샀던 가격 거의 그대로 되팔 수 있는 HEV? 하이브리드 중고가 방어율

중고차 거래 플랫폼인 엔카닷컴(대표 김상범)이 빅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대표 하이브리드(HEV) 모델 9종의 잔존 가치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해 눈길을 끈다. 기준은 2019년식 주행거리 4 km 이하의 무사고 차량이다. 상세 내용으로는 국산차와 수입차 각 3위까지만의 잔존가치만 살펴본다.

K7 프리미어 하이브리드 최고,
상위 5종 중 기아 3종

90.46%, 기아 K7 프리미어 하이브리드

K8에 이름을 물려준 K7의 3세대 페이스리프트 차종인 K7 프리미어는 국내 준대형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파생 상품으로서가 아니라 주전에 배치하면서 국산 하이브리드 차종의 약진을 알리기도 했다. 그 평가만큼 중고차 시장에서도 반응이 좋다. 

특히 K8의 하이브리드 모델이 상반기 내 투입 예정임에도 불구하고, K7 하이브리드의 감가율이 낮다는 건 주목할 부분이다. K7 프리미어 하이브리드는 최고 출력 159ps의 2.4리터(2,359cc) 엔진과 구동 모터를 결합해 211ps의 합산 출력을 발휘했다. 하이브리드이지만 일본 브랜드와 달리 6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한 현대차그룹의 파워트레인 차별화 전략이 녹아 있는 모델이다. 신차 가격은 3,600~4,200만 원 선이었다. 공인 복합 연비는 16.2km/L다. 

86.81%, 현대차 더 뉴 그랜저 하이브리드

현대차의 더 뉴 그랜저 하이브리드가 86.81%의 잔존 가치로 K7 프리미어 하이브리드의 뒤를 이었다. 동일한 파워트레인을 적용한 차량이지만 그랜저라는 상징성의 효과를 톡톡히 누린 차이기도 하다. 페이스리프트이지만 IG와 다른 세대라고 해도 믿을 정도의 변화로 소비자들에게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더 뉴 그랜저이지만, 어쨌든 지지층도 많았다. 신차 출시가는 3,600만 원에서 4,500만 원 선이었다. 공인 복합 연비는 타이어 직경에 따라 15.2~16.2km/L다.

82.02%, 기아 더 뉴 니로 하이브리드

국산 하이브리드 SUV의 시대를 연 자동차인 더 뉴 니로 하이브리드도 82.02%의 높은 잔존 가치를 기록했다. 니로는 PHEV와 전기차까지 포함해 국내 최초의 전동화 파워트레인 라인업을 갖춘 SUV로 한 획을 그었다. 향후 CV 브랜드의 전기차 전략에 따라 존재감이 달라질지도 모르지만 더 뉴 니로 하이브리드에 대한 평가는 지금도 높다. 출시가는 2,400만 원 선에서 2,990만 원 선이었다. 공인 복합 연비는 19.5km/L 수준이다. 

7세대 ES300h 굳건,
캠리, 어코드 하이브리드도 70%대

75.67%, 렉서스 ES300h

수입 하이브리드 세단 중 럭셔리 브랜드 영역에서 지존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렉서스 ES300h가 잔존 가치 면에서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2018년 부산 국제 모터쇼에서 국내 첫 선을 보인 이후 하반기에 출시된 이 차는 2019년 하반기의 불매 운동 여파를 막아내고 렉서스 브랜드를 지켜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만큼 차 자체가 소비자들로부터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4,970㎜에 달하는 전장과 2,870㎜의 휠베이스로 넓은 공간을 자랑하면서도 조향 성능이 우수하다. 2.5리터 직분사, 포트 분사 겸용 엔진과 모터를 결합했으며 공인 복합 연비는 17km/L에 달한다. 

2019년식 차량(2020년형 출시) 기준 가격은 트림에 따라 5,750~6,680만 원이었다. 렉서스는 정책적으로 인증 중고차를 통해 잔존 가치를 방어함으로써 고객들의 충성도를 높이고 있다. 또한 리스 고객의 경우, 리스 기한 내라도 같은 렉서스 브랜드로 바꿀 경우에는 리스 계약 중간 종료에 대한 페널티 금액을 청구하지 않는 등의 혜택을 제공하기도 한다. 

71.97%,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

렉서스 ES300h와 파워트레인을 공유하는 토요타의 캠리 하이브리드 역시 높은 잔존 가치를 유지했다. EES300h보다는 전장과 휠베이스가 약간 짧지만 큰 차를 선호하는 한국인들의 취향에 모자라지는 않다. 출시 당시 가격은  3,790~4,290만 원으로 국산 준대형 하이브리드와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복합 연비는 트림별 휠 사이즈에 따라 16.7~17.5km/L 수준이다. 

71.17%,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

연비에 관해서라면 단연 최고라 할 수 있는 혼다의 10세대 어코드 하이브리드가 근소한 차로 3위에 자리했다. 공인 복합 연비가 18.9km/L인데 이것도 좋은 의미에서 ‘뻥연비’라는 것이 유저들을 통해 입증되고 있다. 2모터 기반의 i-MMD(Intelligent Multi-Mode Driving) 시스템은, EV 모드로만 최고 출력 184ps, 최대 토크 32.1kg·m를 발휘한다. 여기에 혼다가 자랑하는 ADAS 시스템인 혼다 센싱이 기본 적용돼 있으며, 노면 정보를 미리 파악하고 대응하는 액티브 스캔 서스펜션까지 적용됐다. 출시 당시 가격은 4,540만 원이다. 최근 페이스리프트 차량이 출시된 데다 혼다가 적극적으로 중고가 방어를 펼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차량 자체에 대한 신뢰도가 높음을 알 수 있다. 

이 외에 국산차 영역에서는 현대차 쏘나타 하이브리드가 79.88%, 기아 K5 하이브리드가 77.11%로 뒤를 이었다. 수입차 영역에서는 토요타의 프리우스가 67.01%로 4위에 자리했다. 

이들 하이브리드 자동차들의 높은 잔존 가치에 대해, 친환경차를 선호하는 분위기와 높은 연비에 따른 경제성, 성능 만족도 등의 요인으로 하이브리드 중고차에 지속적인 관심 증가를 꼽았다. 엔카닷컴 사업총괄본부 박홍규 본부장은 “올해에도 제조사들의 하이브리드 모델 확대가 이어지면서 중고차 거래도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이유도 있지만 아직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동급 차종에서 가격이 조금 더 높은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즉 상태가 좋은 중고차를 사는 것이 이익이라는 판단으로 몰린 중고차 수요가 역으로 신차 가격에 준할 만큼의 중고 가격을 만들어낸 셈이다. 


한명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