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 레인저의 매력적인 두 가지 캐릭터, 랩터 VS. 와일드 트랙

2021, 많은 픽업트럭 마니아들이 오매불망 기다리던 포드의 픽업트럭 레인저가 한국 시장을 찾는다. 포드 코리아는 2월 22일, 4월 중 국내 출시될 레인저 픽업 트럭의 사전 계약을 진행한다. 물론 그 이전부터 가격에 대한 정보가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에서 오갔다. 그만큼 정통 아메리칸 픽업 트럭의 헤리티지를 담은 포드 레인저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의미일 것이다. 상상만으로도 잠을 이루지 못할 나만의 레인저 픽업트럭’, 내가 구매한다면 와일드 트랙과 랩터 중 어떤 것이 어울릴까? 디자인을 포함한 대략의 특징을 통해 간략히 체크해봤다.

레인저는 레인저다,
픽업트럭의 전통과 스마트함의 조화

포드의 레인저는 픽업 트럭 장르 중 중형에 속한다. 1980년대부터 2011년까지 생산된 이후 단종됐다가, 2018년 1월 북미 오토쇼에서 공개되며 부활을 알렸다. 픽업트럭 시장이 확대되며, F-150보다 한 체급 가벼운 차종의 필요성에 따라 재등장한 케이스다. 

레인저는 상대적으로 미국에 비해 도로 면적이나 지형적인 한계가 있는 유럽에서도 출시 첫해 5만 1,000 대 이상 팔릴 정도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COVID-19로 유럽 전체가 큰 피해를 입은 2020년에도 총 4 8,000대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이는 단종 이전에 비하면 거의 100배에 달하는 성장이다. 또한 도로포장률이 낮은 동남아시아 시장에서의 인기도 상당하다.

한국에 들어오는 포드 레인저의 모델은 와일드 트랙(Wild Trak)과 랩터(Raptor)다. 두 모델 모두 선 굵은 정통 아메리칸 픽업의 외관을 자랑한다. 겉멋과 기교를 부리지 않은 선, 높은 벨트 라인(윈도우 하단 선)은 픽업의 정통 문법에 속한다. 그러나 완만한 A 필러, 정교한 서스펜션과 효율적 파워트레인, 편의성을 담보한 인테리어 등은 스마트한 첨단 다목적 차량으로서의 자질도 보여 준다.

정통 오프로더답게 지상고도 230㎜에 달한. 최대 800㎜ 수심까지 도강(渡江)이 가능하며 엔진의 에어 인테이크 및 기타 장비가 침수되지 않도록 처리돼 있다

휠베이스는 공통적으로 3,220. 승차 공간 사양에 따라 전장은 다양한데, 한국에 출시되는 와일드 트랙과 랩터는 모두 5,363이다. 1열 레그룸 깊이는 1,058, 2열 레그룸 깊이는 902㎜로 여유롭.

한국에 출시되는 레인저의 파워트레인은 2.0리터 바이 터보(트윈터보) 엔진과 10단 자동변속기로 구성된다. 최고 출력 213ps, 최대 토크 51kgm를 발휘하는 파워트레인으로 강화된 유럽 배기가스 규제를 만족한다

랠리스트의 정신,
레인저 랩터

레인저 랩터는 포드 픽업 트럭의 퍼포먼스적 측면을 강하게 드러낸다. 전면부 디자인부터 차별화된다. F-150 랩터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FORD’ 레터링이 라디에이터 그릴에 크게 적용돼 있다. 범퍼와 레터링 모두 블랙으로 처리됐다

가파른 경사로도 쉽게 진입할 수 있도록, 전면 범퍼 하단은 높이 치켜올라가 있다. 하부에는 험로 주행 시 암석 등에 의한 파워트레인, 구동축 손상을 방지하기 위한 오프로드 패키지가 적용돼 있다.

그 아래로 보이는 전륜 타이어의 캠버(지면에 대해 바퀴가 안쪽이나 바깥쪽으로 기울어진 정도)도 눈에 띌 정도의 네거티브 각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바퀴 간 거리도 1,873 1,848인 와일드 트랙보다 넓어 안정적이다. 휠 직경은 험로 주행에 유리한 17인치 사이즈, 단면폭 285㎜의 BF 굿리치 올 터레인(All Terrain) 타이어가 적용된다. 여기에 험로 레이싱에서 명품으로 잘 알려진 폭스 프로 댐퍼가 적용돼 안정적 마찰력 유지와 충격 완화를 보장한다.

