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의 석탄, 칠레의 리튬 또 왜? 전기차 유저들에게 반갑지 않은 소식

전기차도 에너지를 씁니다. 이 간명한 전제는 전기차 역시 에너지와 관련된 국제적 업보로부터, 석유 기반 차량만큼이나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뜻합니다. 전기차의 에너지 비용과 관련해 별로 반갑지 않은 국제 소식 가져왔습니다

인도네시아, 1월 석탄 수출 금지
한국은 화력발전 의존도 큰데

인류의 에너지 기술은 첨단화됐지만, 그 에너지를 생산하는 원천 자원은 아직 화석 연료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의 경우 화력 발전의 비중이 약 35% 정도로 높습니다. 화력 발전소가 다수 몰려 있는 충남 서해안 인근이, 인구 밀집도가 훨씬 높은 수도권보다 미세먼지 농도가 짙게 관측되는 것도 이런 까닭입니다.

화력 발전 에너지원인 석탄은 당연히 수입에 의존합니다. 원산지 국가별 석탄 수입 비중은 오스트레일리아가 50%로 가장 높고, 그 다음이 약 20%대의 인도네시아입니다. 그런 인도네시아가 1월 한 달간 석탄 수출문을 닫아걸었습니다. 이유는 자국 공급분 부족입니다. 자국 광산들이 톤당 70달러에 제한된 단가를 100달러로 맞춰달라고 요구하며 인도네시아 내부적으로도 난관이 있는 상황입니다. 1980년대부터 한국과 자원외교로 사이가 좋았던 국가였지만, 인도네시아 역시 자국의 이익이 먼저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요소수 파동 때 한번 데 본정부는 긴급 대책반을 가동 중입니다. 물론 오스트레일리아 쪽에서 별로 문제가 없는 상황이긴 하지만 안심하긴 이르죠. 특히 인도네시아 석탄의 최대 수입국이 중국입니다. 중국 입장에서 보면 오스트레일리아에 이어 두 번째 수입국인 인도네시아에서마저 석탄 수입이 어려워지면 석탄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공업제품의 생산에도 차질을 겪을 겁니다. 그리고 그 품목 중에 요소가 있습니다.

요소 이야기도 하면 한참이겠지만, 발전 이야기로 돌아와보죠.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 건, 노후화된 석탄 기반 화력발전소를 줄인 겁니다. 온실가스 감축 기조 속에서, 2020년 보령 화력발전소 1, 2기를 조기 폐쇄했습니다. 그 외 화력발전소 역시 출력 제한 조치 등을 통해 의존도를 낮췄죠.

하지만 핑크빛 예상만이 적중하길 기원할 수는 없습니다. 현재 56개 석탄화력 발전소 외에 강릉, 삼척, 고성을 포함한 곳에 7기의 화력발전소가 추가로 건설 중입니다. 신재생 에너지의 효율 증대가 요원한데, 탈원전까지 지향하는 마당에 선택권이 마땅치 않은 겁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에서도 전기차가 늘어나는 속도가 가파릅니다. 2019년 정부가 발표한 친환경차보급 로드맵에 따르면 산업수요 대비 전기차 비중은 2025년까지 15%대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됐는데, 이 속도는 더 빨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자동차 제조사들이 1회 완충 시 주행 거리가 길고 충전 속도가 빠른 전기차를 계속해서 내놓는 것도 이런 수요를 앞당길 것으로 보는 가운데, 당장 상반기, 국산차만 해도 굵직한 전기차 모델이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친환경 헌법 만드는 칠레,
세계의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

전기를 만드는 원료도 문제지만, 전기차의 동력원인 배터리 원료, 리튬 문제도 심각합니다. 이미 중국은 이를 자원무기화하고 있습니다. 이를 대체할 전고체 배터리의 상용화는 최소한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리튬은 암석을 기반으로 하는 경암형(hard rock)과 염수형(brine) 두 가지로 구분되는데, 중국과 호주에서 생산되는 것은 경암형입니다. 염수를 퍼올려 자연건조하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염수형은 칠레의 아타카마 소금 광산에서 나옵니다. 그런데 이 칠레의 상황이 심상치 않습니다.


인니의 석탄, 칠레의 리튬 또 왜? 전기차 유저들에게 반갑지 않은 소식
위성에서 본 칠레 아타카마 지역

지난 2019, 칠레는 불평등 항쟁을 통해 기존 헌법을 폐기했습니다. 기존 헌법은 군부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가 집권했던 1980년대에 제정됐습니다. 피노체트는 수많은 정적과 시민을 학살하면서 민주주의란 때로 피로 목욕을 해야 한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을 만큼 잔인했습니다. 이런 자와 소수 엘리트가 만든 헌법을 개혁하는 것이니 아름다운 일이죠.

그러나 새로운 헌법을 제정하는 데 있어 많은 이들의 목소리가 들어가면서 환경이 중요한 키워드가 됐습니다. 특히 환경 파괴의 기정 요인인 자원 채굴을 어느 정도로 허용할 것인가를 헌법에 넣는 문제로 치열하게 논쟁 중인데요. 피노체트 이후 엘리트주의 정권에서 성장한 기업들과, 제헌 논의에 참가한 각계 각층의 인사들이 격론을 벌이고 있습니다.

아타카마 광구의 염수형 리튬은 운영 비용이 낮지만, 염수를 퍼올려 건조할 수 있는 건조장 부지가 필요해 초기 비용이 많이 들어갑니다. 또한 획득할 수 있는 리튬도 퍼올리는 염수 대비 10~20%로 낮습니다. 이 과정에서 지하수 유출이 심각해 수자원에도 영향을 미치죠. 채굴 기업들은 염수는 음용수가 아니라 광물이라는 현행법 규정과, 자원 채굴 규제가 칠레로의 투자 유입 중단을 유발할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항변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한국도 2010년대 초반에 한국광물자원공사, 삼성물산 등이 투자를 진행하고 광구 지분을 확보하기도 했습니다.

친환경 가치 속에 등장한 전기차인데 정작 그 원료인 리튬 생산하는 곳은 환경 파괴의 위험을 이야기하며 이를 규제하려 하고 있습니다. 양쪽 다 각자의 입장에서는 틀린 데 없는, 모순적인 상황입니다. 누가 어느 쪽에게도 희생을 강요할 순 없을 겁니다. 그러나 칠레의 광물 자원 채취를 제한하는 헌법이 통과된다면, 기존 리튬 생산국들이 리튬을 무기화할 명분과 이유는 더 많아집니다. 내로남불이라며 비난해 봐야 소용없습니다. 각자의 이익과 그 이익을 지킬 힘이 우선인 상황이니까요.

리튬의 수입처 다변화 제약은 전기차로 한창 빛을 보려 하는 한국 자동차 기업에도 좋은 일이 아닙니다. 반도체에 이어 또다시 재료 부족으로 출고가 지연되는 상황은 신차 개발과 출시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2022년 전기차 구매 보조금이 100만 원 줄어들었습니다. 그 정도 금액은 전기차를 구매하려는 고객들에게 절대적인 선택의 기준은 아닙니다. 그러나 출고 지연은 상당한 문제죠. 계약을 해 놓고 차를 못 받는 동안 상품성 개선이 나오는 게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장난으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이쯤 되면 전기차라는 존재에 다시금 약간의 의문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스스로 저지른 업이 다른 업으로 해소될까요? 전기차인가, 내연기관차인가 하는 것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인간이 편리와 속도를 포기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미래의 생존이 달려 있을지도 모릅니다. 멸망과 퇴보의 갈림길 사이에서 우리는 어디로 발을 내디뎌야 할까요.


한명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