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분노의 질주’를 보면 쿼터마일(1/4마일, 400미터)을 10초내 주파해야 된다는 말이 나온다. 실제로도 쿼터마일을 10초 이내로 달리면 매우 빠른 자동차로 평가 받는다. 예전에는 10초의 벽을 넘으려면 엄청난 튜닝을 거쳐야 가능했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하면서 순정 상태로 9초 대는 물론 8초대를 노리는 슈퍼카들이 출시되고 있다. 이번 콘텐츠 에서는 쿼터마일이 빠른 자동차들을 살펴본다.
드래그 레이스용 머선 닷지 챌린저 데몬, 9.6초
닷지 챌린저는 다운사이징의 여파를 비켜가지 못한 머슬카 시장에서 유일하게 고배기량 긴 차체를 뽐내는 모델이다. 2017년 뉴욕 오토쇼를 통해 처음 공개된 닷지 챌린저 데몬은 일반 챌린저의 하이퍼포먼스 버전인 챌린저 헬켓을 기반으로 보다 성능을 다듬은 버전으로 머슬카의 끝판왕이다. 애초에 드래그 레이스 전용으로 개발되었기 때문에 직선 주행 성능만큼은 웬만한 슈퍼카보다 더 강력하다.
닷지 챌린저 데몬의 파워트레인은 6.2리터 V8 엔진에 2.7리터 용량의 슈퍼차저가 장착되어 있다. 그 결과 최고출력이 819ps에 달하며, 최대토크는 99.1kg·m다. 여기에 100 옥탄 레이싱 연료를 사용하면 최고출력 852ps, 최대토크 106.5kg·m를 발휘한다. 이렇게 강력한 출력은 8단 ZF 자동변속기를 통해 뒷바퀴로 전달된다.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2.4초로 순수 내연기관만 사용하는 차량들 중 가장 빠르다. 쿼터마일도 9.6초만에 주파하며, 10배 넘는 가격대의 슈퍼카 만큼 빠르다.
역대급 소리 듣는 페라리 SF90 스트라달레, 9.6초
페라리 SF90 스트라달레는 페라리 최초의 V8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슈퍼카다. 물론 이전에 라페라리가 있었지만 V12엔진 기반이며, EV모드조차 없는 반쪽 짜리 하이브리드 슈퍼카였다. 이에 비해 SF90은 기존 페라리 488 피스타, F8 트리뷰토 등에 사용된 F154 3.9리터 트윈터보 V8 엔진을 개량해 배기량을 4.0리터로 키워 최고출력이 대폭 향상된 780ps를 발휘한다. 여기에 최고출력이 220ps에 달하는 전기모터가 결합돼 합산출력 1,000ps를 자랑한다.
변속기는 기존보다 30% 더 빨라진 8단 DCT를 사용하며, 전기모터를 통해 동력을 분배하는 E4WD 시스템도 탑재됐다. 그 결과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하는데 2.5초면 충분하고 쿼터마일 기록은 9.6초로 플래그십을 포함한 역대 양산형 페라리 중 가장 강력하다. 또한 하이브리드 슈퍼카 중에서 가장 빠른 쿼터마일 기록을 지녔다. 심지어 페라리 테스트 트랙인 피오라노 서킷에서는 라페라리보다 더 빠른 랩타임을 기록하기도 했다.
내연기관의 마지막 불꽃 부가티 시론 퓨어 스포트, 9.4초
부가티 시론은 지난 2016년 출시된 부가티 베이론의 후속이다. 베이론과 동일한 8.0리터 W16 쿼드터보 엔진을 탑재 했으며, 최고출력이 이전세대 보다 499ps 향상된 1,500ps를 발휘한다. 물론 베이론처럼 가장 빠른 자동차이기도 하다. 부가티 시론은 고가의 차량답게 각종 에디션이 존재한다.
