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이해 못할 야외 행사 방역 기준

지난 4월 3일 개막한 2021 시즌의 프로야구가 만 2개월을 바라보는 가운데 이슈가 있다. 바로 입장 인원수 제한이다. 이슈가 되는 이유는 역시 그 근거의 합리성에 대한 의문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수도권과 부산광역시에 소재한 구장에서 벌어지는 경기는 전체 수용 인원의 10%에 불과하다. 서울의 잠실구장, 고척 스카이돔, 인천의 SSG 랜더스필드(구 문학구장), 수원의 KT 위즈필드에서 벌어지는 경기는 만원 관중이라 해도 2,000여 명에 불과하다.  

프로야구 구단 자체만 놓고 보면 해당 기업 입장에서는 ‘자선 사업’이라 할 정도로 적자 사업이다. 그러나 이를 그만두지 못하는 이유는 그만큼 사회 전체에 미치는 긍정적인 파급 효과도 크기 때문이다. 인기가 쇠퇴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COVID-19 이전 기준으로 보면 여전히 연간 700~800만 명을 동원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프로스포츠였다. 이 프로야구에서 모기업들이 모두 손을 떼고 프로야구가 없어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일단 오프라인을 기준으로 보면 다양한 직업군이 사라진다. 선수는 물론이고 컨디셔닝 트레이너, 영양사, 구단 홍보 직원 그 외 야구단과 관계된 직간접적 일자리가 자취를 감춘다. 구단 상품 등은 사실 미미한 금액이라 해도, 구장 주변의 상권 등은 직접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오피니언]이해 못할 야외 행사 방역 기준
이미지 출처(ssg.com 보도자료)

방송이나 온라인을 기준으로 보면, 야구 중계를 비롯해 이와 연관되어 진행되던 콘텐츠들이 그대로 공백으로 변한다. 프로야구는 적어도 6개월간, 일주일에 하루를 제외하고 꼬박꼬박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소재다. 중계권료가 높다고는 하지만 고정적인 소재가 있는 프로그램을 일 주일 내내 편성할 수 있다는 장점은 무시할 수 없다. 요즘은 야구중계 자체보다도 분석 프로그램에서 재생산되는 다양한 영상, 등장하는 해설가나 아나운서들이 콘텐츠가 된다. 그런 것들이 자취를 감추는 것이다. 

이렇게 됐을 때 찾아올 사회 전체의 심리적 공백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때로 보이는 수준 낮은 플레이나 선수들의 일탈, 스포츠계에 만연한 학교 폭력 등에 염증을 느껴 ‘프로야구 폐지’를 외치는 목소리도 있지만, 그건 실제로 프로야구가 사라지길 바라는 목소리라기보다 개탄의 목소리에 가깝다.

엄연히 상상이지만 최근의 10% 입장객 벽으로 인해 현장에서 느끼는 고통들을 고려하면 실현되지 말라는 법도 없는 상상이다. 지금 수준으로서는 야구단이 경기를 할 때마다 큰 손실을 보고 있다. 입장료 수입이 최소한의 운영비를 충당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구단이 유치한 광고비 중 상당액을 지자체가 가져가는 관행도 여전하다. 

100번을 양보해 그 모든 것을 관행의 이름으로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야구단은 견딜 수 있을 것이다. 최소한 관중이 절반만이라도 입장할 수 있다면 말이다. SSG 랜더스의 경우는 야구라는 열정적 현상의 에너지를 다양한 온라인과 오프라인 마케팅 기법과 통합하는 뉴 커머스를 선보이기 위해 탄생한 구단이다. 현재의 10% 입장 벽이 풀린다면 그 시너지는 더 확장될 수 있다. 이는 COVID-19로 인해 위축되어 있는 경제를 회복시키고 유통라인과 연결된 각 중소기업까지 살릴 수 있는 기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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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와 자사의 유통 브랜드 자산을 적극 연결시켜 뉴커머스 창출을 시도 중인 신세계그룹과 SSG 랜더스의 마케팅

그럴 기회 자체가 막혀 있다. 물론 물리적인 거리 두기를 통한 방역 조치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측면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기준과 근거가 빈약하다. 야구장은 밀폐된 시설이라 보기 어려운데 50% 입장이 가능하다면 적어도 한 사람 사이에 1미터에서 1.5미터 사이의 공간 확보가 가능하다. 타액 비말이 확산할 수 있는 함성 응원은 풍선 박수 등으로 대체하게 하고, 주류 판매는 금하는 정도의 조치만으로도 충분하다. 이런 가능성을, 현재 방역 당국의 담당자들은 모르는 것인지 의도적으로 도외시하는 것인지 알 수 없어 관계자들은 답답하다. 

야구 이야기가 길어졌다. 그러나 비단 야구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더 억울한 현장이 있다. 바로 모터스포츠다. 국내 최대의 프로대회인 CJ 대한통운 슈퍼레이스의 2021 시즌 2라운드가 6월에서 7월로 밀렸다. 2라운드는 인제스피디움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사실 한국에서 모터스포츠의 인기가, 만원 관중을 기대할 정도는 아니다. 물론 2018~2019년 용인 AMG 스피드웨이에서의 관중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인제스피디움이나 영암의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에서의 대회는 항상 집객에 어려움을 겪었고 그랜드 스탠드는 자연스럽게 관중 간 ‘거리두기’가 돼 있었다. 

물론 슈퍼레이스 운영을 맡고 있는 기업 측에서는 엄중한 상황에 따라 선제적으로 대응했고 그 자체는 칭찬할 만한 조치다. 하지만 이런 결정이 과연 기꺼운 것이기만 했을까? 대기업들은 강자인 것처럼 그려지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 이들은 정부 기관들이 주는 감시의 눈초리를 항상 느끼고 있다. 공식적인 마케팅 활동에서 정부의 정책 기조나 심기를 거스르는 키워드를 최대한 걸러내는 게 홍보와 마케팅의 기본 역할일 정도다. 하물며 꽤 오랫동안 정권의 따가운 눈초리를 벗어나지 못해 왔던 기업이라면 몸을 사릴 수밖에없다. 

기업이 국가와 국민으로부터 감시를 받는 게 나쁜 건 아니다. 그러나 그것이 정도를 넘어설 때가 문제다. 10% 입장 인원 벽을 못 넘는 프로야구를 비롯해 불합리한 방역 조건으로 눈치를 보는 다양한 행사의 주체들 상당수가 대기업인 게 당연하고 자연스런 풍경으로 보이진 않는다. 


한명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