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는 올해부터 한국 시장에 고성능 가솔린 엔진 차량들을 대거 투입하면서 고성능화로 새로운 전성기를 열어가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습니다. 지난 6월 진행된 ‘아우디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이후 RS Q8,SQ5 등 고성능 SUV를 잇따라 발표했죠. 그러나 고성능 브랜드로서 제대로 인정받으려면 반드시 중형 세단 영역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야 합니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이하 ‘AVK’)는 7월 13일, RS 5 스포트백을 과감히 투입했습니다. 2012년 A5의 페이스리프트부터 등장한 아우디 RS5 쿠페는 BMW M3와 M5와 정확한 경쟁상대고, 글로벌 시장에서도 그 존재감을 인정받아 왔습니다. 한국에서 단시간에 M3, M4의 위상을 따라잡는 건 어렵겠지만 확장되고 있는 고성능차 시장에서 존재감을 확보한다는 것만으로도 절반의 성공일 겁니다. 그렇다면 가장 장력한 경쟁자인 M3 컴페티션과 RS5 스포트백을 간략히 비교해볼까요?
70만 원 차이,
결국 브랜드 가치에 대한 선호
아우디 RS5 스포트백은 1억 2,102만 원입니다. BMW M3(G80) 컴페티션 세단보다 68만 원 낮은 가격입니다. 사실 이 정도 차를 구입할 수 있는 이들에게는 큰 의미가 없는 금액일 겁니다. 결국 브랜드에 대한선호도죠.
정량적인 데이터를 위한 표본은 부족하나 현재 기준으로선 M3의 손을 들어줄 이들이 좀 더 많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 차량의 출시 소식에 달린 댓글은, 전부라고는 할 수 없어도 어느 정도 시장에서의 인식을 보여주기는 하는 데이터인데 M3쪽의 손을 들어 주는 이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M이라는 브랜드의 업력은 물론 한국 고성능차 시장에서 다져진 M의 위상이 그만큼 견고하다는 것을 말합니다.
RS를 지지하는 사람들도 M의 위상, M3 컴페티션이라는 차량의 매력을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고성능차를 구입할 때 갖고 싶은 개성, 다른 이들과의 차별성 등의 가치를 ‘흔해진’ M이 채워주기엔 부족함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촌지간이 된 폭스바겐그룹 내 여러 고성능, 럭셔리 브랜드와의 연관성도 매력포인트라 할 것입니다. 어딘가 모르게 마니악한 성향도 무시할 수 없겠죠.
닮은 듯 묘하게 다른
고성능 가치 접근법
그러나 이 두 차를, ‘브랜드 취향 차이니까 알아서들 하세요’라고 하면 그만인 걸까요? 분명 각자의 우열 포인트는 있을 겁니다. 좀 더 살펴봐야겠습니다.
BMW M3 컴페티션과 아우디 RS5는 모두, 자사에서 가장 인기리에 팔리는 D 세그먼트급의 차량을 기반으로 한 고성능차입니다. 트랙과 공도, 스포티한 주행과 일상 주행 모두를 만족시키는 차라는 점도 비슷합니다.
2021년 4월 국내에 출시된 BMW M3 컴페티션 세단의 제원 수치는 전장 4,795㎜, 휠베이스 2,855㎜, 전폭 1,905㎜입니다. 7월에 출시된 아우디 RS5는 전장 4,710㎜, 휠베이스 2,826㎜, 전폭 1,865㎜입니다. 기반이 되는 모델과의 격차는 M3 쪽이 더 큽니다. 사실 M3를 보고 굳이 3시리즈의 고성능 버전으로 해석해서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 겁니다. M3는 그냥 M3라고 받아들이죠. 이에 비해 아우디 RS5는 전장과 전폭에서 기본 모델과 20㎜ 정도의 차이를 보입니다. 물론 RS만의 라디에이터 그릴, 범퍼, 휠, 후미 디자인과 RS 뱃지가 있지만 A5 스포트백의 이미지와 연결이 좀 더 쉽습니다.
M3 컴페티션 세단은 한 단계 더 높은 출력을 내는모델이므로, 최고 출력이 510ps(6,250rpm), 최대 토크가 66.3kg·m(2,750~5,500rpm)에 달합니다. RS 5의 최고 출력은 450ps(5,700~6,700rpm), 최대 토크는 61kg·m(1,900~5,000rpm)입니다.
M3 컴페티션은 직렬 6기통 3.0리터(2,993cc) 트윈터보, RS5는 2.9리터(2,894cc) V6 트윈터보입니다.전자는 엔진 보어가 90㎜, 스트로크가 84㎜로 고출력에 유리한 숏 스트로크, 후자는 보어가 84.5㎜, 스트로크가 86㎜로 비교적 낮은 회전수부터 강한 토크를 발휘하는 롱 스트로크 타입입니다. 트윈터보 엔진은 실린더 뱅크 사이에 나란히 배치됩니다. 전자가 좀 더 넓은 한계 영역을, 후자는 요소요소에서 강한 순발력과 펀치력을 선사하겠죠. 물론 단순 제원 비교입니다.
