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30일, 현대차의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의 플래그십 세단 G90의 풀체인지 모델이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세단과 롱 휠베이스(Long Wheelbase, 이하 LWB) 두 가지 외형이며 사전 계약은 12월 중순부터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뭐가 달라진 거지?
이미지로 공개된 외장의 전면만 봐서는 기존 G90와 크게 달라진 모습을 찾긴 어렵다. G90 자체가 EQ900의 페이스리프트로 등장했기 때문에 세대 구분 자체가 다소 모호하기도 하다. 그 당시 풀체인지급 페이스리프트를 암암리에 강조한 이력도 있고 G 시리즈의 패밀리룩이 형성된 지금 G90의 전체적인 이미지를 확 바꾸는 것도 무리수라는 점이 고려됐다고 볼 수 있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새로운 크레스트 그릴과 날렵한 두 줄 램프로 제네시스 엠블럼을 형상화한 전면부, 파라볼릭 라인과 개방감을 고려한 포물선 형태의 라인(DLO, Day Light Opening)을 통한 플래그십 세단의 가치, 얇고 긴 두 줄의 리어램프와 당당하고 안정감 있는 모습의 후면부로 크게 구성된다.
전면부의 크레스트 그릴은 두 층의 지-매트릭스 패턴을 엇갈리게 입체적으로 쌓아 올린 ‘레이어드 아키텍쳐(Layered Architecture)’가 적용됐다. 두 줄의 헤드램프는 MLA(Micro Lens Array) 기술이 적용된 하향등 렌즈와 주간 주행등(방향지시등 통합) 렌즈, 상향등 렌즈의 교차 배열로 구성됐다. 두 줄 램프의 선은 현재 제네시스 라인 중에서 가장 얇고 세밀하다.
후드와 펜더를 하나의 패널로 구성하는 클램쉘 타입의 디자인이 적용됐다. 매끈한 럭셔리 F 세그먼트의 정석이라 할 수 있는 요소다. 엠블럼은 기요쉐(Guilloché, 반복되는 꼬임문양) 패턴이 적용됐는데 두께가 80% 가까이 줄어들어 매끈한 느낌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측면부는 후드에서 시작돼 창문 하단부를 따라 트렁크까지 하나의 선으로 이어지는 ‘파라볼릭 라인(Parabolic Line)’과 휠을 감싸고 있는 펜더의 ‘애슬래틱 파워 라인(Athletic Power Line)’이 적용돼 근육질적 분위기를 구현한다.
전면이나 측면과 달리 후미는 1세대와 완전히 다른 느낌을 준다. 긴 보우(bow)라인을 가진트렁크 리드의 선은 후측면쪽으로 날카롭게 들어가는 후미등의 선과 연결된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메르세데스 벤츠 CLS의 1세대 라인을 연상케 한다. 여기에 두 줄 사이에 제네시스 레터링 엠블럼을 간결하게 배치하고, 번호판, 각종 센서, 후진등과 같은 기능적 요소를 하단부로 내려 깨끗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독창적이거나 새롭지는 않지만 미적 완성도는 높다. 보수적인 편에 속하는 오너들의 반발은 최소화하고 어떻게 플래그십으로서의 아름다움은 구현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둔 디자인이다.
LWB 모델은 전체적으로 허리가 길다. 사실 플래그십 세단에서 LWB는 단지 길이를 늘이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적으로 새로운 외관을 구성해야 하는 영역이다. 크기를 넘어서는 비례감이 중요한데, 이미지만으로는 ‘긴 차’ 이상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특히 1열과 2열 윈도우 사이에, 일반 G90에 없는 구획이 들어가 있어 시선이 끊긴다. 이것이 아무래도 실물로 어떤 효과를 발휘할지는 모르겠으나 특별히 매력적 요소라고 보기는 어렵다. 운전자와 탑승자 사이의 사회적 위계를 이런 식으로 표현한 거라면 상상력의 부족으로 보인다.
“역동적인 우아함의 정수 보여줄 것”
제네시스의 야심
제네시스 글로벌 디자인 담당 이상엽 전무는 “제네시스는 G90를 통해 고유한 방식으로 재정의한 플래그십 럭셔리 세단의 디자인 경험을 제시할 것”이라며 “G90는 ‘역동적인 우아함(Athletic Elegance)’의 정수를 보여주며 역동적인 주행과 우아한 여정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세심한 균형을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아직 인테리어는 공개 전이다. 다음 달 중순에 사전 계약 실시라면 적어도 1주일 전에 내장 이미지를 공개하고, 사전 계약과 동시에 전체 이미지를 공개하는 것이 제네시스를 포함한 현대기아그룹의 발신 스케줄이다.
제네시스 브랜드는 최근 1~2년 사이 공격적인 상품성 개선을 통해, 짧은 시간에 국내에서 주요 수입차 브랜드의 핵심 영역을 공략하고 있다. 과연 G90가 이 영역에서 굳건한 아성을 지키던 수입 플래그십의 상징성까지 빼았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디자인 외의 과제도 많다.
글
한명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