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제원표에는 리터당 출력이라는 항목이 있다. 엔진의 배기량을 cc에서 리터로 환산해서 출력을 계산하는 표기법으로 자동차의 퍼포먼스 뿐만 아니라 제조사의 엔진 기술력까지 확인 할 수 있는 수치다. 예컨대 리터당 출력은 2.0리터 엔진에 200ps라면 리터당 출력은 100ps가 된다. 그래서 이번 콘텐츠에서는 리터당 출력이 높은 자동차를 모아봤다.
메르세데스-AMG A45 AMG S, 리터당 출력 210.5ps
AMG A45는 2013년 출시해 당시 2.0리터 4기통 M133 엔진을 탑재한 엔트리급 AMG였다. 하지만 무늬만 엔트리급이지 기계로 찍어내는 35, 43, 53 AMG 시리즈들과 달리 AMG 45는 63처럼 수제작하는 이른바 ‘진짜 AMG’엔진이다. 이후 2019년부터 성능이 대폭 개선된 M139 엔진이 AMG A45에 장착됐다.
M139엔진은 2.0리터 엔진으로 무려 421ps의 최고출력을 발휘하며, 리터당 출력은 210.5ps이다. 리터당 출력이 100ps만 되어도 고성능차 소리를 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일반 해치백이 리타당 출력이 200을 넘기는 세상이 온 것이다. 어떻게 이런 출력이 뽑아 냈을까? 이전세대인 M133엔진으로 거슬러 가야 한다. 당시 벤츠는 포뮬러 원 규격이 2.4리터에서 2.0리터 변경된다는 소식을 듣고 2.0리터 엔진인 M270을 개량해 M133 엔진을 제작했지만 규격이 1.6리터로 정해지면서 이왕 만든거 양산차에 탑재하자고 해서 나온 물건이다.
예상 외의 인기에 후속 모델에는 벤츠 2.0엔진인 M260을 개량해 M139엔진을 제작했다. M139 엔진은 공학기술의 결정체라 봐도 될 정도다. 일단 엔진 블록, 헤드 전부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졌으며 피스톤은 물론 크랭크샤프트까지 모두 단조로 제작했다. 여기에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엔진을 반대로 배치해 했다. 즉, 배기 매니폴드와 터보차저가 뒤를 향하고 흡기 매니폴드는 전방을 향하는 구조다. 이 경우 엔진에 공기 흡입과 냉각 성능이 좋아지며 배기 라인도 간소화 되어 엔진 출력이 향상된다. 이러한 구조 덕분에 최고출력 421ps, 리터당 출력 210.5ps라는 수치가 실현됐다.
미쯔비시 랜서 에볼루션 FQ440 MR, 리터당 출력 223ps
미쯔비시 랜서 에볼루션은 WRC 출전 당시 호몰로게이션 규정에 맞추기 위해 1992년부터 생산 및 판매한 4도어 스포츠세단이다. 공도의 제왕이라는 별명답게 코너가 많은 곳에서는 슈퍼카를 따라 잡을 정도로 우수한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그러나 2014년에 10세대를 끝으로 단종됐다. 그러나 단종되기 직전 영국 미쯔비시에서 FQ440 MR이라는 끝판왕을 제작하기도 했다.
참고로 랜서 에볼루션 FQ는 영국에서만 판매되는 랜서에 볼루션의 고성능 버전이다. 뒤에 있는 숫자가 출력을 뜻하므로 FQ440 MR의 최고출력은 446ps이다. 이는 현재 2.0리터 엔진 중 가장 높은 최고출력이며, AMG A45보다 25ps 더 높다. 마력당 최고출력도 223ps에 달한다. 446ps를 발휘하는 엔진은 일반 랜서 에볼루션 10세대에 탑재되어 있는 4B11T다. 참고로 이전 세대는 우리나라에서 시리우스 엔진으로 알려진 4G63엔진을 사용했다.
4B11T는 현대차의 세타 엔진 기반으로 제작된 엔진이며, 기본적인 구조가 동일하다. 주물 알루미늄 블록으로 제작됐으며, 보어 및 스트로크까지 동일하다. 세타 엔진과 차이점은 흡배기 매니폴드 그리고 터보차저 시스템과 미쯔비시가 MIVEC라 부르는 가변 타이밍 밸브 시스템이다. FQ440 MR의 4B11T 엔진은 ECU 맵핑에 고압 연료 인젝터, 대용량 인터쿨러 그리고 개선된 배기 시스템을 기반으로 최고출력을 446ps까지 끌어올렸다. 단점은 40대 한정판이며, 연비가 2km/L도 안 된다는 것이다.
코닉세그 예스코, 리터당 출력 325ps
코닉세그는 1994년 설립된 신행 슈퍼카 제조사로, 세상에서 가장 빠른 차 타이틀도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리터당 최고출력이 가장 높은 차고 코닉세그의 자동차다. 가장 빠른 차 아제라의 후속이자 플래그십인 코닉세그 예스코는 2019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공개됐으며, 5.0리터 트윈터보 V8 엔진이 탑재되며 최고출력이 1,625ps에 달한다. 그래서 리터당 최고출력은 무려 325ps다.
코닉세그 예스코의 엔진은 사실 이전 모델인 아제라에 사용된 것과 동일하다. 알루미늄으로 제작됐으며 고회전에 용이한 플랫 플레인 크랭크 샤프트를 채택했다. 그리고 커넥팅로드도 유명한 스웨덴 철강을 사용해 티타늄보다 단단하고 더 가볍다. 또한 세계 최초록 독립 실린더 내부압력 센서를 장착해 실시간으로 엔진을 모니터링해 최적을 효율을 발휘하도록 해준다.
또한 거대한 터보차저 두개를 장착했으며, 터보랙을 줄이기 위해 코닉세그가 특허를 획득한 에어 인젝터 시스템도 적용했다. 이 밖에도 흡기 매니포드를 탄소섬유로 제작했으며, 고온, 고압에 강한 0.8㎜ 니켈합금된 배기 매니폴드를 적용했다. 여기에 멀티포인트 퓨얼 인젝션 시스템이 적용되어 엔진 효율성을 극대화 시켰다. 신소재와 코닉세그의 모든 기술력이 총동원되어 내연기관 역사상 유례없는 리터당 325ps를 실현시켰다.
리터당 출력이 100ps면 고성능이라 불리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일반 대중 브랜드의 차도 리터당 100ps를 넘는 차가 많다. 예컨대 현대 벨로스터 N도 리터당 출력이 137ps로 100ps가 넘는 까닭에 지금은 리터당 출력이 200ps는 넘어야 고성능이라 불리는 시대가 됐다. 하지만 지금은 배기량이 없는 고성능 전기차들이 등장하면서 리터당 출력 제원의 의미가 없어지고 있다. 정말 내연기관의 마지막을 향하는 것 같아 매우 아쉽게 느끼는 이들도 적지 않다.
글
정휘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