하던 당시만 해도 400km/h는 절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생각했다. 이후 잠잠하다가 2005년 부가티 베이론이 408m/h를 기록했고 다시 속도 경쟁에 불이 붙었다. 15년 후 지금은 500km/h는 넘어야 하이퍼카 소리를 듣는 시대가 찾아왔다. 이번 콘텐츠에서는 500km/h를 넘긴 하이퍼카들을 소개한다.

타도 부가티를 외치는 SSC 투아타라

SSC 1998년 설립된 자동차 제조사로 풀네임은 쉘비 슈퍼카(Shelby SuperCar)이다. 그러나 여기서 쉘비는 모두가 아는 그 캐롤 쉘비와 전혀 상관 없는 제러드 쉘비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설립 후 콘셉트카나 프로토타입 모델만 만들다 본격적으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것은 2007년 부가티 베이론을 이긴 얼티밋 에어로를 제작하면서부터다.

SSC 얼티밋 애로우는 5세대 쉐보레 콜벳에 탑재된 6.3리터 V8엔진에 슈퍼차저를 장착해 1,196ps라는 엄청난 출력을 발휘했으며 최고속도는 414km/h에 달했다. 이는 당시 부가티 베이론의 최고출력 보다 약 200ps 더 높고 4km/h 더 빠른 기록이었다. 하지만 3년 뒤 부가티에서 베이론 슈퍼스포트로 431km/h를 기록하며 SSC의 기록을 깨버렸다.

SSC는 부가티를 타도하기 위해 칼을 갈았고 투아타라를 제작했다. 투아타라는 이전보다 엔진 사이즈가 더 작아졌다. 5.9리터 트윈터보 V8엔진과 엄청난 출력을 견딜 수 있는 CIMA사의 7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했다. 최고출력은 에탄올 연료인 E85를 넣을 경우 1,774ps, 일반 고 옥테인 휘발유를 사용하면 1,369ps에 달했다. 또한 가변식 서스펜션을 적용해 주행모드에 따라 최대 32㎜ 가량 차고가 낮아 진다. 20인치 경량 휠에 전륜 245/35, 후륜 345/30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 컵 2 타이어가 장착된다. 엄청난 퍼포먼스에도 공차중량이 1,247kg 밖에 되지 않아 최고속도는 무려 533km/h이며 평균 최고속도는 508km/h. 그러나 공도용 차가 아니어서 정식 기록으로 채택되지 못했다.

튜닝 브랜드의 반격, 헤네시 베놈 F5

헤네시는 미국의 자동차 튜닝회사에서 파생된 슈퍼카 제조사다. 모회사인 헤네시는 2008년 설립되어 포드 F-150 픽업트럭에서 벤틀리나 맥라렌 같은 고가의 슈퍼카까지 가리는 것 없이 튜닝하는 회사로 유명하다. 본격적으로 속도 경쟁에 참가한 것은 2011년 헤네시 베놈을 출시 하면서부터다.

헤네시 베놈 GT는 로터스 엑시지의 차체에 쉐보레 7.0리터 트윈터보 V8엔진을 탑재한 슈퍼카다. SSC와 마찬가지로 부가티 베이론을 이기기 위해 만들어졌다. 2013년 헤네시는 베놈 GT로 최고속도 435km/h를 달성했지만 자체 테스트 기록이었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인정되지 못했다. 만약 이 기록이 인정됐다면 2010년 부가티가 베이론 슈퍼스포트으로 기록한 최고속도 보다 4km/h 더 빠른 속도다.

그 후속인 헤네시 베놈 F5는 헤네시의 정수가 담긴 모델이다. 로터스의 섀시를 사용한 이전과 달리 차체부터 설계 했으며 엔진도 자체 제작한 6.6리터 트윈터보 V8 퓨리 엔진으로 교체했다. 그 결과 최고출력이 1,842ps에 달하며 현재 전기차를 제외한 양산형 내연기관 자동차들 중 가장 높은 출력을 자랑한다. 정지상태에서 300km/h까지 가속 시간이 8.4초에 불과하다. 이는 11.9초를 기록한 코닉세그 아게라 RS 더 빠른 속도이며 비공식적으로 가장 가속이 빠른 차다. 최고속도는 500km/h지만 아직 공식 기록이 아니다.