2.9리터 V6 트윈터보 엔진은 어딘가 낯익은 제형인데요. 바로 포르쉐 주요 차종에 들어가는 엔진과 동일한 아키텍처입니다. 물론 상세 세팅은 다르죠. 포르쉐 차종들은 이를 기반으로 한 PHEV(플러그인하이브리드)가 많습니다.
배기량 당 출력비를 보면 M3 컴페티션이 리터 당 170ps이고 RS5는 리터 당 155ps 수준입니다. 토크가 큰 엔진인만큼 두 모델 모두 자동변속기이며 8단으로 동일합니다. 각 단 기어비는 거의 동일하고 종감속 비만 전자가 3.154:1, 후자가 3.204:1로 아주 약간 다른데 큰 차이라 보긴 어렵습니다.
0→100km/h 도달 시간은 두 차 모두 3.9초로 동일합니다. 제한 최고 속력은 RS5가 280km/h로 30km/h 정도 더 높게 설정돼 있습니다. 연비는 M3 컴페티션인 8.3km/L, RS5가 8.6km/L입니다.
사실 아우디 팬들은 RS5가 4.2리터 자연흡기 V8 엔진이었던 때를 그리워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었고 배기가스 규제는 더욱 타이트해지고 있습니다.
후륜 구동의 순수함 VS,
콰트로의 다양한 매력
M3 컴페티션 세단은 후륜 구동이고 RS5 스포트백은 콰트로 즉 4륜 구동입니다. 어떤 방식이 절대적으로유리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프로페셔널 드라이버가 아닌 아마추어의 기준으로 봤을 때 500ps가 넘어가는 후륜 구동이란 예사 물건이 아닙니다. 제아무리 마찰력을 유지하고 코너에서 최적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게 해주는 다양한 보조 소프트웨어가 적용됐다 하더라도 한계가 있습니다. 물론 잘 다룰 수만 있다면 그이상 흥분될 수 없겠죠.
아우디의 4륜 구동은 성격이 하나로 정의되지 않습니다. 4륜 구동이 전하는 극한 상황에서의 안정성과 운전자의 능력을 시험하는 과격함까지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콰트로 시스템은 최악의 경우에도 마찰력을쉽게 잃지 않습니다. 운전자의 모자란 실력을 많이 채워주는 느낌입니다. 반면 RS 1, 2 모드에서는 파워트레인과 서스펜션 및 각 보조 모드 등을 운전자가 직접 세팅해서 쓸 수 있습니다. 직접 위험과 대면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죠.
RS5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RS 모드 1, 2가 적용됩니다. 기본적으로 적용되는 RS 스포츠 서스펜션은 5링크 시스템을 기반으로, 3단계로 조절되는 댐퍼를 통해 움직임을 안정화합니다. 일상 생활에서도 탈 만한 조건을 만들어주는 것이죠.
고급 세단의 분위기 VS
심플한 매력
M3 컴페티션 세단과 RS5 모두 인테리어 면에서는 스포티함과 고급스러움을 동시에 표방합니다. 다만 그것을 구현하는 방식에 있어서 차이가 있습니다. 이건 그야말로 ‘개취’의 영역이라 장단점으로 설명하긴 어려운 부분입니다.
M3 컴페티션 세단의 경우 언뜻 보아서는 고성능차의 유별난 모습이 느껴지진 않습니다. 카본 인테리어 트림이야 고성능이 아닌 차에도 많이 적용되고 있으니 고성능차만의 특징이라 하긴 어렵죠. 물론 액션은 화려합니다. 헤드레스트의 목 부분에 있는 M 로고는 불이 들어오는 방식이죠. 스티어링휠의 M 레버를 포함해, 계기반과 페달 등의 디자인도 운전자로 하여금 M의 오너라는 자부심을 갖게 합니다.
RS는 강렬한 블랙 원 톤의 인테리어가 눈을 끕니다. BMW보다는 조금 더 경쾌해 보입니다. 가로로 길게 뻗은 송풍구와 심플한 공조 조작계는 운전에만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줍니다. 물론 12.3인치 버추얼 콕핏 플러스와 MMI 내비게이션 플러스 터치 스크린, 헤드업 디스플레이 등이 적용됐습니다.
엠비언트 라이트와 앞좌석 도어 엔트리 라이트가 적용됐지만 화려하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만약 그런 ‘쇼’적인 측면을 원한다면 차라리 M이고 RS고를 떠나 라운지로의 변신을 시도 중인 메르세데스 AMG로 가는 것이 답일 수도 있습니다.예산이 충분하다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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