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V 시대의 수혜를 가장 크게 받은 브랜드를 꼽자면 포드가 아닐까? 링컨은 SUV 전문 브랜드를 선언한 다음 네임 밸류에 걸맞은 위상을 되찾았으며, 브롱코라는 이름을 브랜드로 부활시키며 정통 오프로더의 공간을 열었다. 포드의 SUV 라인업은 픽업트럭만큼이나 견고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 전략은 오래된 원정지인 한국에서도 통하고 있다. 포드에서는 익스플로러에 더해 익스페디션과 픽업트럭 레인저가, 링컨에선 에비에이터와 에스컬레이드의 맞수 내비게이터를 위시한 전 라인업이 좋은 성과를 거뒀다.
포드세일즈서비스코리아(이하 ‘포드코리아’)는 2021년의 성과를 바탕으로, 2022년 한국 수입차 시장을 공략할 전략 차종 5종을 예고했다. 물론 SUV들이다. 한눈 팔 이유 없이 비교 우위에 집중하는 전략은 최소한 브랜드에 대한 신뢰감이 된다.
말 같은 힘!
거친 오프로더 브롱코 4X4
이미 상당한 떡밥을 통해 국내에도 잘 알려진 브롱코는 2022년 2분기에 공식 출시될 예정이다. 1966년부터 1996년까지, 브롱코는 1,200편의 영화와 200곡의 노래에 등장할 정도로 미국 대중문화에서도 아이콘적인 위치를 차지했던 차종이다. 그 상징성을 살려, 1세대 모델의 평평하고 각진 형태의 브롱코 레터링 그릴과 라운드 헤드램프 등 기존 디자인을 유지한다. 물론 현대적 해석이 가미됐다.
오프로더답게 어떤 지형에도 대응 가능한 6가지 주행 모드의 G.O.A.T(Goes Over Any Type of Terrain) 시스템과 험로 전용 서스펜션이 적용된다. 여기에 트레일 툴박스(trail toolbox)와 탈부착 가능한 도어가 적용된다. 도전과 해방을 원하는 오프로드 마니아들에게 어울린다.
트림은 베이스(Base), 빅 벤드(Big Bend), 블랙 다이아몬드(Black Diamond), 아우터뱅크스(Outer Banks), 배드랜즈(Bad Lands), 와일드트랙(Wildtrak)으로 나뉘어 있다. 베이스와 와일드트랙을 제외하고는 미국의 국립 공원 명칭을 땄다. 그러나 이 차는 한국의 포장 도로도 달려야 한다. 이를 고려해 4도어 하드탑 모델인 아우터뱅크스(Outer Banks)가 먼저 한국 시장에 출시된다. 트림마다 전장이 조금씩 다른데, 아우터뱅크스 4도어는 약 4,810㎜이다. 휠베이스는 2,948㎜로 트림에 따른 차이는 없다.
파워트레인은 2.7리터(2,964cc) V6 가솔린 터보 엔진과 10단 자동변속기로 구성된다. 엔진 최고 출력은 319ps(315hp, 5,500rpm), 최대 토크는 56.6kg·m(410lb-ft, 3,250rpm)이다. 미국에서의 일반 휘발유 기준이며 하이옥테인의 경우 더 낮은 엔진 회전수에서 더 높은 출력을 발휘하도록 설계됐다. 다만 이 수치는 미국 출시 사양 기준이므로 완전한 국내 출시 사양에서는 조금 달라질 수 있다.
편의 사양으로는 뱅 앤 올룹슨 오디오 시스템과 향상된 음성 인식이 가능한 SYNC4는 12인치 터치스크린, 파워 시트 등이 적용된다. 아우터뱅크스 트림의 국내 출시 가격은 6,900만 원이다.
가격 경쟁력도 훌륭한 3.3리터 하이브리드,
포드 익스플로러 하이브리드
2021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제공하던 취득세 혜택 500만 원이 사라지자 국내 시장에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라인업들이 갑작스런 판매 절벽을 맞이했다. 포드와 링컨도 2020년 하반기, 야심차게 PHEV 라인업을 준비했는데 타격이 불가피했다. 그러나 이제 새로운 무기가 있다. 바로 3.3리터(3,340cc) V6 엔진 기반 하이브리드다. 엔진과 10단 자동변속기 사이에 구동모터가 들어가는 방식이며, 합산 최고 출력은 322ps(318hp, 44.5kg·m) 수준이다.
