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가 tvN 토일드라마 <불가살>에 차량을 지원한다. <불가살>은 이진욱, 권나라, 공승연 주연의 판타지극으로, 죽지 못하는 ‘불가살’의 운명을 벗고 인간이 되기 위한 존재들이 수백 년에 걸쳐 쫓고 쫓기는 인연을 다룬 드라마다. 아우디는 이를 통해 이진욱과 다시 인연을 맺었다. 드라마 속 주인공들처럼, 아우디와 이진욱의 인연도 질기다.
2015~2016, 2018~2020,
그리고 지금 아우디와 이진욱
이진욱은 2015~2016년,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아우디의 얼굴을 맡았다. 2016년 부산국제모터쇼에서는 S8을 직접 운전해 무대에 오르는 퍼포먼스도 함께 했다. 이 기간에 물론 다른 연예인들도 모델로 섭외되었으나 이진욱의 존재감이 커 다른 모델들은 교체되는 파트너의 느낌까지 있었다.
물론 이진욱도 ‘외도’를 했다. 2020년 아우디와의 계약이 종료된 후 쉐보레 콜로라도의 모델로 선정된 적도 있다. 그러나 아우디와의 인연은 한겨울에 다시 이어졌다. 물론 홍보대사가 아니라 드라마 출연작에 차량을 지원하는 PPL(간접광고)지만 어찌 됐든 그는 아우디를 타게 됐다. 차종은 A7이다. 드라마에서 이진욱과 아우디의 인연은 2015년 SBS <너를 사랑한 시간>이후 6년만이다.
이진욱은 광고주들이 선호하는 배우다. 185cm의 키에 넓은 어깨, 마른 체형, 작지만 선이 굵은 얼굴과 깊은 눈은 야성적이고 마초적인 매력과, 사색적이고 멜로 주인공 같은 눈빛을 동시에 지녔다고 평가받는다. 그래서 소화할 수 있는 제품군이 다양하다. 또한 인터뷰 시 사용하는 어휘의 수준이 높고 목소리가 진중해 신뢰감을 주는 것도 강점이다. 자동차를 비롯해 고가 소비재군 광고가 많은 것도 그 덕분이다.
재회는 반갑지만
드라마 잘 고른 것 맞을까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판매차종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던 2010년대 중후반 이후 PPL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는데, 2021년에는 tvN 드라마로만 <갯마을 차차차> 이후 두 번째다. 실질적으로 주인공들이 아우디를 타고 등장하는 것은 신년이 되어서 방영되는 5, 6회차 이후부터다.
투입되는 차종들은 이진욱의 A7을 비롯해 쿠페형 전기 SUV e-트론 스포트백을 비롯해 아우디의 고성능 플래그십 세단인 S8L과 대형 SUV인 Q8이 투입된다. 여기에 아우디 최초의 순수 전기 RS 모델인 RS e-트론 GT까지 등장할 예정이다.
그러나 자동차 PPL은 드라마 시청률에 따라 그 효과가 갈린다는 태생적 한계점도 있다. 안정된 연기력과 매력적인 이미지의 스타급 배우들이 출연한다는 소식에 힘입어 쾌조의 출발을 보였던 시청률은 회를 거듭할수록 떨어지고 있다. 장면간 연결이나 설득력이 떨어지고 ‘귀물’이나 ‘불가살’이라는 존재의 설정이 ‘이건 판타지니까’ 하는 ‘뇌내보정’만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동시간대 경쟁작이니 MBC의 <옷소매 붉은 끝동>이 20%를 바라보는 시청률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것도 난관이다.
그나마 <옷소매 붉은 끝동>이 거의 마지막 회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것이 다행이다. 강력한 후속작이 예고된 채널도 없고 KBS의 야심찬 사극 <태종 이방원>의 시청률도 초기 부진을 면치 못하는 중이다. 따라서 현상 유지만 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시청률은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TV 드라마 PPL로 자동차가 볼 수 있는 효과가 점점 줄어든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인기 드라마 플랫폼 자체가 TV에서 OTT 서비스로 넘어가고 있는데다, 이 영역의 유저들은 집중 감상에 방해가 되는 광고에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 따라서 드라마가 웬만큼 히트해서는 제품의 노출 효과가 보장되지 않는데다, 제품이 노출되더라도 얼마나 긍정적인 효과가 발생할 것인가도 따져봐야 할 상황이다. 실제로 다른 소비재군에서는 PPL에서 슬슬 발을 빼는 움직임도 보인다.
과연 이진욱과 아우디의 진한 인연이 위기의 자동차-드라마 PPL에 어느 정도의 전기를 제시할 수 있을지도 <불가살>을 감상하는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무리 신적인 능력을 지녔던 주인공들이라 해도, 어두컴컴한 곳에서 귀신처럼 살다가 한순간 말끔한 럭셔리카를 타고 등장하는 모습 간에 어느 정도의 연결성이 보일지 다소 우려스럽다. 각본의 힘을 기대해볼 수밖에.
글
한명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