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먼 EV 엔지니어링 기업, 현대기아와 함께 바빠진다

독일에 본사를 둔 전기차 관련 엔지니어링 기업들이 한국과 관련된 바쁜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 브랜드로부터 수주하거나 한국을 개발, 생산 기지로 하는데 어떤 방식이건 한국이 전기차의 소비와 생산에서 모두 중요한 국가임을 증명하는 사례입니다. 

충남 당진에 2만 2,000㎡
배터리 팩 공장 준공한 베바스토

5월 3일, 독일 자동차 부품 업체 베바스토(Webasto, 회장 홀거 엔겔만)가 충남 당진에 전기자동차 배터리 팩 생산 공장을 완공하고 준공식을 가졌습니다. 베바스토는 모빌리티 산업의 글로벌 파트너이자 세계 100대 자동차 부품 업체 중 하나로, 1901년 설립된 역사 깊은 기업입니다. 자동차 전장은 물론 트럭, 선박 등의 무시동 냉난방 시스템을 공급하는 기업으로도 유명합니다. 한국에는 1987년에 현지 합작 투자 파트너와 국내 자동차 부품 시장에 진입했고, 루프 시스템 생산 및 판매에 주력해 왔습니다. 그러다가 2019년부터  2019년 모든 주식의 인수를 통해 베바스토코리아로 독립운영 중입니다.

베바스토코리아 당진 공장은 지난 2020년 수주한 현대 및 기아 승용차용 배터리 프로젝트의 배터리 시스템 생산에 필요한 라인을 수용하기 위해 신설됐습니다. 당진 공장의 연면적은 2만 2,000㎡에 달하는데, 이는 독일의 쉬어링 (Schierling) 지역에 위치한 베바스토의 첫 번째 배터리 공장을 벤치마킹한 것이라고 베바스토코리아 측은 전했습니다. 

현재 배터리 연간 생산 능력은 11만 개인데, 베바스토코리아는 2025년까지 연간 16만 개로 증설한다는 계획입니다. 당진 공장에서 생산된 배터리 팩은 현대∙기아 자동차그룹에 납품될 예정입니다. 현재 약 140명인 직원수도 2025년까지 240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어, 당진 지역의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비테스코 테크놀로지스
현대차 소형전기차 구동시스템 수주

독일 레겐스부르크에 본사를 둔 비테스코 테크놀로지스는 현대자동차의 B, C 세그먼트급 전기차 구동 시스템 EMR4를 수주했다고 밝혔습니다. 규모는  26000억 원( 20억 유로)입니다. 

비테스코는 이미 고전압 전기차 구동 시스템인 EMR3로 좋은 평가를 얻어 왔습니다. 인버터와 감속기 통합형으로, 모터와 인버터 간에 커넥터나 와이어링 없는 연결로 컴팩트한 패키징이 가능한 시스템이죠. EMR4는 최고 출력이 조금 더 높은 160kW(217ps)로 보다 강한 동력 성능을 발휘합니다. EMR4의 핵심 기술은 실리콘 카바이드(Silicon carbide/SiC) 칩으로 보다 효율적이고 강력한 성능의 발휘를 지원한다는 것이 비테스코의 메시지입니다. 

특히 EMR4는 복잡한 마운팅 및 인터페이스 변경 없이 특정 자동차 모델에 다양한 출력을 구현할 수 있는 만큼, 단일 구동시스템을 활용하여 다양한 세그먼트의 여러 차량 플랫폼에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비테스코 테크놀로지스 경영이사회 위원이자 전동화 사업부 총괄 토마스 슈티알레(Thomas Stierle) 사장은 “EMR4는 내부적으로 인터페이스 표준화를 이루면서 외부적으로 유연성을 극대화했다”며 “이를 통해 비용효율적이면서 고객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성과를 냈다”고 전했습니다. 

비테스코 테크놀로지스의 CEO 안드레아스 볼프(Andreas Wolf) 회장은 “현대자동차그룹이 개발 중인 전기차 플랫폼에 비테스코 테크놀로지스의 첨단 구동 시스템을 공급하게 되어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고객사에게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구동 시스템을 제공할 것이며, 이번 수주는 전동화에 집중하고 있는 비테스코 테크놀로지스의 선제적 노력의 성과다”라고 전했습니다. 

최근 현대기아차는 글로벌 시장에서 다양한  전기차를 통해 기존 엔진 시대의 선구자격인 제조사들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뉴스위크(Newsweek)>지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세계 자동차 산업 최고의 파괴적 혁신가로 꼽았죠. 아닌 게 아니라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 등 그룹내 주요 브랜드의 전기차들은 각자의 정체성을 갖고 충분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만큼 원활한 공급이 필수입니다. 공급이 따라 주지 않으면 아무리 기술 가치가 있어도 주가를 방어할 수 없다는 걸 자동차 제조사들은 팬데믹 시기에 깨달았을 겁니다. 게다가 현대차그룹은 2023년부터 도심형 소형 EV를 추가적으로 시장에 내놓는 한편 목적기반 모빌리티(PBV)도 전동화를 기반으로 할 것으로 천명하면서 기술력과 확실한 생산 스케줄을 가진 기업을 통해 전기차의 핵심 부품들을 공급받는 것이 절실해졌습니다. 이런 현대차그룹의 생존 전략과 저먼 EV 엔지니어링 기업의 연결이 세계 전기차 시장에 미칠 영향은 어떠할지 주목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명륜 기자