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RECT4, 렉서스 RZ 450e의 진짜 가치

완숙도 없는 기술의 차는 내보이지 않겠다는 토요타 그룹의 메시지가 나올 때마다 변명이라 생각하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배터리 기반 전기차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토요타를 비롯해 일본 제조사들은 너무 늦다는 이야기가 나왔죠.

하지만 렉서스 RZ 450e는 논의의 관점을 전기차냐 아니냐 하는 것으로부터 옮겨 버렸습니다. 정교함과 여유로움, 스포티함과 안락함의 가치를 모두 결합한 주행 경험을 줄 수 있는 멋진 차라는 가치가 전기차로 구현된 것이죠. 그 중심에 있는 기술적 포인트가 DIRECT4라 할 수 있습니다.

하이브리드 시대로부터의 진화

심리스한 구동력 배분 기대

자동차들은 생물처럼 진화의 흔적을 갖고 있습니다. RZ 450e 역시 렉서스 하이브리드의 가치가 진화한 것이라 할 수 있는데요. 먼저 한 현행 렉서스 하이브리드 4륜 구동 시스템 E-Four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레이아웃은 하이브리드 레이아웃의 약점은 보완하고 강점을 살려 많은 인기를 얻었습니다. 별도의 구동축이 없는 4륜이기 때문에 공차중량 증가를 줄일 수 있고, 후륜 구동력의 독립을 통해 효율을 최대화할 수 있었죠. 다만 차종에 따라서는 배터리가 리튬이온이 아니라 니켈 메탈이다 보니 그 자체로도 무겁고 출력이 약하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렉서스 RZ 450e DIRECT 4는 기존 E-Four의 장점만을 극대화한 방식입니다. 기존 하이브리드 라인업에서 전륜의 구동을 맡던 엔진이 사라지고 구동 모터가 적용된 것으로 보면 되죠. 전륜의 구동 모터가 150kW(204ps), 후륜 구동 모터가 80kW(109ps)의 최고 출력을 발휘하는 방식입니다.

구동력 배분은 전후륜 각기 최대 100%가 가능하고 평상시에는 전후륜 6 4, 4 6으로 유기적으로 대응합니다. 출발 시 불필요한 피칭(pitching)을 최소화하기 위한 세팅입니다. 또한 스티어링 휠 조작 시에는 전륜 모터 구동력을 50~75% 정도로 조절하되 역동적인 선회 상황에서는 전후륜 각각 5:5에서 2:8로 전륜의 관성에 의한 언더스티어를 줄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여기서 가장 기대를 모으는 점은 바로 이러한 구동력 배분의 전환에 있어서의 심리스(seamless)함입니다. 렉서스는 스티어 바이 와이어 시스템과 구동축에 통합된 모터 시스템을 통해 조향 응답성을 높일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밝혔는데요. 옵션으로 제공될 요크(yoke, 소에게 씌우는 U자형의 멍에)타입 스티어링휠은 이런 성향을 더욱 강하게 반영합니다.

e-TNGA 플랫폼
안락하고 잘 달리는 중형 SUV로 포지셔닝

렉서스 하면 많은 사람들이 승차감을 꼽습니다. 단순히 무른 것이 아니라 안정감을 이야기하죠. 에어서스펜션 등 요란한 전자장비에 의존하지 않고 섀시의 동역학과 기본 서스펜션 시스템을 통해 이를 해결한다는 것이 렉서스의 장점입니다.

차체 크기는 전장 4,805, 휠베이스 2,850, 전폭 1,895, 전고 1,635㎜인데, RX대비 전장은 약간 짧고 휠베이스가 깁니다. 전폭은 동일하고 전고는 조금 낮아 안정적인 자세를 자랑하지만, 측면을 보면 전륜 휠 아치와 측면 캐릭터라인이 바로 연결되는 과감한 스타일링도 적용됐습니다.

전륜에는 맥퍼슨 스트럿이 후륜에는 트레일링암과 더블 위시본 타입의 서스펜션이 적용됩니다. 최적의 조향 응답성을 만들어내되 구조를 심플하게 하여 구동 모터가 장착될 공간을 확보해주고 승차 공간 및 적재 공간을 희생하지 않겠다는 전략입니다. 여기에 주파수 감응형 댐퍼(FRD, Frequency Reactive Damper)를 적용해 전기차의 하중 특성, 주행 조건에 맞는 감쇠력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했습니다. 현재 타 제조사들이 전기차에 에어 서스펜션을 적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에어서스펜션 고장을 한 번이라도 겪어 본 운전자들은 결코 반갑지만은 않으실 겁니다. 이 부품은 한 번 고장이 나면 유닛 하나의 가격도 비싼데다, 다른 휠의 부품이 보상 동작을 하는 과정에서 연쇄 고장을 일으킨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RZ는 주행거리가 긴 전기차라곤 할 수 없습니다. 배터리 용량은 71.4kWh이지만 미국 환경청(EPA) 기준 주행 거리가 225마일(18인치 휠 기준)입니다. 362km인데 배터리 용랑에 비해선 짧아 보이지만 효율로만 따지면 5km/kWh 수준입니다. 물론 20인치 휠을 적용하면 조금 더 짧을 수도 있죠. 그러나 렉서스 역시 충전 네트워크 활성화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한다는 전략입니다.

또한 약간 더 큰 체급(휠베이스 으로 90kWh대의 배터리를 장착하고 218마일(350km/h)대의 주행 거리를 보이는 아우디 e-트론보다는 효율면에서 우수합니다. 한국의 전기차 주행거리 시험법 역시 미국 환경청과 비슷한 기준을 갖고 있기 때문에 국내 인증도 거의 비슷할 것으로 보입니다.

렉서스의 전기차는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큰 틀에서 같이 움직입니다. 전고체 배터리의 독자적 개발 등 기존 배터리 기업의 의존도를 줄이는 장기적 플랜과 웰 투 휠(WTW, 연료 생산부터 자동차 사용까지의 에너지 비용) 등을 고려한 파워트레인 최적화라는 중기적 목표를 만족시키는데 파워트레인 다양화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하이브리드 시대에 고객들을 만족시켰던 그들만의 방식을 전기차 시대로 유연하게 옮겨내기 위한 전략이 중심이며 RZ 450e가 시작입니다. 이 차는 2022년 말 북미 시장에 먼저 출시될 예정입니다.


한명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