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집약 플래그십의 모든 것, 기아 더 뉴 K9 출시

6월 15일, 기아가 유튜브를 통해 자사 플래그십 세단 K9 2세대의 페이스리프트 ‘더 뉴 K9’의 공식 출시를 알렸다. COVID-19 상황으로 신차 소개 행사 대신 배우 김남길의 나레이션과 주요 개발 담당자들의 목소리로 더 뉴 K9의 주요 철학을 전했다. 파워트레인은 3.8, 3.3터보 가솔린 총 2 개 모델로 운영되며, 모델별로 달리 구성했던 기존의 트림 체계를 2개(플래티넘, 마스터즈)로 단순화됐다. 가격은 3.8 가솔린 플래티넘 5,694만 원, 마스터즈 7,137만 원이며, 3.3 터보 가솔린의 경우 플래티넘 6,342만 원, 마스터즈 7,608만 원(개별소비세 3.5% 기준)이다. 

전방 예측 변속 시스템(PGS),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 등 첨단 사양

더 뉴 K9에 집약된 기술은 거의 세대 교체 신차 공개 수준이다. 전 예측 변속 시스템(PGS)과 기아 브랜드 최초 사양인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이 적용됐다. 또한 전 트림에 고속도로 주행 보조2(HDA2) 및 다중 충돌방지 자동 제동 시스템(MCB)를 기본사양으로 넣어 플래그십 세단다운 ‘대우’를 했다. 

전방 예측 변속 시스템은 내비게이션 정보를 활용한다. 이를 통해 코너 진입과 고속도로 진출 진입 등 다양한 상황에 대응해 효율적이고 안전한 운전을 할 수 있도록 한다. 사실 내비게이션 정보 시스템에 기반한 변속 효율 제고 시스템은 BMW도 과거에 적용한 바 있다. 다만 이를 변속기 자체에 적용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브랜딩한 최초의 사례라는 점에 의미가 있다.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은 전방 노면을 예측하고 이에 따라 쇼크 업소버의 감쇠력 등을 재빨리 선제 제어하는 시스템이다. 마찰력 안정과 승차감 개선에 그만큼 장점이 있다. 이러한 선제 대응을 통해 현가 장치에 가해지는 충격이 줄어들면 내구성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또한 HDA2에는 차로 폭을 크게 차지하는 대형 차량 주변을 주행할 때 충돌 위험을 방지할 수 있도록 하는 차로 내 편향 주행 기능도 적용됐다. 여기에 방향지시등을 이용한 차로변경 보조 시스템도 적용돼 운전의 안전과 편의를 더한다. 

프로그레시브 모더니티,
외관 디자인의 대폭 변화

최근 현대차그룹의 주요 차종들은 페이스리프트를 세대교체처럼 단행하고 있다. 특히 이는 상위급 차종에서 두드러지는 모습인데, 세대 교체 주기 자체도 짧지만 과감한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통해 럭셔리 차종 시장에서 글로벌 선발 주자들의 아성에 빨리 도전하겠다는 의도도 반영된 것이다. 

기아 더 뉴 K9도 기존 K9 2세대 전기형과는 뚜렷한 전후면 변화를 보여 준다. 전면에는 ‘V’자형 크롬 패턴이 들어찬 대형 라디에이터 그릴, 보다 샤프해진 헤드램프의 윤곽이 눈길을 끈다. 그릴은 크기만 한 것이 아니라 폭도 넓어 수평성을 강조한다. 기아 외장 디자인팀의 김택균 상무는 온라인 쇼케이스를 통해 더 뉴 K9에 적용된 디자인 키워드를 ‘프로그레시브 모더니티(Progressive Modernity)’라고 밝혔다. 블랙 핫 스탬핑 패턴은 전체적으로 어두운 그릴 속에서 빛나는 보석의 이미지를 담았으며, 기아의 새로운 시그니처가 적용된 LED 헤드램프와 연결돼 세련되고 슬림한 첫인상을 준다고 전했다. 넓고 세련된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램프 아래를 받치는 범퍼 디자인은 보다 과감하고 넓게 만들어 시각적 안정감을 선사한다. 

전측면 펜더에에는 기아의 새로움 엠블럼을 활용한 크롬 익스테리어 트림이 적용됐으며 이는 측면 캐릭터 라인의 끝을 더욱 날카롭게 이어가는 역할을 한다. 라디에이터 그릴의 명암 대비감은 측면 면처리와 후리의 관계에서도 드러난다. 

