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 소리도 시끄럽다는 당신을 위해, 미쉐린이 준비한 것

시동 걸 때의 굉음도, 가속 시의 배기음도, 변속 시의 충격도 없지만 전기차가 마냥 조용한 것만은 아닙니다. 소음이 걷히니 거기 가려졌던 또 다른 소음이 있습니다. 노면 구동 소음입니다. 운전자에 따라서는 그냥 무던히 넘길 수도 있지만, 완두콩 하나가 못내 불편해 열 장이 넘는 요 위에서도 못 잤다는 동화 속 공주님 같은 분들도 계실 겁니다. 여기에 강력한 토크와 출력을 발휘하는 고성능 전기차는 소음이 더 심합니다. 고속에 올라가면 엔진의 구동음이 얼마나 구동 소음을 상쇄해 줬는지를 알 겁니다. 

이렇게 전기차의 다른 NVH(소음, 진동, 거슬림) 조건을 고려해, 타이어 제조사들은 이에 맞는 솔루션의 타이어를 내놓고 있습니다. 미쉐린은 고성능 타이어 파일럿 스포츠에 전기차 전용 라인업인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 EV(Pilot Sport EV)를 추가했습니다. 엔진 차종 대비 무거운 전기차의 중량과 바닥에 깔린 배터리로 인한 중량 분포 특성에 대응해 마른 노면과 젖은 노면 각각에서 최적의 접지력도 갖췄습니다. 

노면 소음을 없앤다는 것은 구동 저항 즉 마찰 저항을 줄인다는 의미입니다. 미쉐린 측은 맞춤형 폴리우레탄 폼을 적용해 노면 소음을 감소시켰습니다. 또한 타이어 내에서의 불필요한 공명을 줄일 수 있도록 미쉐린 어쿠스틱 기술(MICHELIN Acoustic™ Technology)이 적용됐습니다. 이는 필연적으로 효율에도 기여하는데, 이를 통해 전기차의 1회 완충 시 주행 거리를 60km 연장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구동 저항을 줄이기 위해 마찰력을 줄이게 되면 필연적으로 고성능 전기차 본연의 성격은 약해지게 됩니다. 전기차는 가속페달을 밟자마자 최대 토크가 쏟아지는데, 통상 75kWh급 배터리를 기준으로 2모터일 때 최소 60kg·m 이상급의 최대 토크를 발휘합니다. 가솔린 기준으로 3.0리터 400ps 이상의 고성능 차량에 달하는 최대 토크입니다. 이 때 타이어의 마찰력이 충분하지 않으면 기분 나쁜 스키드음과 함께 출발이 불안해집니다. 후륜 구동 모델이라면 자칫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마찰력이 우수한 타이어는 빨리 마모되겠죠. 타이어 제조사들은 이러한 복합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타이어의 부분별로 컴파운드를 달리 배치하는 방식의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파일럿 스포츠 EV에는 트레드 중앙에 하드 컴파운드를 적용한 일렉트릭 그립 컴파운드(ElectricGrip Compound™) 기술을 적용했습니다.

이는 전기차 기반 레이싱인 포뮬러-E를 통해 축적된 기술입니다. 한 라운드마다 수 테라바이트씩, 6시즌 동안 공식 타이어 스폰서로서 전기차의 마찰력을 연구해온 미쉐린은 전기차의 특성에 부합하는 컴파운드를 개발할 수 있었습니다. 미쉐린 파일롯 스포츠 제품군에 최근 적용된 사이드월은 미쉐린의 포뮬러 E 타이어와 동일한 패턴과 벨벳 디자인이 적용됩니다. 현재 미쉐린의 포뮬러-E 머신용 타이어는 다양한 날씨 조건에 부합하는 한편 18인치 내경 타이어의 경우 공도용 차량의 표준과 일치합니다.

해당 타이어는 중국 시장용 테슬라 모델 Y의 21인치 타이어로 먼저 생산됐습니다. 국내에는 5월부터 19인치에서 22인치까지 순차적으로 출시될 예정입니다. 볼보, 테슬라, 벤츠, 제네시스 등의 고성능 전기차에 장착 가능합니다.

한편 미쉐린 측은 소음저감과 마일리지 연장, 마찰력 확대 등의 성능을 충족하면서도 제품 주기 전반에 걸쳐 탄소 저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제품 원료 확보에서 생산 운송 판매시점에 이르기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제로로 만들기 위해 탄소기금 프로젝트 후원 등을 포함해 다양한 활동을 진행 중이기도 합니다.


한명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