온갖차는 2019년 6월, 미국 포틀랜드에서 진행된 6세대 익스플로러의 미디어 시승에서 이 차량을 경험했다. 구동 모터 개입이 적극적인 일본 브랜드들과 같은 하이브리드라기보다는 3.3리터 엔진의 부하를 최소화하는 방식의 보조 개념이 강했다. 그러나 미국 단위 기준으로 꾸준히 27~30mpg(11.4~12.7km/L) 수준의 연비를 발휘하는 것을 경험했다. 전환 시의 이질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정숙성이 우수한 편인데다, 기본 출력 자체가 높은 편이어서 역동적인 주행에 적합하다.
게다가 7가지의 지형 및 노면 조건에 대응하는 지형 관리 시스템과 결합된 4륜 구동이 적용된다. 측면 경사 지지 능력도 우수해 험로에서도 여느 정통 오프로더 못지 않은 역량을 발휘한다. 2022년 1분기 내에 국내 출시될 예정이며, 가격은 6,770만 원이다. 옵션이나 사양이 구체적으로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차급과 파워트레인을 생각하면 ‘혜자’다.
6,000만 원대 준대형 수입 SUV의 강자,
링컨 노틸러스
2022년 2분기 내에 출시될 링컨 노틸러스는 11월부터 벌써 사전 계약에 들어갔다. 최고 출력 333ps를 발휘하는 2.7리터 트윈터보 V6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가 적용된다. 변속 시스템은 공조장치 아래 있는 피아노 키 방식이다.
노틸러스는 전장 4,825㎜, 휠베이스 2,848㎜의 준대형급 SUV다. 여기에 실내에서의 고급스러움도 추구하는 편이다. 부가세 포함 6,040만 원의 200A, 6,890만 원의 202A 두 가지 트림을 선택할 수 있다. 네이버가 제공하는 기존 노틸러스에 대한 오너평가 영역을 봐도 거주성과 편의 부문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노틸러스야말로 프리미엄 틈새 모델이다. 동일한 크기의 SUV를 유럽 브랜드에서 구입하면 거의 국산 브랜드의 최하위 트림 수준의 편의사양이 제공된다. 반면 국산 SUV는 퍼포먼스가 아쉽다. 제네시스 GV70, GV80의 2.5리터 엔진이 304ps의 최고 출력을 발휘하긴 하지만 V6 대비 부드러움 면에서는 부족할 수 있다. 그 모든 아쉬움을 교묘하게 달래줄 수 있는 제원의 차가 노틸러스인 셈이다.
링컨 내비게이터, 포드 익스페디션
페이스리프트
다른 브랜드가 쉽게 채워주지 못하는 영역이 바로 이 풀 사이즈 SUV 영역이다. 이곳은 미국 브랜드들의 진면모가 드러나는 전장이기도 하다. 그래서 한 철 늦게 출시된 차들이라 아쉬운 말을 들을지언정 인기는 높은 것이 링컨의 내비게이터와 포드의 익스페디션이다.
이러한 두 차종이 페이스리프트 모델로 돌아온다. 특히 이 차종들은 쉐보레, 캐딜락의 경쟁 차종들과 함께 국내 대형 SUV 시장을 확대해가고 있다. 이들은 레저와 긴밀히 결합되어, 자동차라기보다 라이프스타일 제품으로서 인기를 얻고 있다. ‘차 댈 데도 없는데’라는 오지랖은 넣어두자. 이 차들의 예비 고객들에겐 통하지 않는다. 그들에겐 다 계획과 주차 공간이 있다.
한 때 포드는 한국의 수입차 트렌드를 선도했던 브랜드다. 비록 2010년대 들어오면서 독일 브랜드들의 득세 속에 ‘익스플로러 하나로 버틴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최근 수년간 SUV 라인업을 확장하며 운신의 폭을 서서히 넓혔다. 여기에 현대화된 헤리티지를 얹으며 다시금 돋보이는 브랜드 가치를 자랑할 수 있게됐다. 빈말이 아니라, 2022년 포드코리아의 핵심 라인업이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거둘 성적이 기대된다.
글
한명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