후미에는 트렁크를 가로지르는 일체형의 수평 후미등이 적용됐다. 후미등의 경우 가운데서 빛이 발산했다가 수렴하고 전체가 점등되는 다이내믹 웰컴 라이트의 기능도 갖고 있다. 김택균 이사는 “지금의 성공에 멈추지 않고 새로운 가능성을 향해 계속 나아가는 것과 개척 및 도전 정신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도전적 예술성 담긴 실내 변화

기아 내장 디자인실의 요한 페이즌 상무는 새로운 디자인 철학을 더 뉴 K9의 내면에 구현하고자 했다. 예술가적 기질이 다분한 페이즌 상무는 BMW의 i 시리즈와 7시리즈(G11/12)의 전기형을 디자인했을 뿐만 아니라 DTM(독일 투어링카 마스터즈), 르망 24시 내구 레이스의 현장을 담는 포토그래퍼이기도 하며 할리 데이비슨의 제품 사진을 촬영하기도 했다. 그는 “더 뉴 K9이 단순한 럭셔리 세단이 아니라 감성을 주는 실내 공간이 되길 바랐다”며 “공간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이 도전 의식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덧붙였다. 

더 뉴 K9의 실내는 단순히 넓다는 느낌을 넘어 모던함과 존재감을 줄 수 있도록 변화가 적용됐다는 것이 페이즌 상무의 메시지다. 실내에 새로이 적용된 토프 그레이(taupe grey) 컬러는 브라운과 그레이가 섞인 컬러로 수년 전부터 패션계에서는 고급스러움과 모던함을 상징하는 컬러로 사용되고 있다. 여기에 퀼팅 패턴은 시트를 넘어 흐르는 듯한 형상으로 보다 확장적인 시각 효과를 더한다. 또한 심플함과 고급스러움을 구현하기 위해 룸미러에서 베젤을 제거했다. 

모던하고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가치는 하이테크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집약된 14.5인치 UVO 내비게이션과 조화를 이룬다. 디스플레이의 해상도가 높아졌고 화면 전환 동작에도 고급스러움이 더해졌다.여기에 센터 콘솔의 다이얼 레버 위에는 필기 인식 컨트롤러도 적용됐다. 

페이즌 상무는 “이러한 모던하고 하이테크한 공간 안에서 운전자들이 지속적인 영감을 얻기를 바란다”며 더 뉴 K9의 내장 디자인 의미를 갈무리했다. 

2018년 4월 출시된 2세대 K9은 1세대를 뛰어넘는 판매량을 기록했고 유저들로부터 높은 지지를 얻고 있는 모델이기도 하다. 전기형만 해도 압도적인 편의 사양으로 수입차를 고려하던 고객층을 일부 흡수할 정도였다. 여기에 한층 강화된 편의 사양들은 충분히 더 높은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요소다. 

전동화의 미래 기대하며,
내연기관 플래그십의 대미 장식한다

다만 파워트레인 면에서는 현대차그룹 전체의 문제이기도 한 아쉬움이 남아 있다. 그룹은 아직  3.5리터 미만에 400ps 이상의 출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고효율+고성능 엔진을 양산차에는 적용하지 못했다. 전기형까지 존속했던 5.0리터 V8 엔진이 적용된 퀀텀도 최고 출력은 425ps였다. 더 뉴 K9은 앞서도 살펴봤듯 더 이상 국내 차종만이 아니라 비슷한 체급의 수입차들과 경쟁하는 차종이다. 편의 사양과 승차감, 첨단 주행 보조 기술에서는 우위이지만 배기량 당 출력이 높은 파워트레인의 부재는 다소 아쉽다. 

물론 이제 내연기관 엔진으로 퍼포먼스를 구현하다는 것에 한계가 다가오고 있지만, 아직도 대형 세단의 경우는 석유 기반의 엔진을 적용하는 것이 경제적인 선택이다. 주요 제조사들은 배기량이 큰 엔진을 적용한 플래그십 세단이나 SUV의 경우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라도 추가해 퍼포먼스 개선과 환경 영향 저감을 이뤄내고 있다. 

다행히 제네시스 브랜드를 통해 G80의 전동화 모델이 개발 막바지 단계다. 지난 6월 10일에는 서울 마포구 문화비축기지에서 이 차가 전시되기도 했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 아닌 기존 G80 플랫폼을 사용한 전기차인데, 이는 기아의 럭셔리 후륜 구동 라인업인 K9의 미래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시승차를 운행하다 보면 억 소리 나는 유럽 브랜드 차량보다도 기아의 상위급 모델을 탔을 때 사람들이 보이는 관심이 더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시선도 그렇고 수시로 질문을 걸어오는 이들도 적지 않다. 더 뉴 K9도 분명히 그럴 것이다. 같은 집안이지만 그룹 내에서는 확실히 브랜드 호감도가 높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더 뉴 K9을 사는 사람들의 현재에 영감을 불어넣겠다는 기아의 디자인 목표는 실질적으로 달성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하지만 이를 넘어 이제 기아는 그 사람들의 미래에 대한 질문을 먼저 던지고 해결해야 하는 시점이다. 


한명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