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타이칸 크로스 투리스모와 신형 911 GT3 국내 공식 출시행사에 다녀왔다. 포르쉐 청담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이번 행사에는 포르쉐의 비전과 정체성이 고스란히 담겨 포르쉐가 나아갈 방향을 구체적인 제품으로 보여줬다.
전시된 두 모델 중 타이칸 크로스 투리스모는 포르쉐 최초의 CUV 모델로 100% 순수 전기차 타이칸을 바탕으로 변신한 전천후 전기 스포츠 왜건이며, 911 GT3는 코드네임 992 베이스의 자연흡기 엔진 고성능 스포츠카다.
타이칸 크로스 투리스모는 2018 제네바 모터쇼에서 선보인 ‘미션 E 크로스 투리스모’ 콘셉트 모델과 같은 디자인으로 새로운 시대의 슈팅브레이크를 연상하게 한다. 여기에 오프로드 디자인 요소를 가미해 폭 넓은 사용성을 강조했다.
실제로 타이칸 크로스 투리스모는 먼저 선보인 타이칸에 비해 넓은 2열 머리공간, 트렁크 수납공간을 확보했으며, 여기서 그치지 않고 에어 서스펜션을 적극 활용해 거친 도로환경에서도 달릴 수 있도록 ‘자갈(Gravel) 모드’를 적용하기도 했다. 해당 모드를 사용하면 차체는 30mm 높아진다.
라인업은 4, 4S, 터보로 구성돼 있으며, 세 모델 모두 최대 93.4kWh 용량의 퍼포먼스 배터리 플러스가 기본 사양으로 탑재된다. 배터리 용량은 같지만 모델명에 따라 성능을 구분했고 타이칸 4 크로스 투리스모는 최고출력 380ps, 4S는 490ps, 터보는 625ps를 발휘한다. 또한, 오버부스트 시 일정 시간 동안 추가적인 출력이 더해지는데 이때 발휘하는 출력은 각 모델 순서대로 476ps, 571ps, 680ps다. 이를 바탕으로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하는 시간은 각각 5.1초, 4.1초, 3.3초가 소요된다. 한편, 세 모델의 주행가능거리는 4와 4S가 국내기준 287km, 터보가 274km다.
이번 행사의 또 다른 주인공 911 GT3는 아이코닉한 스포츠카, 911 라인업 중에서도 남다른 상징성을 자랑한다. 효율과 더 높은 출력에 대한 갈망으로 과급기, 즉 터보 차저가 보편화된 시대에 여전히 자연흡기 엔진을 탑재했으며, 오직 뒷바퀴만 굴리는 것이 특징이다.
외관을 살펴보면, 카레라 모델 대비 차체 전면부 트랙을 48mm 넓혀 횡 그립 대응을 높이는 동시에 안정적인 자세를 만들었고, 높이는 20mm 낮춰 차량 무게중심 또한 지면과 더욱 가깝게 했다. 공격적인 자세는 덤이다. 여기에 차체 하단을 검게 칠하고 사이드 스커트를 달아 지면과 맞닿은 듯한 인상을 전해준다.
차량 측면에서 휠 하우스를 가득 채우며 존재감을 드러내는 휠의 사이즈는 앞 20인치 뒤 21인치이며, 센터–록 방식으로 체결돼 레이싱 DNA를 마음껏 드러냈다. 또한,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 컵 2 R 타이어를 적용해 GT3가 지닌 차량의 성격을 분명히 했다.
신형 911 GT3의 각종 디자인과 파츠에는 911 RSR의 레이싱 기술이 반영됐는데 대표적으로 프론트 보닛의 에어 벤트와 차체 후면의 스완 넥(swan neck) 리어 윙, 디퓨저 등이 있다.
또한, 포르쉐 911 최초로 앞 서스펜션에 맥퍼슨 스트럿 방식이 아닌 더블 위시본 서스펜션을 적용했으며, 뒷바퀴에는 리어 휠 스티어링 기술과 E-LSD 등을 적용해 노면 추종성 극대화 및 주행성능 강화에 집중했다.
신형 911 GT3의 핵심인 엔진은 4.0L 수평대향 6기통 자연흡기 방식이며, 8,400rpm에서 최고출력 510마력을 발휘한다. F1에서도 터보 엔진을 사용하는 요즘 같은 시기에 마니아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요소다. 변속기는 카레라의 8단 대신 7단 PDK가 적용됐으며, 항속기어 대신 무게를 줄이려는 GT3의 의지가 엿보이는 부분이다. 이외에도 카본으로 제작한 프런트 보닛과 경량 유리 등을 통해 공차중량 1,475kg을 달성했다.
이를 바탕으로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하는 시간은 3.4초이며, 최고속도는 318km/h를 마크한다. 뿐만 아니라 극한의 차량 테스트 공간인 뉘르부르크링 노르트슐라이페에서 6분 59초 927을 기록했으며, 이전 모델과의 비교에서는 17초 빨라진 랩타임을 보여줘 그 성능을 입증했다. 이처럼 놀라운 성능과 남다른 개성으로 무장한 신형 911 GT3의 가격은 2억 2,000만원이다.
글·사진
신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