기본형 시론에서부터 부가티 창립 110주년을 기념하는 110 에니버서리, 타입 57SC를 기념한 시론 누아르. 최고출력을 1,600ps로 향상시키고 최고속도 300마일(483km/h)돌파를 기념한 시론 슈퍼스포트 300+ 그리고 300+의 양산형인 시론 슈퍼스포트, 시론 퓨어스포트 등이 있다. 최고속도만 놓고 보면 슈퍼스포트가 440km/h로 가장 빠르지만 퓨어스포츠가 기어비를 조정해 파워밴드를 늘리고 50kg 무게도 감량해 0→100km/h 가속시간이 2.4초이며 쿼터마일 기록도 9.4초다. 이는 순수 내연기관 슈퍼카 중 가장 빠른 쿼터마일 타임이다.
세단이 이렇게 빠르다고? 테슬라 모델 S 플레드, 9.2초
일론 머스크의 이미지는, 그의 언행이 우리나라에서 밈(meme)이 되고 희화화될 정도지만, 테슬라의 자동차들은 다시 한번 전기차 시장 퍼스트 무버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바로 테슬라 모델 S 플레드다. 테슬라 모델 S는 2012년 테슬라의 첫 세단형 전기차로 완충시 600km 이상 주행이 가능한 몇 안되는 친환경 자동차다. 출시된 지 9년이 지났지만 아직 모델 S를 뛰어넘는 양산 버전의 전기차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모델 S는 출시 이후 한번의 페이스리프트를 거쳤으며 지난 6월 11일에는 2차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면서 동력성능도 향상시킨 모델 S 플래드 트림을 공개했다. 모델 S 플래드는 열에 강한 카본 슬리브 모터를 적용해 최고출력 1,034ps를 발휘하며, 최대토크는 145.2kg·m다.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9.2초면 충분하고 최고속도는 320km/h다. 쿼터마일 기록도 9.23초로 후술할 리막 네베라의 기록이 공개되기 전까지 세상에서 가장 가속성능이 빠른 자동차의 자리를 지켰다.
시장의 판도를 바꾼 리막 네베라, 8.6초
크로아티아의 전기 슈퍼카 제조사 리막에서 선보인 리막 네베라는 2011년 출시한 리막 콘셉트 원의 후속 모델이다. 리막 콘셉트 원도 출시 당시 기준으로 내연기관 슈퍼카는 절대 범접할 수 없는 성능이었지만 내연기관 기술이 마지막 불꽃을 화려하게 불태우면서 콘셉트 원 수준의 내연기관 슈퍼카들이 많이 등장했다. 그러나 네베라는 이보다 더 진보된 파워트레인을 바탕으로 이제는 내연기관이 절대 흉내 낼 수 없는 퍼포먼스를 발휘한다.
네베라는 120kWh의 배터리와 4개의 전기모터를 탑재해 최고출력이 1,914ps, 최대토크는 240.7kg·m에 달한다.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하는데 1.9초면 충분하다. 0→300km/h까지 도달 시간은 9초 밖에 걸리지 않으며, 최고속도는 412km/h다. 따라서 쿼터마일 기록도 세계 신기록을 달성했다. 무려 8.6초로 내연기관이 하드코어하게 튜닝해야 넘을 수 있는 9초의 벽을 순정 상태의 전기 슈퍼카가 넘어섰다.
이번 콘텐츠에서 소개한 자동차 보다 출력 및 제로백 기록이 좋은 차는 많다. 그러나 쿼터마일은 단순 100km/h까지의 순간 가속능력을 평가하는 제로백과 달리 100km/h이후 후반 가속능력이 우수해야 좋은 기록을 달성할 수 있다. 후반 가속능력이 부족한 전기차는 상대적으로 쿼터마일에서 좋은 성적을 기록하지 못했다. 하지만 모델 S와 네베라 등의 등장으로 이제 쿼터마일에서도 내연기관의 영역이 더욱 좁아지고 있다.
글
정휘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