또한 F-150에 적용된 고성능 험로 주파 모드인 바하 모드(Baja Mode)’도 추가됐다. 특히 이 모드는 마찰력이 부족한 사막 주행을 전제로 개발됐다. 급작스런 토크가 걸릴 경우 타이어가 빠져버릴 수 있는 모래 벌판에서 토크를 보다 선형적으로 전개해 안정적인 고속 주행을 돕는 방식이다. 또한 기어 변속 시점을 앞당겨 지나치게 높은 토크가 쏟아지지 않도록 하는 모드다. 패들 쉬프트가 적용되어 운전자가 노면 상황에 따라 직관적으로 변속단을 제어할 수 있도록 한다. 사막이 없는 한국에서는 태안반도의 사구나 모래 해변을 달릴 때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인테리어에서는 스웨이드 재질의 시트가 돋보인다. 험로 주행 시 몸을 탄탄하게 잡아주는 한편 부드러운 착좌감을 제공한다. 여기에 등받이 상단에 ‘RAPTOR’ 레터링이 적혀 있다. 그립감이 우수한 가죽 스티어링 휠에도 랩터 로고가 박혀, 운전자가 누구든 이 강력한 픽업의 오너임을 일깨워줄 만하다.

4월 공식 출시될 예정인 포드 레인저 랩터의 가격은 6,390만 원이다. 유럽 시장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가격으로 아메리칸 픽업의 힘을 느끼고 싶은 이들에게 충분히 어필할 만하다. 

아웃도어 대디· 레저걸의 동반자,
레인저 와일드 트랙

와일드 트랙 역시 우수한 험로 주파 능력을 기본으로 갖고 있지만 공도에도 잘 어울리는 모델이다. 전면부는 어두운 고광택의 티타늄 그릴이 범퍼쪽의 부품과 일체형으로 이뤄져 있다. 여기에 파란색 포드 엠블럼이 박혀, 랩터와는 또 다른 정갈한 멋이 있다. 범퍼 하단의 높이도 낮아 익스플로러 등과 비슷한 RV 스타일이다.

측면에서는 18인치 알로이 휠이 눈에 띈다. 공도에서의 선회 시에 유리한 조건이다. 1열 도어 하단에는 ‘WILDTRAK’ 레터링이 박혀 있다. 새로운 세이버 오렌지(Saber Orange) 컬러는 강렬한 햇볕 속에서 독특한 콘트라스트를 통해 차체의 선과 윤곽을 살린다. 알루미늄 루프 레일은 와일드 트랙이 확실히 레저와 아웃도어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어필한다. 레저뿐만 아니라 촬영을 비롯해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알로이 사이드 스텝과 퍼들 램프 및 방향 지시등이 적용된 도어 미러 역시 와일드 트랙의 편의성을 증명한다.

레인저가 가진 레저용 차량으로서의 장점은 최대 3.5톤에 달하는 강력한 견인력이다. 와일드 트랙의 편의성은 캐러밴 등과 함께 사용할 때 더 확장된다. 레저용 소형 보트 등은 능히 견인할 수 있다. 

인테리어도 랩터와는 또 다른 매력을 발휘한다. 시트 등받이와 플로어 매트에 ‘WILDTRAK’ 레터링이 들어가 있고 기어레버의 부츠를 비롯해 실내 곳곳에 외관 대표 컬러인 세이버 오렌지를 적용해 패셔너블한 이미지를 구현한다. 여기에 앰비언트 라이트까지 적용됐다. 편의성과 함께 분위기까지 책임지는 기능이다.

레인저 와일드트랙의 가격은 4,990만 원이다. 포드 픽업 트럭을 이 정도의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는 건 확실히 메리트다. 비싼 병행수입과 수리 루트를 고민할 필요도 없다.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되는 레인저에는 승차 공간 유형, 파워트레인 유형에 따라 다양한 모델과 트림이 있다. 그러나 부활을 준비하면서 5대륙 130개국의 지난한 험로와 가혹한 기후대에서 테스트를 거친 만큼 강인한 오프로더로서의 기본기는 어떤 모델이든 보장한다

여기에 마니아 수준의 요구를 넘어서는 험로 주행 능력과 다목적의 레저 차량으로서의 활용성이라는 상반되는 면을 대표하는 것이 랩터와 와일드 트랙이다. 그런 한편으로, 레인저 랩터와 와일드 트랙은 정통 픽업 트럭을 원하는 한국 소비자들의 대표적 두 유형을 역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어떤 레인저를 고를 것인가보다, 레인저를 꿈꾸는 여러분이 어떤 유저인지에 대한 정의가 먼저 필요할 것이다.


한명륜 기자

※이미지는 해외 사양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