스칸디나비안 파워! 코닉세그 예스코 엡솔루트

코닉세그는 1994년 설립된 신행 슈퍼카 제조사여서 많이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자동차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부가티 보다 더 빠른 자동차로 유명하다. 공식 기록만 놓고 보면 부기티 보다 더 빠르다. 현재 코닉세그 아제라 RS 447km/h로 가장 빠른차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으며 코닉세그 레제라는 0400km/h 도달 시간이 31.4초로 가속 및 제동이 가장 빠른 차다. 물론 헤네시나 SSC는 차사 차종들이 더 빠르다고 주장하지만 아직 공식 기록은 모두 코닉세그가 가지고 있다.

코닉세그 예스코는 세상에서 가장 빠른 차 아제라의 후속모델로 지난 2019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공개됐다. 예스코는 5.0리터 트윈터보 V8 엔진이 탑재되며 최고출력은 일반 고급휘발유를 사용하면 1,298ps, E85 연료를 사용하면 1,625ps에 달한다. 여기에 변속기는 9단 멀티클러치 변속기가 적용되어 있어 빠른 변속 속도와 내구성을 확보했다. 이 외에도 섀시와 서스펜션 모두 탄소섬유로 제작해 중량도 가벼운 편이다. 공기역학적 설계를 통해 다운포스가 최대 1,400kg까지 나온다.

하지만 이번 콘텐츠에서 이야기 할 차는 예스코 엡솔루트다. 예스코의 고성능 버전으로 지난 2020 3월 공개됐다. 파워트레인과 최고출력은 노멀 버전과 동일하지만 예스코 엡솔루트는 오로지 최고속도로 달리기 위한 모델이기 때문에 엄청난 다운포스를 발휘하는 거대한 스포일러와 프론트 스플리터 등을 제거해 공기저항을 최대한 덜 받도록 제작했다. 또한 무게를 감량했으며 고속주행 시 안정성을 주기 위해 전장이 4,845㎜로 노멀 버전 보다 235㎜ 더 늘였다. 그 결과 자체 테스트에서 최고속도 480km/h는 가뿐히 넘겼으며 환경이 된다면 최대 530km/h까지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하이퍼카 제조사들의 공동의 적, 부가티 볼리드

부가티는 맥라렌 F1 이후 한동안 잠잠하던 속도 경쟁을 다시 부활시킨 제조사다. 2005년 공개된 부가티 베이론은 16기통에 1,000ps가 넘는 최고출력, 408km/h로 달릴 수 있어 마치 전설 속 동물과도 같았다. 이러한 마케팅 덕분에 부가티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차라는 인식이 각인됐다. 부가티 또한 이러한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출력과 최고속도가 더욱 발전한 모델들을 출시했다.

가장 최근에 등장한 부가티 시론 슈퍼스포트 300+ 2019년에 490km/h를 달성하며 가장 빠른 차로 등극했으나 양산형 모델과 다르다는 이유로 인정되지 않았다. 그래서 현재 공식적으로 가장 빠른 자동차는 2017년 코닉세그가 아게라 RS447km/h. 그럼에도 대중들은 지금까지의 이미지 때문에 부가티가 여전히 가장 빠른 자동차로 알고 있다.

이번에 부가티에서 발표한 볼리드는 사실 공도용이 아닌 서킷용으로 제작된 하이퍼카다. 현재 프로토타입만 제작되어 테스트 중이며 테스트가 끝나면 양산될 예정이다. 부가티에서 공개한 볼리드의 제원은 부가티 시론을 바탕으로 제작됐으며 8.0리터 쿼드 터보 W16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이 1,850ps에 달한다. 의외로 휠 직경은 다소 작은 18인치가 장착되며 타이어의 단면폭과 편평비는 전륜 300/60 후륜 370/71이다. 볼리드를 위해 특수 제작된 타이어다. 가속 시 2.8G라는 엄청난 중력이 작용할 정도로 강력하며, 0100km/h 도달 시간이 2.1초에 불과하고 최고속도는 500km/h. 더 놀라운 것은 20초만에 500km/h까지 도달한다는 점이다. 또한 부가티는 볼리드로 뉘르부르크링을 523초만에 주파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지금은 내연기관 기술이 정점에 서있는 시대다. 그래서 500km/h라는 속도는 대단하지만 지나치게 비현실적이어서 예전 베이론이 처음으로 400km/h의 벽을 뚫었을 때와 같은 감흥이 없다. 그럼에도 전동화로 세대 교체가 진행되고 있는 지금 이러한 하이퍼카들의 향연은 내연기관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해준다는 데 의미가 있다. 내연기관 마니아들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


정휘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